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 홀로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업종이 있습니다. 이 직종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진 이후에도 유망성을 더할 것으로 점쳐지는데요. 전반적으로 침체된 경기 속, 승자의 미소를 띤 직종은 바로 유품정리사입니다. 유품정리사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덩달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씁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지금껏 덜 알려진 유품정리 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뵌 아들. 그러나 어머니는 이미 고인이 돼 시신에 구더기까지 생긴 뒤였는데요. 아들은 어머니 시신 수습과 유품 정리를 유품정리사에게 맡기죠. 이후 유품정리사는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양복을 사주고자 꼬깃꼬깃 모아둔 현금을 비롯한 수십 년 전 아들이 어머니에게 사다 준 빨간 내복까지 발견합니다.

이 같은 유품을 건네받은 아들은 그제서야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데요. 이는 올해 5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국내 순위 1위를 차지한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내용입니다. 이 드라마는 국내 유품정리업체 바이오해저드의 김새별 대표가 쓴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지금까지 비교적 덜 알려진 직업군인 유품정리사는 최근 드라마 중심 주제로 등장하는가 하면, 현직에 있는 종사자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업 소개에 나서기도 합니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국내 최초로 유품 정리 사업을 시작한 키퍼스코리아 대표 김석중씨가 출연했는데요.

김 대표는 2006년 자신이 아끼던 직원이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유품정리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가까이 지내던 직원의 안타까운 일 이후 김 대표는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회의감에 젖어들었는데요.

그러던 차에 유품정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보고 감명받은 김 대표는 2007년 일본으로 넘어가 유품 정리업체 ‘키퍼스’에서 관련 업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3년 뒤 한국에 돌아와 국내에선 처음으로 유품정리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해당 방송분에서 김대표는 지금껏 수습해온 여러 현장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유품에 대한 일화를 공개했는데요. 김 대표는 ”딸이 어머니와 인연을 끊겠다면서 평소 잘 왕래하지 않았다고 한다“라며 ”딸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정리를 요청해와 현장을 정리하다 보니 냉장고에는 ‘우리 딸’과 이름 두 자가 적인 과일 청도 있었고, 재봉틀에는 딸에게 주려고 만들다 만 옷도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유품을 딸에게 전달드리니 펑펑 울기 시작하는데 곁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라고 밝혔습니다.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데요. 보험증서, 유언장, 각종 서류들을 취합해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유가족이 전달받기 거부하는 물건들은 직접 폐기 처리합니다. 특히 유품정리 의뢰를 요청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자 그들의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청소인데요.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작업 요청이 들어오면 유품정리사들은 우선 시신이 부패한 자리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가령 시신이 침대에서 발견됐을 경우 매트리스도 스프링 등을 따로 분리해내 폐기 처리하는데요. 이어 대부분의 현장에는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긴 액체와 혈액이 엉겨 붙어있기에 이를 약품 처리해서 닦아냅니다.

고독사 현장의 경우 시신이 부패할 때 생기는 악취를 제거하는 것 역시 유품정리사들이 하는 일인데요. 한 유품정리사는 ”시신 부패 냄새는 장판과 벽지에도 배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라며 ”일부 고객은 비용을 아끼려고 장판과 벽지 처리는 제외해달라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시체 부패액은 손가락 한마디 면적만 닿아도 온 집안에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해서 결국은 다시 연락이 오는 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유품정리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면 할수록 국내 사회의 가족 붕괴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실제로 유품정리 의뢰를 요청해오는 이들 대부분이 고인의 가족이 아닌 시신이 발견된 건물의 건물주라고 하죠.

유품정리사는 고연봉 직군에 속하는데요. 5평에서 약 10평 규모의 원룸 작업 비용은 건당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400만 원 수준으로 상황에 따라 많게는 1천만 원대까지 받기도 합니다. 유품정리 관련 1인 기업이 한 달에 소화 가능한 작업량은 최대 10건 정도라고 하는데요. 청소부터 유품정리까지 한 건당 4일에서 6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작업 한 건당 평균 300만 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감안하면 유품정리사의 연봉은 3억을 훌쩍 넘는다고 볼 수 있죠.

업계에 따르면, 보통 날씨가 따뜻해지는 여름이면 의뢰 요청이 더 늘어나는데요. 이는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악취가 더 빠르게 퍼져 인근 주민들이 시신 악취를 더 쉽게 알아채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유품정리사는 ”고인이 전기장판 위에서 사망했을 경우 시신이 고온에 계속해서 달궈지다 보니 현장에 가면 다른 케이스보다 참혹할 때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품 관리사들은 고연봉만 바라보고 이 직업을 희망해선 안된다고 말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유품 관리업계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임은 맞지만, 포장 이삿짐센터나 고물상 등 몇몇 비전문 업체들에서도 유품정리를 대행하고 있어 이미 업계는 레드오션이 됐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외 수시로 악취나 오염물질 등을 다뤄야 하는 등 일이 매우 고되다는 점도 유품정리사를 직업으로 삼으려 할 시 한 번쯤 꼭 고려해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8년째 유품정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 씨는 ”유품정리사는 단순히 고인의 물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굳건한 사명감이 있어야 이쪽 업계에서 오래도록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대중에겐 다소 생경한 직업이었던 유품정리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유품정리사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군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