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이 취업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지만 오늘날엔 대학 졸업 하나만으론 입사지원서의 빈칸을 다 채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가뜩이나 팍팍한 고용시장 속,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코로나19는 대학생들에게 취업 관련 걱정거리들을 한 아름 안겨다 줬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같은 나이 또래의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취업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미소 짓는 이들이 있다는데요.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으로 직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이들의 정체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교육부가 국책사업으로 운영 중인 계약학과는 ‘100% 취업’이라는 조건이 붙어 수험생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아 취업 걱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대학은 취업률을 높일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실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일찍이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학과는 기업과 학교, 그리고 학생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교육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 1세대 계약학과라고 할 수 있는 학과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꼽을 수 있는데요.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인지도를 자랑하는 이 학과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학과입니다. 삼성그룹은 지난 1996년 성균관대를 인수한 뒤 2006년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이 학과를 개설했는데요.

삼성전자 100% 취업 혜택을 앞세워 성균관대 자연계열의 간판학과로 자리매김한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잘 갖춰진 장학제도는 전국의 수험생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입니다. 이 학과는 입학생 전원에게 입학금을 포함한 4개 학기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데요. 이외 대학원에 진학할 시에도 전액 장학금을 비롯해 학업장려금까지 지급합니다.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삼성직무적성검사를 비롯한 소정의 채용절차만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는데요. 성균관대학교 관계자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디스플레이 및 삼성전자 입사, 인턴십 제공, 박사급 연구원의 강의 참여 등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역시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되는 학과인데요.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해당 학과의 신입생을 모집하기 시작했으며,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교육 혜택 등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거의 유사합니다.

이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지난해 4월 협약을 맺었는데요. SK하이닉스는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 학비 전액 및 보조금과 국내외 연수 기회 등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에 학부 성적과 인턴활동 내용 등을 토대로 SK하이닉스에 채용되는데요. 한 학년 정원은 30명으로 수시모집으로 25명, 정시모집으로 5명을 각각 선발한다고 합니다.

한편, 계약학과를 통해 미래 주력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 관련 학과의 학부생 충원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으나 업계에선 석·박사급 이상의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국내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전공자의 석·박사 졸업자는 계속해 감소하고 있어 ‘2020 반도체 산업인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연간 부족한 반도체 석·박사 인력만 해도 200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향후 10년간 총 3천 명의 반도체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두고 서울 소재의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고도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학업적 성과는 물론 오랜 기간의 연구 기간이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시행착오가 필요한 만큼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리라고 본다”라고 예견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석·박사급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계약학과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KT는 지난 2일 한양대학교와 손잡고 2년 과정의 석사과정의 ‘AI 계약학과’를 개설했다고 밝혔습니다. 모집 인원은 연간 20명 수준으로 학과의 학생들 전원은 입학금을 포함한 4개 학기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는데요. 학부시절 자연어 처리, 딥러닝, 기계학습 등 AI 관련 지식을 배운 학생들은 졸업 후에는 KT 융합 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AI 인재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전문 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AI 계약학과 개설을 통해 인공지능 우수인재 확보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입시전문가들은 취업보장 외에도 장학금, 국내외 연수 등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많은 계약학과는 늘 높은 경쟁률을 유지할뿐더러 일부 신설학과는 입시 데이터가 많지 않아 계약학과 진학 희망자들은 일찍이 수시 지원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데요.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요인 탓에 향후 고용시장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상 계약 학과의 인기는 날로 늘 것으로 점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