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물 앞을 지나갈 때면 도로 한복판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동상이나 조각상 등을 맞닥뜨리곤 하는데요. 이는 지역사회를 위해 제작되는 공공미술의 하나로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함과 동시에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각 지자체에서는 공공 조형물을 세워놓으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공공 조형물 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그러나 일부 공공 조형물들은 오히려 주변 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데다 흉물 논란까지 일어나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도로 철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엔 본래 취지와 달리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국의 공공 조형물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대형 조형물들을 자주 맞닥뜨리는 이유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요. 지난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의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의하면, 법으로 1만 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시 건축비의 1% 이하를 미술작품에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당시에는 권장사항에 불과했으나 1995년부터 의무화됐죠.

지난해 말까지 파악된 전국 지자체 공공 조형물은 총 6287점으로 6년 새 3천여 개가 증가한 것인데요. 문제는 조형물을 세우기 전 지역 여론 수렴이나 타당성 분석 등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드물어 막상 거액의 세금을 들여 설치했음에도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공공 조형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 2청사 인근에 설치됐던 ‘흥겨운 우리 가락’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은 이름과 다르게 네티즌들에게 ‘저승사자’라는 다소 섬뜩한 별명으로 불렸는데요. 날씨가 궂을 때나 밤에는 조명과 차가운 금속 재질이 어우러져 “눈 마주칠까 두렵다”라는 등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본래 작품의 의도는 저승사자와는 한참 거리가 먼 우리 전통 춤사위인 ‘한량무’를 형상화 한 것인데요. 해당 조형물을 만든 작가 안초롱 씨는 작품 의도를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한국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며 “한구의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가의 작품 의도는 대중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국세청이 탈세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세운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죠. 결국 민원이 끊이지 않은 탓에 세종시의 일명 ‘저승사자’ 조형물은 세워진지 수개월 만에 본래 설치된 곳으로부터 100여 미터 떨어진 17동으로 이전됐는데요. 비어있던 17동에 2016년부터 차례로 소방청, 행정안전부가 들어서자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에 “저승사자 조형물이 왠 말이냐”라는 반발에 부딪혀 설치된 지 4년 만인 지난해 12월 결국 철거됐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약사천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도 숱한 논란을 빚은 공공 조형물 중 하나인데요. 남자가 여성에게 꽃을 든 채로 고백하고 있는 상황을 연출한 해당 조형물은 남자 조형물이 조폭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짧게 깎은 머리, 금목걸이를 낀 채 일수가방을 겨드랑이에 낀 남성의 모습이 영락없는 조폭 같다는 것인데요. 춘천시가 지난 2018년 설치한 ‘프러포즈’라는 이름의 해당 작품은 로맨틱한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고백 안 받아주면 여자 큰일 날 것 같다”라는 반응을 시민들로부터 자아냈습니다.

해당 조형물을 두고 일어난 논란에 해당 작품을 설치한 춘천 조각 심포지엄 김수일 사무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못생기고 뚱뚱한 비(B) 급 인생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드러낸 것이지 조폭을 의도한 게 아니다”라며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과 같이 처음엔 다소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언젠가는 예술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주민들은 “많고 많은 예쁜 조형물 중에 왜 하필 험상궂은 깡패냐”, “주민들이 진즉 시청에 민원도 제기했는데 주민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왜 일방적으로 설치했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화장실이라는 별명이 붙은 공공 조형물도 있습니다. 경북 군위군은 특산물인 대추를 앞세워 지역 홍보를 한다는 목적으로 2016년 의흥면 수서리에 ‘어슬렁 대추 정원’을 조성했는데요. 이 정원 한가운데는 무려 6억 9500만 원의 세금이 투입된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화장실은 면 소재지에서 2.5km나 떨어진 탓에 이용객이 거의 없어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하는데요. 이 조형물을 두고 혈세 낭비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군위군 관계자는 “원래 조형물로 추진하다 화장실로 변경되면서 사업비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신던 신발로 만들어진 서울로 7017인근에 설치된 ‘슈즈트리’는 비에 젖은 신발들이 풍기는 악취로 철거돼야 했으며, 인천 송도 국제 신도시 센트럴파크에 있는 <갯벌 오줌싸개>동상은 ‘성기를 드러낸 모습이 불쾌하다’, ‘보기만 해도 수치스럽다’ 등의 반응을 자아내며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는 해당 동상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죠.

반면 공공 조형물의 좋은 예도 물론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으로 함평군의 황금박쥐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조형물을 받치고 있는 거치대까지 포함해 무게는 무려 470kg, 높이는 215cm에 달하는 거대한 이 조형물은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금박쥐가 1999년 대동면 일대에 서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함평군이 홍익대 디자인공학연구소에 제작을 의뢰해 만들어진 것인데요. 재료로 쓰인 순금은 당시 27억 원에 달해 세금 낭비라 비판 여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금값이 올라 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워낙 값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터라 본래 함평군은 도난이나 파손에 대비해 85억 원 상당 규모의 손해보험에 가입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2019년 3월경 황금박쥐상을 훔치려 해당 조각상이 전시된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 3인조 도둑이 든 적도 있습니다.

물론 세명 다 경찰에 붙잡혔죠. 해당 사건 이후 황금박쥐 상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증가하자 함평군은 같은 해 개최된 함평나비 대축제 기간에 황금박쥐 조형물을 야외에 전시했습니다. 기존 전시돼 있던 공간에서 야외전시장으로 옮기는 데만 보험료 및 전시대 제작비 등을 포함해 1억 5천여만 원이 들었다고 하죠.

공공 조형물을 설치 추진 과정에 있어 심의 과정의 공정성의 문제도 붉어졌는데요. 대구시의 경우 조각, 미술, 공예 등의 디자인 전문가와 시민 등 50여 명의 인력 가운데 10명 내외의 위원이 윤번제로 공공 조형물 심사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러나 해당 심의위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심사위원이 출품에 나서 사실상 ‘셀프 심의’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죠. 경기도와 서울은 심의 위원의 작품 출품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데요. 이 밖에 작품 설치금액의 일부가 건축주와 대행사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어 작가들이 정당한 창작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처럼 공공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작가의 다양성·작품 선정의 투명성을 위한 전문 대행 기관을 통한 공모, 적용 대상 건축물 연면적 상향 조정 등의 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대구시의 한 미술장식품심의위원은 “문화예술진흥법이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나 현재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창작자를 지원하고, 시민들이 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본래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수억의 세금이 쓰였으나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고만 공공조형물들의 사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들이 평소 눈여겨본 공공조형물은 어떠한 것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