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국내에서 스멀스멀 촉발되기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은 이제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는데요.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등을 돌린 대중들 탓에 일본 기업 매출은 국내에서 더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아예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브랜드들도 있는데요. 이 가운데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혐한 발언을 쏟아내던 브랜드가 결국 더는 못 버티고 한국 철수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불난데 기름 부은 격으로 혐한 발언을 쏟아내 결국 한국 대중들에게 혼쭐이 난 이 브랜드의 정체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현재는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널리 떨치고 있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미국, 프랑스 등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들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는데요. 그 가운데서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는 당대 최고의 미녀로 꼽혔던 김희선을 모델로 발탁해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매끈 매끈을 뜻하는 ‘스베스베’라는 일본어 의성어를 활용해 홍보했던 딥 클렌징 오일은 DHC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었는데요.


화장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당시 DHC는 특이하게 전화주문 방식으로 판매 유통 창구를 넓혀 2010년 3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죠. 그러나 DHC의 성장가도는 얼마 못 가 멈추게 됐는데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뷰티 브랜드의 성장과 에스티로터, 바비브라운, 샤넬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기세에 밀려 국내에서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의 입지는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때 2019년 8월 들불처럼 일어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국내 입점한 일본 브랜드들에게는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DHC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기보단 오히려 혐한 발언을 쏟아내 국내에선 브랜드 이미지를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예컨대 ‘NO재팬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일본 DHC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은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 “피카소는 작품성이 있어 비싼데 소녀상은 무언가를 복제한 느낌이 난다”, “한국이 무엇을 하든 간에 일본에는 별 타격이 없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손해 보는 쪽은 한국” 등 혐한 발언을 방송에 내보냈는데요. 이런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단순 불매운동을 넘어 DHC 퇴출운동이 국내에서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DHC는 CJ올리브영을 비롯한 국내 주요 뷰티 브랜드 매장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DHC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DHC 고위 관계자들의 혐한 발언은 멈출 줄을 몰랐는데요.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은 지난해 11월 공식 홈페이지에 ‘자포자기 추첨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쟁사인 산토리와 달리 DHC는 순수한 일본인 모델만 기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되는 점은 당시 글에서 ‘존(チョン)’이라는 일본 내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인데요.

일본 본사의 계속되는 혐한 발언에 한국법인 대표인 김무전 DHC 코리아 대표는 “DHC 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동의하지 않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본사와 선 긋기에 나섰지만 이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DHC 코리아는 사업 종료 소식을 알린 것인데요. DHC 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에 “좋은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국내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라며 “이달 15일까지 50% 굿바이 세일을 진행한다”라고 밝혔습니다. DHC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인데요. 이때 DHC는 구체적은 국내 사업 철수 배경은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K-뷰티 성장에 따른 브랜드의 입지 감소, 불매운동 지속에 따른 점진적인 매출 부진이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분석합니다.

한편, 불매운동의 여파로 국내 철수 소식을 알린 브랜드는 DHC뿐만이 아닌데요. 우선 같은 뷰티계열 중에서는 일명 ‘아오이유우 블러셔’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가 있습니다. 슈에무라는 올해 3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약 16년 만에 사업 철수 소식을 알려왔는데요.

당시 로레알 코리아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공개했는데요. 업계에서는 불매운동 이후 슈에무라의 백화점 매출이 약 20% 감소하는 등 결론적으론 매출 감소가 국내 사업 철수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불매운동과 코로나19가 겹쳐 한국에서 짐을 싸기 일보 직전인 일본 기업은 DHC, 슈에무라 말고도 더 있는데요. 할인 행사만 열었다 하면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이 늘어섰던 유니클로의 경우 2019년 186곳이었던 매장수가 약 1년 만에 144개로 줄었으며, 일본 맥주인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롯데 아사히 주류는 2020년 매출이 173억 원으로 2019년 대비 70% 이상 급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일본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데상트 키즈’와 닛산 자동차 역시 한국 철수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넘어서 한국 대중들이 국산품 애용에 대한 중요성을 전보다 널리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외 코로나19까지 번지면서 이왕이면 한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소비성향이 짙어져 일본 브랜드의 입지가 전보다 더욱 줄어든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잘 나갔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코로나19를 비롯한 일본 불매운동이 지금보다 사그라들지 않는 한 국내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들이 몸집 줄이기는 향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