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에서 나 일어날법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에 대한 재난 영화를 연상시키더니 이번엔 땅이 푹푹 꺼져 사람들이 밑으로 쑥 빠지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상시키는데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이 한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는 싱크홀 현상은 사람들이 사전에 조심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더 두렵게 다가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엔 싱크홀 현상과 관련해 도로가 마치 승용차 한 대를 삼켜버린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쏟아내린 지난 1일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한 주차장에서는 싱크홀 현상으로 자동차 한 대가 절반 이상 지하에 매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만일 차량 안이나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까지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는데요. 다행히 싱크홀이 발생할 당시 인근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어 인명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싱크홀에 빠진 자동차 사진은 순식간에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해당 사진이 공유된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창에는 “행운과 불운이 공존하는 사진이다”, “이번 기회에 문제가 있는 도로를 전수조사할 필요성이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눈물 날 만 일이다”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진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사건을 두고 소방당국은 지하에서 흐르던 물이 집중호우로 불어나면서 도로를 밑에서 받치고 있던 흙과 모래가 휩쓸려 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데요. 이에 더해 호우특보가 내려질 정도 충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당일, 가뜩이나 수분에 취약한 아스팔트에 빗물이 스며들고 차량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짐작도 나옵니다.

문제는 싱크홀 현상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달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싱크홀은 지난 2015년 186건을 기록한 이후, 2016년 255건, 2017년 279건, 2018년 33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싱크홀은 흔히들 갑작스레 일어나는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원인을 조사해보면 싱크홀이 발생한 인근에서 공사를 하고 있거나, 노후된 상하수도의 손상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잦아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되는데요.

특히 노후된 상하수도 시설은 싱크홀 현상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싱크홀 사고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후된 상하수도의 누수 혹은 손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는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국의 상하 수도관 3분의 1이 20년 이상 노후화됐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설치된 지 30년 이상이 된 노후관의 길이는 무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70여 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라고 하는데요. 즉 노후화된 상하 수도관이 문제를 일으켜 싱크홀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죠.

그간 정부에서도 싱크홀 문제에 관해 마냥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요.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 지하 사고조사 위원회는 싱크홀 현상으로 부상자, 실종자, 사망자 등이 3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고 경위와 원인 조사에 나서고 있으며, 예산 290억 원을 들여 ‘지하공간 통합 지도’ 제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처가 다소 안일하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중앙 지하 사고조사 위원회가 가동된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말까지 약 2년간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의 경위 파악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조사 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충족되는 싱크홀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정부가 보다 싱크홀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시민단체가 언급했듯 지난 2019년엔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급작스레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54살 A 씨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안전사회시민 연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 사고는 명백한 사회적 참사이자 인재”라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막아야 한다”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편, 싱크홀은 비단 국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데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의 올해 1월 호에는 싱크홀이 20년 뒤엔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스페인 지질·광업연구소(IGME) 등 국제연구진은 세계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6억 3500만 명이 향후 20년 안에 싱크홀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연구진은 싱크홀 현상을 일으키는 데는 홍수·가뭄 발생 빈도, 지하수 고갈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특히 아시아 지역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싱크홀 사고 발생 위험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국내 민간 기상기업 관계자는 “모든 땅속에 관측 장비를 넣어 지반이 약해지는 곳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긴 어렵다”면서도 “석회암 지역의 경우엔 지주 보강 작업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하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강철 지주를 설치해 땅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강철 지주가 집을 떠받치고 있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요. 문제는 한 번 작업하는데 드는 비용이 5억여 원이 들어 개인이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외 지하수를 지금보다 덜 남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 역시 싱크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기됐습니다. 지금까지 도로 위 지뢰라고 불리는 싱크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싱크홀이 대규모 인재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국토부의 정기적인 점검을 비롯한 지반 특성을 반영한 공사계획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