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인륜지대사로 불리던 결혼식 풍경마저 바꾸어 놓았는데요. 많은 이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 현재, 규모가 큰 웨딩홀을 예약했던 예비 신혼부부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번진 지 2년 여가 돼가는 요즘은 소규모 결혼식이 번지고 있다곤 하지만 지금껏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은 ‘인생에 한 번 있는 행사’라는 마음으로 큰돈 들여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가의 결혼식 풍경에는 못 미치더라도 남들이 다 하는 것만큼의 결혼식을 치르는데도 큰돈이 드는 것이 현실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범죄에 가담하게 된 예비 신혼부부들도 나타났습니다. 일생에서 중대한 행사이긴 하나 하루 동안의 짧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 때문에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생기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선 최소 얼마간의 비용이 들까요웨딩컨설팅 업체인 듀오웨드가 지난해 발간한 ‘2020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신혼부부가 결혼을 위해 쓴 비용은 평균 1억 5332만 원으로 집계됐는데요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마련을 제외하고도 오로지 결혼식을 위해 써야 하는 비용만 1246만 원에 달했습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로 특정되는 결혼 적령기에 1억여 만 원의 돈을 모으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항목들에 빠듯한 예산을 잘 조율해야 하죠. 웨딩업계에 따르면보통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웨딩홀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메이크업), 신혼여행가전가구예복예물예단한복 등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요이때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닿는 유혹의 손길이 있습니다바로 현금 할인의 유혹이죠.
 
업계에 따르면결혼 관련 업체는 현금 결제 시 일정 금액이 할인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이때 특이점은 현금결제를 한다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은 발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신혼부부는 할인된 비용으로 스워드 메, 웨딩홀한복 등을 이용해 예산 부담을 덜 수 있고업체는 매출을 감춰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으니 이 같은 관행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는데요.

업체 측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한 웨딩 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고자 제휴 업체와 현금으로 거래를 하고 있어 가격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불가피한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마진을 덜 낸다 하더라도 세금을 내는 것보단 현금 할인을 해주는 게 났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예비 신혼부부들은 현금으로 결제할 시 정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맞을까요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냅니다예컨대 현재 운영 중인 결혼 관련 업체의 상당수가 계약서에 피팅비 별도’, 출장비 별도’ 등 갖가지 항목에서 정확한 액수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업체가 전체 가격만 공지할 뿐 개별 항목에 대해선 정확한 금액을 공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가격 설정을 판매자의 직업윤리의식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즉 할인된 가격이 전혀 아님에도 할인된 가격이라고 판매자가 말할 시 이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박모 씨는 결혼식 때 입을 한복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업체 측과 언성을 높일 일이 있었는데요한복 값이 65만 원에 달했음에도 업체 측이 현금 할인을 해줬기에 현금영수증은 40만 원어치만 해준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박모 씨가 이에 항의하자 업체 측은 40만 원어치라도 해준 게 박 씨의 편의를 봐준 것이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요. 박 씨는 결혼식을 올린 주변 지인들로부터 말해줘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직접 당하고 보니 업체가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 같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현금영수증 미발행을 조건으로 현금결제를 한 예비 신혼부부들은 할인도소득공제도 못 받고 업체의 탈세만 묵인하게 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데요서울 소재 대학의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웨딩업계의 탈세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만 소비자 신고가 아니면 탈세를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금 할인 상술에 넘어가면 예비 신혼부부들도 업체의 탈세를 돕는 격이니 주의가 필요하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업체가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겠다고 나와도 예비 신혼부부가 자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요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를 통하면 가능합니다현금 거래명세서를 비롯해 업자가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했다는 증거가 있을 시 업체의 상호와 사업자등록번호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는데요해당 신고가 국세청 홈텍스를 통해 접수되는 순간 현금영수증 발급이 이뤄지며 신고가 들어간 이후 업체가 뒤늦게 부랴부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하더라도 이는 무의미합니다.

한편코로나19가 번진 이후 결혼식 절차를 대폭 간소하거나 아예 결혼식을 치르지 않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는데요결혼식을 한다 하더라도 철저한 방역은 최우선시 하는 사항이 됐습니다신부대기실 대신 밀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신랑신부가 함께 하객을 맞이하거나손님뿐만 아니라 신랑·신부까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죠.

답례품 문화 역시 코로나19가 변화시켜놓은 것 중 하나인데요기존엔 결혼식을 찾아와준 하객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챙겨주는 개념이었던 답례품은 감염 우려가 높은 뷔페 식사 이용권 대신 백화점 상품권 혹은 건강식품 등 실용적인 선물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한층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결혼식장에 49명밖에 입장 못하는 등 결혼식과 관련된 제약들이 한 층 강해져 예비 신혼부부들을 뿔나게 만들었는데요이에 전국 신혼부부 연합회는 결혼식 인원 규제 및 예식장 위약금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번 달 19일 진행된 시위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 대신 트럭시위로 행해졌는데요트럭 전광판에는 위약금 수백만 원은 예비부부의 몫’ ‘손해 안 보려는 예식장등의 문구가 담겼습니다연합회 측은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콘서트장은 최대 2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면서 결혼식이라는 이유로 49인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라고 토로했는데요.
 
실제로 거리 두기 4단계 이후 예식장 위약금 관련 상담 문의는 500건 넘게 접수되는 등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예비부부들의 불만은 점차 더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지금까지 그간 암암리에 행해져왔던 웨딩 업계의 탈세 소식과 코로나19가 뒤바꿔놓은 결혼식 풍경에 대해 알아봤는데요여러분들은 유독 결혼식에만 방역 규정이 깐깐하게 적용된다는 이들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