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점차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 CEO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미뤄뒀던 사업에 다시금 재시동을 거느냐 혹은 한발 물러서느냐에 대한 것인데요. 현재로선 삼성가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선택에 재계의 이목이 몰린 상태입니다. 10년에 달하는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그녀의 숙원사업 정체가 무엇이며 관련 업계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데요. 연세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서 평사원으로 일하며 첫 경영수업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후 지난 2001년경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소속을 옮긴 이부진 사장은 고속 승진을 거듭한 끝에 2010년 호텔신라의 대표이사자리를 맡게 됐는데요. 이로써 그녀는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경영권 세습이 일반적인 국내 기업문화에서 재벌 2세, 3세들이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기업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부진 사장의 경우 오너리스크에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때론 화통한 이부진 사장의 경영스타일이 고 이건희 회장과 비슷해 그녀에게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붙여줬는데요. 이부진 사장은 재작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한국 여성으로선 유일하게 100위에 든 바 있습니다.
면세 부문의 매출을 크게 끌어올려 호텔 사업부문에서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이부진 사장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온 사업이 있는데요. 바로 한옥호텔 사업입니다. 그녀는 2010년 사장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한옥호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전통 한옥호텔을 만들어 다른 현대식 고급호텔과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한옥호텔 사업이 건너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녔는데요. 우선 한옥호텔이 건립될 장소로 낙점된 남산이 당시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관광숙박시설 증축이 불가했습니다. 20년간 기존에 이미 있던 시설에 대한 유지 보수 작업만 가능했는데요. 하지만 서울시는 2011년 돌연 조례 제정을 통해 전통호텔에 한해선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허용토록 했습니다. 이후 곧바로 서울시가 이부진 사장을 위해서 조례를 바꾼 것이라며 재벌 특혜논란이 일었지만, 그녀는 여러 말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는데요. 이후 이 사장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한옥호텔 건립 계획서를 무려 4차례나 연속 돌려보낸 것이죠. 당시 호텔신라는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호텔, 지하 6층 규모의 주차장과 지상 4층 높이의 면세점으로 지을 작정이었는데요. 하지만 해당 지역에선 건물 높이 3층 건물만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죠. 이에 호텔신라 측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이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호텔신라는 건물 높이를 지상 3층으로 줄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외에도 지하주차장 건립, 7100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원 조성, CCTV 설치 등 공공 기여 부문을 늘리기로 약속하면서 사업이 추진된 지 약 6년여가 지난 2016년 3월이 되어서야 한옥호텔 건립 계획서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뜰 수 있었던 한옥호텔은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당시 호텔신라는 10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뒤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기에 예정대로라면 오는 8월 공사가 다시금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사가 늦춰짐에 따라 애초 오는 2023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했던 한옥호텔은 완공일을 2024년 5월로 늦춘 상태인데요. 지난 20일 호텔신라 관계자는 “중단했던 공사를 8월 재개할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상황을 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옥호텔 공사 재개 여부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은 현재 호텔신라의 경영실적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숙박업의 특성상 코로나19의 영향을 못 피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호텔신라는 185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호텔신라가 상장 한 이후 29년 만에 첫 연간적자를 기록한 것인데요. 이 때문에 이부진 사장은 평균 급여를 20% 줄이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 및 주4일제를 시행해야 했습니다. 다만, 실적은 올해 1분기부터 차츰 개선되고 있습니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66억원을 돌파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던 면세점 사업 부문에서 417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이밖에 부채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호텔신라의 재무상황 역시 걸림돌로 작용할 거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데요. 지난해 1분기 호텔신라의 부채 총액은 약 2조2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00%를 넘습니다.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은 재작년 286%, 지난해 364%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옥호텔 부대시설 공사를 위해 공사비 2318억원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일각에서는 공사 재개와 중단 모두 결정 내리기 부담스러운 형국 속 이부진 사장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나가는지에 따라 그녀의 리더십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한옥호텔이 완공된다 할지라도 객실 수가 43개밖에 안돼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백신 보급으로 인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업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예상했습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호텔신라는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면세에 치중하면서 호텔확장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라며 ”계획된 한옥호텔 투자를 연기하면 당장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을 순 있겠으나 미래 경쟁력에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뒤처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오랜 기간을 끌어온 만큼 우여곡절도 많이 겪은 한옥호텔 사업이 공사 재개에 들어가 추후 국내 대기업이 소유한 최초의 한옥호텔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