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단어가 머릿속에 여럿 떠오르는 걸 보면 이는 허울뿐인 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직업윤리를 저버린 일부의 일탈 행위가 그 직업군 전체를 비하하는 용어를 만들어낸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 고민 상담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비연예인 출연자가 본인의 직업에 따르는 안 좋은 선입견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며 부모님께도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못하겠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어떤 직업들이 기피 직업이고, 그렇게 된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작용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판매 직업군을 비하할 때 흔히 ‘팔이’라는 접미사를 사용하곤 하는데요. 그 중 ‘용팔이’, ‘차팔이’, ‘폰팔이’는 유통계 3대 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들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용팔이는 용산전자상가 상인을 멸시할 때 사용하는 비속어입니다.

주로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컴퓨터용품·전자기기 등을 판매할 때 폭리·폭언을 일삼는 일부 전자상가 상인들 때문에 붙여진 오명인데요. 용팔이들의 판매행위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암호화폐 채굴 붐이 일면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용팔이들을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현재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작년에는 온라인에서 90만 원대에 판매되던 엔디비아의 최신 그래픽카드 ‘RTX3080’가 용산 판매점에서 무려 115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돼 큰 논란으로 번졌는데요. 당시 해당 그래픽카드는 용산 상인들의 사재기로 인해 용산 외에는 구매가 힘든 상황이었던지라 ‘과도한 매점매석’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당시 인터넷상에서는 ‘용팔이 당했다’라는 용어가 통용됐을 정도인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에서는 아예 쿠팡과 같은 오픈마켓에서만 제품을 납품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총판업체인 인택엔컴퍼니는 지난해 RTX3080을 용산전자상가가 아닌 쿠팡, 오픈마켓에서만 유통했습니다. 높은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던 일부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의 행태를 더는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네티즌들은 용산전자상가를 거치지 않고 오픈마켓에 제품을 납품하겠다는 제조업체의 결정에 환희를 불렀습니다. 네티즌 A 씨는 ”오픈마켓에서 판매를 하면 가격을 수시로 올릴 일도 없을 것이고, 단순 변심에도 교환·환불이 가능하다“라며 소비자 보호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용산전자상가 상인들도 소상공인인데 오픈마켓에서만 제품이 유통될 시 상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날 선 의견을 냈습니다. B 씨는 ”소상공인는 본인들이 최소한의 세공,가공,제조 등을 거쳐 부가적인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소상공인이라고 한다“라며 ”중간에서 숟가락만 얹어 몇십만 원의 마진을 남기는 사람들은 소상공인이라고 볼 순 없다“라고 일침을 날렸습니다.

‘차팔이’는 자동차 판매원을 비하하는 용어입니다. 특히 국내 중고차 시장은 어느새 불친절, 가짜 이력, 허위 매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있기도 하죠. 실제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중고차 매매 상인들의 횡포를 폭로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이 밖에 차가 출고될 시 딜러가 제공하는 ‘선심성 서비스’에 해당하는 선팅과 블랙박스는 ‘안 하니만 못하다’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차량 구매 정보를 주고받는 블로그에서는 ‘믿고 거르는 딜러 선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차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선입견이 더해져 자동차 판매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데요.


그렇다면 정말로 자동차 판매원은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큰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일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답은 ‘NO’입니다. 자동차 판매원은 영업직이다 보니 현대·기아 등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판매 매장에서 일하지 않는 경우 기본급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외제차를 판매하느냐 국산차를 판매 하느냐에 따라, 혹은 차량 가격에 대에 따라 판매원에게 주어지는 수수료는 천차 만별이데요. 관련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2500만 원 차를 팔았다고 가정했을 시 각종 세금을 제하면 64만 원 정도가 판매원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올해 월 최저임금을 계산했을 시 최소 한 달에 세대 이상을 팔아야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최근 코로나 19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한 달에 차량 세 대를 판매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자동차 판매 업자들은 토로합니다.

폰팔이는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직원을 비하하는 용어로 이들은 ‘무법호객’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요. 직장인 안모 씨는 “퇴근길은 가뜩이나 피곤한데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이 불쑥 내 손목을 잡더니 매장 안으로 끌고 가려 해 상당히 불쾌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신체를 잡아당기는 행위 외에도 캣콜링(길거리 성희롱) 과 같은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의 막무가내 호객 행위가 논란이 된 적은 여러 번인데요. 이들이 이토록 공격적으로 호객 행위에 나선 이유는 판매 실적이 수익과 직결되는 수익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휴대전화 판매원은 자동차 판매원과 마찬가지로 직영점에서 근무하지 않는 이상 기본급을 받지 않고, 휴대전화를 하나 팔 때마다 그에 따른 수익을 받습니다. 이때 고객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할수록 판매 직원이 얻게 되는 수익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높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죠.

판매 점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이동통신 판매점을 운영하는 점주 박모 씨는 “최근 모 통신사가 고가 요금제를 내놨는데 이 요금제를 고객에게 판매하라는 실적 압박이 보통이 아니다”라며 “할당량만큼 판매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되니 우리도 난감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 밖에 기초 생활 수급대상자, 주부, 직업학교 훈련생 등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인력파견’, ‘아웃소싱’을 중개하는 업체도 ‘없는 사람들을 착취한다’는 오명이 덧씌워져 있는데요. 파견 업체가 인력을 공급하고 받는(임금 5~15%) 이외에도 원청에서 주는 4대 보험 비용을 빼돌려 불법 이익을 취하는 곳도 암암리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파견 직원들은 노동자임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들이 겪는 문제는 노동법으로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 내에서 해결되지 못한다는 부작용도 발생하는데요. 최근엔 코로나 19 확산 이후 무급휴가 및 권고 사직을 강요 당하는 파견 직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직업을 조롱하는 특정 단어가 존재하는 몇몇 직업군들에 대해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이유와 그 배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음은 분명하기에 직업 비하 단어를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제적으로 그 단어가 쓰이게 된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이를 위해선 업계의 자정노력에 맡김과 동시에 용팔이의 경우 ‘사재기 금지’를, 폰팔이의 경우 ‘신체적 접촉이 들어간 과도한 호객행위 금지’ 등 법적인 제도 정비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문제 해결에 더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