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정 시대에 ‘철밥통’이란 수식어로 불리는 공무원은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 있는 직업입니다. 선호도에 힘입어 공무원 경쟁률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요. 특히 5급에 해당하는 외교관 선발시험은 37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할 정도로 합격하기 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런데 이토록 좁은 합격문을 통과하고도 2년여 만에 외교관이 아닌,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난 이가 있어 화제입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최원준 해군 중위입니다. 그는 국립외교원 5기생으로 2018년 외교부에 임용돼 약 1년 9개월가량 외교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외교부 재직 당시 최 중위는 ‘외교부 스타’로 통했습니다. 외교부 유튜브 공식 계정에 게재된 신입 외교관으로서 그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큰 인기를 끈 것이 이유였지요. 해당 영상은 지금껏 54만 회를 훌쩍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입니다.

풋풋한 사회초년생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해당 영상에서 최 중위는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합격 소식을 확인하면 소리를 지를지, 막 뛰어다닐지 고민이었다“라며 ”막상 합격 소식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에는 ‘아,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가장 컸다“라고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최 중위와 연수를 같이 받았던 동기는 ”프랑스 대사 앞에서 불어로 연설할 정도로 우리 기수 중 불어를 가장 잘하는 친구“라고 그를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우선 외교관이 되기 위해선 총 3차례의 선발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1차 선택형 필기시험, 2차 논문형 필기시험, 3차 면접시험을 모두 통과한 이들만이 최종적으로 국립외교원에서 1년 동안의 정규과정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때 1차 필기시험에서 평가하는 항목만 하더라도 헌법, 영어, 한국사는 필수이며 제2외국어 평가를 위해 중국어,일본어,독일어,불어,스페인어 중 한 개를 택해 시험을 쳐야 합니다.

또한, 공무원이 되려면 반드시 쳐야만 하는 PSAT(공직적격성테스트)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외교관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시험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하죠.

외교관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많음에도 외교관이 되려 하는 이들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5급 공채 시험 응시자 수는 작년 대비 2000명가량 증가했으며, 그중 외교관 선발 시험 경쟁률은 1년 새 24.7:1에서 37.3:1로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이렇듯 외교관이 많은 이들에게 선호되는 이유는 그들이 받는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외교관은 파견국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우선 외교관과 그 직계 가족에게는 1961년 만들어진 ‘빈 협약’에 따라 면책 특권이 적용됩니다.

범죄행위를 하더라도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것이죠. 또한, 외교관 본인 및 직계가족에게 발급되는 외교관 여권을 통해 이들은 공항의 VIP 혜택을 이용할 수 있고, 파견 대상 국가에서 조세 면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교관은 외교부 소속 공무원으로 일반 공무원 연봉체계를 따릅니다. 5급 공무원은 초봉은 세전 5000만 원 초반, 실수령액은 4000만 원대로, 전문직이나 대기업 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볼 수 있으나 추후 최대 176만 원까지 공무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그가 외교관이란 직함을 내려놓고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로 한 사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그가 준비해야 했을 것들이 상당했을뿐더러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메리트’가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이 모든 혜택을 내려두고, 그가 외교관 대신 해군 중위가 되기로 결심했던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129기 해군·해병대 학사사관 임관식에서 본인이 해군이 되기로 한 결심한 이유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그는 “아덴만 인근에 있는 마다가스카르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 청해 부대가 그곳에서 국익을 위해 활약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외교와 안보는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튼튼한 안보를 위해 주어진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중위가 해군이 되기로 결정한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한 청해부대는 한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입니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예멘과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목적으로 아라비아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데요.

올해 3월 수에즈운하 좌초로 한국 국적 선박들이 위험해 처했을 때 청해부대가 단숨에 출동해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현행법상 5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년 3개월간 병역 의무를 이행할 때는 초임 계급이 중위 이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최 중위는 입대 동기들 가운데 유일하게 중위로 임관했습니다.

직업군인이 받는 혜택도 만만치 않은데요. 우선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해군 중위의 평균 연봉은 3320만 원입니다. 향후 중위에서 대위로 승진하게 될 시 평균 연봉은 5292만 원으로 2000만 원가량 훌쩍 오르게 됩니다. 또한, 최근 군인 봉급이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요인 중 하나인데요.

특히 전국 14개의 국군 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의료지원 혜택 역시 다른 직업군에선 찾기 힘든 직업군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복지혜택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렇게 ‘공무원은 평생직장’이라는 세간의 통념을 깨고 본인의 꿈을 찾아 또 한 번 도전한 최원준 해군 중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외교관에서 해군 장교로 탈바꿈에 성공한 그의 앞으로의 앞날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