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일요일 밤 11시에 볼 수 있던 KBS2 다큐 3일을 기억하시나요? 제한된 72시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던 다큐멘터리였죠. 이 중 화제가 된 에피소드들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큐 3일 노량진 신림동 고시생들의 근황’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는데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해당 방송에 출연했던 출연진들의 근황이 전해졌기 때문이죠. 11년 전 노량진과 신림동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이들.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요?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큐 3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고시촌’에 출연한 오가영 씨. 부모님과 함께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을 시작으로 방송에 등장했죠. 법원직 9급 공무원을 처음 시험을 준비하며 대구에서 올라온 가영 씨는 학교를 휴학하고 노량진행을 결심했습니다.

부모님은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딸이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에 고심 끝에 가영 씨의 선택을 지지했죠. 막상 허락은 했지만 노량진에서 혼자 공부하며 살아갈 딸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가영 씨는 “노량진에 오니 딴 세상 같다”, “이제 자유는 없구나”라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죠.

11년이 지난 가영 씨의 근황은 다큐 3일 ‘10년의 기억’과 SNS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방송이 방영된 지 6년 뒤 찾아갔을 때 가영 씨는 이미 5년 차 법원직공무원이었던 것이었죠. 노량진에서 시험 준비 1년 만에 합격해 현재 대전지방법원 실무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같은 다큐 3일 프로그램 노량진 편에서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최선애 씨의 이야기도 그려졌습니다. 최선애 씨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직장이 없다는 것 자체도 불안정하고 불안정한 목표를 위해 매일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20대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바치고 있다고 말했죠.

최근 최선애 씨는 임용고시에 합격해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한 인터뷰가 실린 글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의 첫 수업은 시작됐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수업했던 그 순간은 첫사랑과의 만남처럼 설렜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죠.

노량진에서 신림동 고시촌으로 건너간 다큐 3일에선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용호 씨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독서실을 나서는 이용호 씨는 집이 서울이지만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평가사님’이라는 글씨를 보면 설레다며 “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부족하지만 그 확신을 채워가는 과정이니까 꼭 달고 싶어요. 이름 뒤에 ‘평가사’란 이름 꼭 달고 싶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누군가는 꿈을 이룬 추억의 장소라고 하고 누군가는 청춘을 저당잡힌 감옥이라고 하는 이곳에서 28살의 이용호 씨는 몇 년 후 신림동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10년이 현재 그는 그토록 바라던 평가사를 이름 뒤에 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11회 감정평가사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사법고시 준비를 하던 김한수 씨는 로스쿨과 동반 입대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서울대 법대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인생 어떻게 살아갈까. 사법고시도 없어지고 로스쿨도 생기면..”이라며 친구에게 “우리 군대 가야 하지 않냐. 우리 동반 입대하자”라며 장난스러운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한수 씨는 5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42기가 되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사법연수원 에피소드를 담은 다큐 3일 프로그램에 우연히 재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현재 김한수 씨는 공군 법무관 장교로 전역한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지금도 수많은 수험생들이 노량진과 신림동 고시촌에서 열심히 꿈을 키워나가고 있죠.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동떨어져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만 합격하는 사람들은 절반이 채 안 됩니다. 이들은 다가올지 확신할 수 없는 막연한 미래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죠. 하지만 언젠간 내가 바라는 그 모습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훗날 자신이 공부했던 공간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