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여유를 찾아준 설립 10주년 차 이커머스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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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저희의 고객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라는 것이죠.”

딜리셔스가 올해 1월 570억 원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아 총 825억 원 규모의 누적 투자액을 기록했습니다.  딜리셔스는 동대문 시장 B2B 플랫폼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도소매 전자상거래 기업인데요. 동대문 패션 시장을 기반으로 도소매 거래 플랫폼, 풀필먼트 서비스, 광고 플랫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인 ‘신상마켓’을 통해 동대문의 오프라인 시장을 최초로 온라인으로 디지털화하여 빠르게 성장했는데요.

국내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신상마켓(법인명 딜리셔스)의 사옥 / 딜리셔스

얼어붙은 투자시장과 스타트업 혹한기임에도 올해 1월 54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2021년 5월 기준 가입 도매 매장은 1만 8천 개, 누적 앱 다운로드는 100만 건으로 점점 더 사업의 규모를 확장해나가고 있다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커머스가 활성화되면서 브랜디,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꾸준히 생겨나는 추세임에도 딜리셔스가 2011년부터 10년 넘게 꾸준한 성장세와 어려운 투자 시장 속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까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장홍석 공동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동대문 시장 B2B 유통 플랫폼 신상마켓(법인명 딜리셔스)의 장홍석 공동대표 / 딜리셔스

Q. 동대문 B2B 서비스는 어떤 건가요?

“저희는 동대문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 도매시장을 디지털화해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신상마켓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실 동대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저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감이 잘 안 잡히실 수도 있어요. 쉽게 설명드리자면, 온라인 동대문 패션 시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옷을 쇼핑하러 동대문에 방문하신 경험이 있겠지만, DDP 뒤편에 있는 도매 상가는 잘 모르실 거에요. 그곳은 일반 소비자들이 가기보다는 주로 소매하시는 셀러분들이 오프라인으로 방문해서 옷을 소싱하시거든요. 이렇게 도소매가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시장이 약 50년 정도 이어져왔는데, 저희가 처음으로 디지털화해서 이 관념을 깨버렸어요. 저희 앱만 켜면 그날 신상을 한눈에 확인하고 상품, 가격 등을 확인하며, 시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주문을 통해 물건을 집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거든요. 이로 인해 더 이상 셀러분들이 제품 소싱을 위해 새벽에 동대문을 왔다 갔다 하실 필요가 없어졌죠.”

2013년 론칭한 신상마켓은 8년 만에 동대문 전체 도매 사업자의 80%가 이용하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 딜리셔스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동대문 시장

Q. 앞으로 가장 풀어나가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요?

“시장이 워낙 큰 만큼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글로벌화에요. 패스트 패션 특성상 속도가 빠르고 재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큽니다. 이것을 감안하기 위해서는 글로벌로 확장시킬 수밖에 없기에 동대문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래의 글로벌 표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가 올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더러, K-패션의 글로벌화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거든요.”

장홍석 공동대표의 등장 이후로 딜리셔스는 카드사, ERP 솔루션 운영사 등과 협업하며 성장 폭을 넓히고 있다. / 딜리셔스

K-패션의 글로벌화

Q. 글로벌화의 첫 단추는 어디서 시작하실 예정인가요?

“일본입니다. 오늘(인터뷰 당일인 8월 31일) 마침 앱 출시가 됐어요. 기존 앱은 업무 지원 및 결제 시스템 자체가 글로벌에 최적화된 형태는 아니었기에 오늘이 저희 회사의 역사에서 정말 중요한 날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일본 패션업계의 문제점들을 독보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많은 분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고
이를 기반으로 계속 개선하는 식으로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Q. 일본을 처음 타깃 시장으로 보신 이유는요?

“우선 일본은 물류에 정말 중요한 요소인 문화적, 기후적 유사성이 있고요. 패션 시장의 규모가 국내의 2배 정도로 추정이 되는 반면, 온라인 커머스의 침투율은 국내의 1/3 정도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일본에 주요 도매시장이 없다는 점이죠. 동대문 K-패션 생태계처럼 자체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클러스터가 전혀 없더라고요. 또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 및 솔루션이 보다 낙후되어 있어요. 기본 15년 이상 된 솔루션이 대부분이죠.

아마 일본 문화 특성상 온라인으로 무엇을 구매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커서 더 그랬을거에요. 대면과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 이 모든 고민거리가 코로나로 인해 종료되었죠. 저희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고, 현재 글로벌하게 흥행하고 있는 K 콘텐츠를 활용해서 영향력을 미치면 일본이라는 시장에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해요.”

딜리셔스는 월 거래액 760억을 이루며, 누적 거래액 2조 원을 돌파했다. / 딜리셔스

Q. 타 플랫폼과 다른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인 B2C 기업들은 일반 소비자를 고객 대상으로 삼아 마케팅을 진행해 수익을 보지만, 저희는 사업자분들이 고객이다 보니 무조건 그분들의 사업 성장이 곧 저희의 이익이 되거든요. 도매분들이 더 많은 오더를 받음과 동시에 저희가 같이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또한, 패션 셀러라는 소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옷을 소싱할 수 있는 거래처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안정적인 소싱처들을 발굴하는 게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아요. 오프라인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에서는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찾아봐야 하고, 어디에 어떤 옷이 있고, 어떤 가격인지, 디테일한 정보를 다 알기가 힘들죠. 하지만, 신상마켓 플랫폼을 통해 그런 수고로움을 완전히 줄여드렸다고 생각해요. 동대문의 80~90% 이상의 도매상분들이 저희 플랫폼을 이용하고 계시기 때문에, 꼭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모든 것의 소싱이 가능해졌죠. 또, 타 패션 플랫폼에서도 90% 이상이 저희 고객이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패션 소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저희가 필수적인 가치를 제공해 드리고 있는 거에요. 저희는 B2B이기에 소매업자와 고객을 연결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도매와 소매업자를 연결해 드리기에 이 모든 게 가능한 거죠.”

Q. 마케팅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고요.

“B2C는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거나, 혹은 고객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저희 같은 B2B 기업은 불가능해요. 비용이나 시간을 할애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시고,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저희와 함께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사업 초기에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었어요. 온라인으로 찾을 방법도 없었기에, 그저 오프라인으로 직접 다니며 알리는 방법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잘 쌓이다 보니 여기까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딜리셔스 강남 사옥에서 진행된 오픈 이벤트 전경 / 딜리셔스

Q. 합류 전후를 비교했을 때 사업 계획의 변화가 있었나요?

“코어 사업에 대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이 꾸준하게 잘 성장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글로벌에 있어서 조금 더 큰 가능성 보고 있는 이유도
해외에 저희 대체재가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대체재라 하면 직접 방문하거나 에이전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상황이죠. 이로 인해 저희가 드리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희가 이번 기회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수익적인 관점에서도 기여하는 것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상마켓은 동대문 도매업자와 전국 의류 소매상을 연결하여 소매업자는 동대문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보고 주문할 수 있고, 도매업자는 신규 거래처 확보에 용이하다. / 딜리셔스

 

다양한 상품 셀렉션을 글로벌 마켓에 공급하고 이를 새로운 수요로 연결해 동대문 패션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딜리셔스

Q. 앞으로의 향후 방향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대략 10여 년 동안 오프라인 체제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데 정말 집중했거든요. 사실 저희가 50년 동안 생성된 이 생태계를 온전히 다 이해하기는 힘들어요. 겉에서 보았을 때 문제점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정말 많았음에도 저희는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그 시장 속으로 들어가 보면 다 이유가 있을 거고 당연한 걸 수도 있기에 존중하는 게 맞고 중요하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 생태계를 존중하며 디지털화의 변화를 시도했었다면, 앞으로는 이분들 사업에 있어서 직접적인 가치를 만들어드릴 수 있도록 더 집중하려 해요. K 패션의 수요를 글로벌로 확장시켜드리고, 사장님들 사업에 주문과 매칭을 많이 해드려서 사업적으로 성공을 도와드리는 것이 향후 방향이자 저희 회사의 미션이겠네요.”

딜리셔스의 성장을 견인한 건 신상마켓 플랫폼으로 하루 평균 2만 4000건의 거래가 발생한다. / 딜리셔스

Q. 스타트업으로써 10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인데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10년간 쌓은 저력 중 가장 큰 저력은 무엇인가요?

“10년이라는 긴 시간 유지할 수 있었던 내부적인 요인은 꾸준함인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쌓은 신뢰도 한몫했을 겁니다. 같은 맥락이지만 사업자분들은 도움이 되지 않으면 냉정하게 끊어내시거든요. 또 처음 보는 서비스라면 믿고 거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으실 거예요. 이게 하루 이틀 동안 특별한 활동을 통해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저희가 진정성을 가지고 10여 년 동안 시장을 존중하며 그들의 사업을 도왔기에 믿고 받아들여주신 거라 생각해요. B2B는 워낙 마케팅이 힘들기도 하고, 저희가 그분들의 불편사항을 하나하나 다 캐치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10년 동안 반복해나갔기에 지금 현재의 딜리셔스가 있는 거고, 고객분들 역시 저희만의 사업적인 효용이나 진정성에 대해 인정하고 동의해 주신 것 같아요. 꾸준함과 신뢰로 쌓아올린 것들인 거죠.”

딜리셔스의 신상마켓 서비스로 인해 새벽같이 동대문을 방문하는 도소매업자들의 수고로움이 덜어졌다. / 딜리셔스

Q. 최근에 가장 의미 있었던 사업 성과라고 꼽을 만한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일본 시장 진출이죠. 일본 다음 타깃은 중국인데, 중국은 사실 올해 초부터 이미 사업 진행을 하고 있었어요. 일본은 직접 진출 형태라면, 중국은 에이전시를 통해 소매분들이 한국에 오시는 형태로 진행 중입니다.현재는 이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가파르게 성장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보통 연중으로 봤을 때 10월 11월이 가장 최대 성수기인 것 같은데, 남은 기간 동안은 점점 더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대표님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따로 있으신가요?

“세 가지를 이룰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우선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건강한 조직문화로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이며, 세 번째는 저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고 세상을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에요. 동대문 생태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아직도 이 시장의 잠재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련 업계 분들이랑 함께 더욱 성장해나가고 싶네요.”

지금까지 K 패션 생태계의 정보와 거래를 디지털화한 스타트업으로 시장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글로벌 패션 시장에 K 패션을 연결시키는 K 패션 체인지 메이커가 되겠다고 밝혔다. / 딜리셔스

Q. 앞으로 딜리셔스가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희끼리는 항상 K-패션 체인지 메이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여기서 K-패션은 동대문 패션 생태계 전체를 뜻해요. 로컬 시장의 시스템을 변화하는데 저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K-패션을 글로벌화하는데 가장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가장 많은 성과를 만들어낸 기업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2년 8월에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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