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라는 미국 격언이 있는데요. 곤궁한 변호사가 불법으로 돈을 쉽게 벌려고 한다면, 이들은 법을 다루는 직업이니만큼 사회적으로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간 국내 사회에서 변호사는 돈 잘 버는 전문직종 중 하나로 ‘곤궁함’, ‘배고픔’이란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죠. 그러나 ‘변호사 3만명 시대’가 열리면서 한 달에 한 건의 사건도 맡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고소득 전문직’ 중 하나였던 변호사가 어쩌다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의 몸값 낮추기는 이제 더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사건 수는 감소하는데 변호사 수는 급증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1906년 국내 1호 변호사가 탄생한 뒤 그 수가 1만명으로 늘어나기까지 대략 100년이 걸렸는데요. 이후 2만명, 3만명으로 늘어나기까진 각각 8년, 5년으로 텀이 짧아졌습니다. 올해 3월 법무부가 밝힌 자료로는, 현재 활동 중인 변호사는 2만9724명에 달하는데요.
이처럼 변호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변호사들의 전통적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소송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4년 650만844건이었던 소송건수는 2018년 약 1.3% 늘어난 658만5580건에 그쳤는데요. 그나마 최근 4년간은 소송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변호사들이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3건은 됐지만, 2019년이 되면서 1.26건으로 뚝 떨어졌다”라고 밝혔는데요.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기·세무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법무사, 세무사들 사이에서 변호사들에 대한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헬스장 PT 환불 관련 문의를 ‘네이버 엑스퍼트’를 통해 진행했다는 김모 씨는 “10분 상담에 9900원이라고 나와 있어 별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변호사가 직접 약관규제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 큰 도움 됐다”라며 “실제 상담은 30분 가까이 한 것 같고, 네이버가 제공한 쿠폰을 적용했더니 무료로 상담받았다”라고 전했습니다.
변호사들이 1만원도 안 되는 상담료를 받고도 네이버 엑스퍼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인데요. 국세청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변호사의 종합소득 평균 신고금액은 1억1천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해당 통계에는 허점이 많은데요. 변호사는 전문직 시장 가운데서도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편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대형 로펌변호사는 1년에 수억원은 어렵지 않게 벌어들이지만 로스쿨 출신 개업 변호사 중에선 월 200도 못 버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변호사 업계에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업계 내부에서는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변호사가 늘다 보면, 공적 이익 대신 사적이익만 추구하는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경고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가 사기로 거둔 수익 약 1%를 받는 조건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이임성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로스쿨 결원 보충제를 폐지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향후 1천명까지 줄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는데요. 결원보충제도는 로스쿨의 엄격한 학사관리로 매년 일정 수준의 중도 탈락자가 발생하니, 이를 총 입학 정원의 10%범위 내에서 다음 연도 신입생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해당 제도를 폐지해서라도 변호사 수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변호사들이 위상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변호사들이 노동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시장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