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 앱 개수가 200만개를 훌쩍 넘는 걸 보면 우리는 ‘앱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고 바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와중 특정 세대를 제대로 공략해 ‘20대 여성이라면 모를 리 없는’앱을 만들어냈다면 정말 대단한 성과를 이룬 걸 텐데요. 10~20대 여성이 옷을 살 때 이용하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지그재그’는 물리학을 전공한 40대 공대남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패션과 물리학은 쉽게 조화를 이루는 단어는 아니죠. 과연 물리학도가 어떻게 패션사업을 벌이게 됐는지 그 발자취를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그가 맡은 일은 알람,계산기,캘린더 등의 앱을 설계하는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서 대표는 ”스마트폰은 앱에 문제가 생기면 업데이트할 수 있지만, 피처폰은 그럴 수 없어서 한 번 만들 때 완벽하게 만들어야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서정훈 대표는 본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디자인에 깊은 관심이 있던지라 관심사를 살려 취업한 덕분에 일에 더욱 열정적으로 매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승진을 거듭할 수 있었는데요. 마침내 입사한 지 4년 만에 자회사 대표자리를 맡게 된 그는 7명이던 직원이 50명까지 늘어나고 누적 매출 1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부푼 자신감으로 그가 2012년 2월경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앱은 ‘팀에이블’이라는 스포츠 동호회 관리 앱이었습니다. 이 앱은 기대와는 달리 시장반응이 신통치 않았는데요.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2013년 단어 암기를 돕는 영어 단어장 앱인 ‘비스킷’을 출시합니다. 비스킷은 나름의 호응을 얻었지만, 본격적으로 이 앱을 키울 자신이 좀처럼 들지 않았던 서 대표는 말랑스튜디오에 앱을 매각하는데요. 이때 당시만 하더라도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서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윤상민 CTO 둘만 회사에 남아있을 정도로 회사 규모가 축소됐습니다.
사실 그가 처음 지그재그 창업을 준비하던 때만 해도 주변에서 이를 말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서 대표의 어머니도 ”아들을 그렇게 힘들게 공부시켰더니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한다“라고 낙담하셨다고 하는데요. 이에 굴하지 않은 서 대표는 한 달간 사용자 1000명을 모아볼 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고, 실제로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1000명의 이용자를 모으는 데 성공합니다.
현재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지그재그의 몸값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카카오 자회사로 들어간 지그재그의 수장은 계속해서 서정훈 대표가 맡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그재그의 사업 역량과 카카오의 자산이 만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죠.한편, 지그재그의 경쟁사로 언급되는 브랜디, 에이블리도 점차 몸집을 불려 가고 있는 데다 유통업계 거물 신세계가 여성 이용 고객이 많은 W컨셉을 인수하면서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의 각축전은 한 층 더 치열해질 전망인데요. 이번 합병을 토대로 이용자 50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 채널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지그재그가 업계 선두로 올라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