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존재한다는 후기까지
90년대 가정집 점령했던
욕실 안 옥색 타일, 이유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패션에 흐름이 있듯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작은 소품, 가구 배치 변화로 일상적인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있어 어느 정도 규모의 공사가 필요한 만큼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화제 됐던 한국식 인테리어

그래서인지 체리색 몰딩, 꽃무늬 벽지 등 과거 대한민국 아파트에서 꼭 한 번쯤은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 욕실에 들어가면 꼭 볼 수 있었던 타일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옥색 타일입니다. 최근 오래된 아파트에서도 종종 보이는 옥색 타일, 왜 전부 같았을까요?

요즘은 볼 수 없는 공중전화 부스 역시 옥색이었다.

◎ 90년대 가정집 지배한 옥색

8~90년대 사이, 옥색은 관공서, 군대에서 많이 쓰였던 색상 중 하나였습니다. 트렌디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의 색상이었죠. 한편에선 정부, 군대에 납품되는 페인트 색상 중 가장 쓸모가 없어 이곳저곳 활용되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동사무소의 부속 건물, 군대 식당의 의자와 식탁, 공중전화 부스 등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식도 잠시, 2000년대 이전에는 옥색으로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주는 가정이 많았는데요. 욕실 타일뿐 아니라 변기, 세면대, 몰딩, 싱크대 상·하부장, 조명까지도 옥색인 가정이 흔했습니다. 한 인테리어 관계자는 옥색 몰딩이 과거 처음으로 대량 생산이 시작되며 업체 측에서 유행을 선도해 일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는데요. 원목 등 중후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주를 이뤘던 당시 새로운 색상이 등장하자 세련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해요.

새마을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진 슬레이트 지붕(좌) 생산되고 있는 타일(우)

◎ 화장실에 옥색 타일이 깔린 이유

80년대 말~90년대 후반, 국내 타일 시장은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70년대부터 시작된 주택 건설 붐과 함께 수요가 많이 늘어났죠. 특히 기와, 슬레이트와 마찬가지로 저렴한 비용과 단순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았는데요. 새로운 마감재가 등장해 건축 양식이 바뀌기 전까지 폭발적인 수요와 사용량을 보였죠. 실제로 주거용 건물, 학교, 지하철 벽 등 타일로 시공된 공간이 많았습니다.

타일 이외에도 세면대, 변기 등의 색상이 옥색인 가정이 있었다.

현재는 새로운 디자인, 질감의 타일이 등장하며 마루, 벽 마감재, 외장재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데요.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욕실, 주방 등에 활용된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단색 타일이 대부분이었기에 다른 마감재와 달리 심미성에서 경쟁력이 없었다는데요. 그 결과 방수성 등 타일의 기능성이 필요한 곳에만 활용되었죠. 그중에서도 당시 인테리어 트렌드 컬러로 옥색이 등장해 옥색 단색 타일이 다수의 가정 욕실에 깔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 촌스럽다? 2020년 트렌드 컬러 선정

2~3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옥색으로 가득한 화장실, 가정집의 모습을 보면 ‘촌스럽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 2020년 트렌드 컬러에 이 옥색이 등장했습니다. ‘네오 민트’로 이름이 살짝 달라졌지만 국내에서 흔히 말하는 옥색에 가까운 색상이죠.

복고와 유행 색상이 만나 옥색, 민트색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채도와 명도를 낮춘 옥색이 포인트 색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플랜테리어, 우드 등 자연 소재와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옥색 욕실을 보며 ‘트렌디하게 느껴진다’, ‘옥색 타일을 구하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옥색과 유사한 컬러의 가전제품 역시 인기가 높습니다. 레트로 열풍이 불며 분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옥색 그릇 역시 다시 등장하고 있죠.

오래전 한옥, 장신구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옥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시그니처 컬러 역시 티파니스 블루로 유사한 색상입니다. 고급스러움, 로맨틱함, 기대감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죠. 그만큼 무게감 있고 느낌 있는 색상이라는 반응도 많습니다.

촌스럽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이 유행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 과거 가정집에서 한 번쯤 볼 수 있었던 타일과 옥색이 가진 여러 가지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동안 ‘촌스럽다’라고 여겨진 이 색상이 올해 또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옥색 타일, 체리색 몰딩에 이어 최근에는 화이트, 우드 톤의 인테리어가 업계에서 사랑받고 있는데요. 인테리어 업계에 떠오를 다음 유행은 무엇일지, 체리색 몰딩 역시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