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좌절, 재수생 → 공시생
진로 갈피 못 잡고 있던 그녀가
직업으로 소방관 택한 이유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대입을 목표로 수년간 달립니다. 수시, 정시 등 다양한 합격 기준에 맞춰 학업과 활동을 준비하죠. 특히 학력에 대한 기준이 유난히 높아 아직도 대입을 포기한 이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이런 시선에서 벗어나 대학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가슴이 뛰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대 초반의 시간을 쏟아냈죠. 소방사 홍승희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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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컨설턴트를 꿈꾸던 고3 소녀

승희 씨는 고등학교 진학 후 학업, 대외활동 등 매사에 적극적인 학생이었습니다. 교내 특별반에 뽑힐 정도로 성적을 올렸고 고 3 시절 학생회장까지 맡게 되었죠. 그녀는 “학교 개교 이래 첫 여성 전교 회장이었어요. 그래서 잘 해내고 싶었고 공약 실천에 집중하다 보니 막상 입시를 챙기지 못했어요.”라며 과거를 회상했는데요. 이미지 컨설턴트를 꿈꿨던 그녀는 심리학과 진학을 목표로 재수 생활을 택했지만 이 역시 원하는 대로 풀리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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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제안으로 시작한 공시생 생활

연이은 좌절을 겪으며 승희 씨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장 눈앞에 무언가를 해내기보단 이성적으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죠. 그러다 아버지의 제안으로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승희 씨는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으니 무작정 시작했어요. 진짜 원하는 일을 찾기 전에 사회에 서는 발판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길에서도 승희 씨는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모든 의욕이 상실되어갈 때쯤 학원에서 소방공무원 준비생들을 만났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슴이 뛰는 일’, ‘진짜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승희 씨는 부모님을 설득해 학원을 등록했고 운전면허증, 컴퓨터 활용능력 1급을 취득했습니다.

◎ 6개월 만에 합격, 소방 공무원 준비

자격증 취득 이후 6개월을 미친 듯이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중간중간 슬럼프도 있었지만 승희 씨의 뜻을 믿고 아낌없이 지원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죠. 일반적인 준비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체력 시험 역시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덕분에 기초 체력은 자신 있었지만 시험과목에 맞는 준비가 필요했죠. 시간이 날 때면 기숙 학원에서 운동장을 돌았고 체력 학원에 등록하는 열정까지 보이며 결국 6개월 만에 소방 공무원직에 합격했습니다.

소방 공무원 시험은 필기시험, 체력 시험, 인·적성 검사 및 신체검사, 면접 순으로 이어집니다. 최종 합격자는 성적순으로 소방학교에 입교해 교육을 받죠. 이후 소방서에 발령을 받게 됩니다.

한국 소방관 근무 환경(좌) / 독일 소방 기관으로 출장 간 승희 씨(우)

◎ 행정 vs 현장,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방관의 근무는 현장과 행정부서로 나누어지는데요. 흔히 알고 있는 3교대 형식의 현장 부서는 출동 및 화재진압, 구조 업무를 맡게 됩니다. 주간(09:00~18:00), 야간(18:00~ 다음날 09:00), 당번 근무(09:00~다음날 09:00)로 나뉘며 밤새 현장 활동을 이어가야 해 생활 패턴이 바뀌기도 하죠. 하지만 그만큼 수당이 높고 근무 외 시간이 있어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행정부서의 경우 일반직 공무원과 똑같이 주 5일제 근무를 합니다. 민원 업무, 홍보, 예방 및 안전교육 진행, 각종 소방정책 기획 및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죠. 야근, 주말 근무가 빈번하지만 봉급은 더 낮은 편입니다. 공휴일, 주말을 일반인들과 같이 쉴 수 있지만 소방에서 비상 대응단계가 발생하면 비상근무에 돌입해야합니다. 승희 씨는 두 부서 모두 국민의 안전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으며 개인의 손익과 관계없이 가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존경받는 직업 1위, 근무 환경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히는 소방관. 하지만 직업 신뢰도에 비해 열악한 국내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이 공개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예시로 독일 소방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현장과 행정 업무 분담, 교대 근무 패턴, 장비 등은 유사하지만 복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장과 행정 업무 분담, 교대 근무 패턴, 장비 등은 유사하지만 복지 부분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독일 소방관에게는 쾌적한 휴식 공간은 물론 출동 시 입었던 방화복, 피복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됩니다. 물론 국내 역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에 처우, 복지가 계속해 나아지고 있죠.

그녀는 “국민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국가직이 되어 기쁩니다. 당장은 모든 소방관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가직으로 전환됨으로써 더 좋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해요. 염원했던 소방병원 건립이 확정되었고 화재 진압 수당 역시 상향 추진 중이니 시작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며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변화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죠.

◎ “체력적 차이 인정” 여성 소방관의 오해와 편견

늘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대응해야 하기에 승희 씨는 소방관에게 꼭 필요한 역량으로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꼽았습니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직간접적인 경험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는 현장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체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죠. 현장 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 소방관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편견이 있습니다. ‘여자는 구조활동을 하지 않는다’, ‘여성 소방관은 화재 진압 업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이죠.

이에 대한 승희 씨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체력적인 차이는 인정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성의 활동을 배제하려는 분들이 아직도 있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성 대원분들은 현장에서 배려 받기를 바라지 않아요. 소방관이 되고 싶어 들어왔고 현장에서도 역할을 해내고 싶죠.”라고 밝혔는데요. 또, “여성이 배제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마주치면 무력감을 느껴요. 이겨내기 위해선 적극적인 태도와 함께 지속해서 역량을 키워야 해요. 저 역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모든 활동을 잘 해내고 싶어요.”라며 담담히 생각을 전했습니다.

◎ 소방관 승희 씨의 진짜 목표는

승희 씨는 어떤 업무를 맡든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생각이며 택할 수 있다면 현장 업무를 더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데요. 관련 자격증 취득 역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물론 모든 인사가 뜻대로 될 순 없지만 어떤 자리에 있든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당당한 포부를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소방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취업난이라 단순히 직업을 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소방관은 국민을 위한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책임감은 확실히 갖고 지원해야 해요.”라며 당부했습니다. 모두가 택하는 길이 아닌 진정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택한 소방관, 홍승희 씨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데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그녀의 시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