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들, 수레 사용 금지합니다”
한 아파트에 붙은 공지문
이를 본 주민들의 놀라운 반응

한 누리꾼이 공유해 논란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내문 / hani

최근 아파트 단지 내 택배원 출입 금지 등 입주민들의 갑질이 논란되었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선 안전, 소음 문제를 이유로 택배, 배달 기사 출입을 금지했는데요. 택배사가 정문으로 택배를 찾으러 오라고 했을 때 “정문, 동문 주차장 파킹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통제 협조 매뉴얼이 공개되어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층간 소음은 이웃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 mk, joins

아파트에는 적게는 수십 세대에서 많게는 수백 세대가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택배 기사는 물론 이웃들 사이에선 소음, 주차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하죠. 오늘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기주의, 소음 문제 등에 대처한 남다른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 커뮤니티에 등장한 수레 사용 금지 안내문

◎ 택배 기사 수레 사용 금지, “10층은 오케이”

최근 한 아파트에 붙여진 “택배 기사 수레 사용 금지”의 내용이 담긴 공지문이 화제가 됐습니다. 택배 기사들이 사용하는 수레에서 나는 소음이 입주민들에게 피해가 준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저희 층에선 수레 사용해도 됩니다”, “소음 상관없습니다”, “택배 기사님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등의 메시지를 적은 쪽지로 공지문 절반 가까이 가려버렸습니다.

한 주민은 “10층은 그대로 수레 사용해주세요. 그게 우리 민원임”이라며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 yna, ntoday

아파트 단지에 이런 공지문이 붙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적은 주민도 있었죠. 수레 사용이 되지 않는다면 정문까지 본인이 나가 배달을 받겠다는 쪽지도 눈에 띄었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쪽지들에 누리꾼들은 ‘개념 있는 입주민의 좋은 예다’, ‘저런 공고문을 낸 게 이해가 안 된다’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사를 가며 자녀들의 소음 문제에 사과를 전한 한 입주민 / 온라인 커뮤니티

◎ 문 앞에 쪽지와 선물이.. “죄송했습니다”

입주민들 사이에서 의외로 가장 자주 갈등을 겪는 부분이 바로 층간 소음입니다. 그중에서도 통제가 쉽지 않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하는 가정에선 의도치 않게 이웃에 피해를 주기도 하는데요. 위층 아이들 소음에 힘들었다는 한 누리꾼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과 1박스에는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위층 주민의 쪽지가 붙어있었죠. “저희 아이들로 인해 많이 힘드셨죠? 말은 안 했지만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진심이 담겨있었습니다.

통제가 되지 않는 연령대의 자녀를 가진 부모 대부분은 노심초사다. / womandonga, ytn, kmib
아파트 내부 공사 전 포도와 빵을 선물한 한 이웃./ imaeil

사과를 받은 누리꾼은 “소음으로 부모님께 푸념하기도 했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는데요. 하지만 부모님은 “아이들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너희도 어릴 때 피해를 주곤 했다”라며 오히려 그를 이해시켰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소음 문제를 비교적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이웃에겐 절로 감사함이 생기게 됩니다. 위와 유사한 사례를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죠. 이외에도 입주 전 내부 공사로 인한 소음에 양해를 구하며 쪽지와 포도와 빵을 선물한 이웃도 있었죠.

노래 부르는 이웃에 힘들어하다 강아지 시점에서 작성된 쪽지(우) / joins, facebook@원룸 만들기

◎ 견(犬) 시점 쪽지, 센스 있는 주민들의 대처

쪽지로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자칫 상대가 불쾌함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에 일부 입주민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는데요. 옆집 이웃이 밤늦게 노래를 불러 층간 소음을 겪었던 한 주민은 강아지 관점에서 적은 귀여운 쪽지를 전했습니다. 엉성한 글씨체와 맞춤법으로 “나는 옆집 사는 모모 캄캄할 때 노래 크게 불르눈데 울 엄마는 귀 아파서 슬퍼해” 등의 내용으로 부드럽게 불편을 호소했죠. 쪽지에 작은 캐러멜까지 붙여 누리꾼들 사이에선 ‘레전드 층간 소음 쪽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고양이 시점에서 쪽지를 작성한 한 입주민 / yna

최근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층견 소음’으로 불편을 겪기도 하는데요. 고양이를 키우는 한 주민은 “안녕하새오 바나애오 개소리 넘모 무셔”라며 반려묘의 관점에서 쪽지를 전했습니다. 이에 강아지를 키우는 주민은 “안녕하시개 나 때문에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놨다개. 짖어대서 미안하게”라며 센스 있는 사과 쪽지를 남겼죠. 이후 답장 쪽지와 서로의 반려견, 반려묘에게 간식을 전했다는 후기까지 전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 “발소리가 안 들려요” 층간 소음이 살린 생명

모두가 층간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한 입주민은 매번 들리던 위층 할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경찰이 출동해보니 위층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빈사 상태에 놓인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주변 이웃의 사는 소리, 냄새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본 이웃 덕분에 생명을 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고무 망치는 층간 소음 복수를 위한 도구로 유명하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 KBS, newsis

◎ 아파트 공화국, 한 번쯤 겪는다는 이 ‘갈등’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입주민 사이의 갈등은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층간 소음으로 칼부림,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이외에도 층간 소음, 흡연, 주차 문제, 택배 기사 출입 등과 같은 문제로 감정이 상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같은 쪽지를 전하더라도 이웃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무리한 요구만을 늘여놓는 경우, 조심스러운 요청에 “이사하세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하죠.

배송 기사, 청소 직원을 위해 주민들이 준비한 음료수. 이사 온 이웃의 편지에 답장을 남긴 주민들

이웃 간의 갈등이 흉흉한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 내에선 주민 간의 갈등, 택배 기사와의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공격적인 언행보단 쪽지, 선물 등으로 양해를 구하는 편이죠. 택배 기사들에게도 입장을 금하거나 배달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보단 음료수나 작은 쪽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와 유사한 형태로 설계되는 블록형 단독 주택 / mk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한 주택(좌)

건설사 역시 이웃 간 비극을 만들어낸 층간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층간 소음 저감 설계를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적용하고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블록형 단독 주택 등을 소개하며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죠.

아파트 단지, 지역 사회에서 엘리베이터 인사하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정겨웠던 과거와 달리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웃 간의 교류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이니만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다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