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우르르.. 국내 자영업 트렌드
대만에서 건너온 대왕 카스텔라
방송 한 번에 연이은 폐업, 현재 근황은?

롱패딩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좌), 블루 보틀 방문을 위해 줄 선 사람들(우)

올해 트렌드 패션, 음식, 심지어는 컬러까지 우리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유행의 뒤를 쫓아야 합니다. SNS 인증을 위해, 사회적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한국인들은 유행에 특히 민감한 편이라고 하는데요. 외식업계 역시 재빠르게 유행을 좇는 업계 중 하나입니다. 특정 시즌을 대표하는 음식들과 가맹점들이 그 근거죠.

마라, 흑당 전 트렌드를 이끌었던 음식은 바로 대왕 카스텔라였다.

올해 역시 흑당, 마라 등 다양한 ‘유행 음식’들이 등장했으나 많은 이들은 이 음식을 언급하며 유행만을 뒤쫓는 자영업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만에서 건너온 대왕 카스텔라인데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방송 한 번에 모두 수백 개의 가맹점이 무너졌다는 대왕 카스텔라 사업과 근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일반 카스텔라보다 달지 않아 크림, 커스터드 크림 등을 주입해 판매하기도 했다. / heraldcorp

◎ 전국 가맹점만 400개, ‘대왕 카스텔라’

대왕 카스텔라는 대만 길거리에서 판매하던 커다란 빵 종류 중 하나입니다. 대만 현지에선 ‘카스텔라’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시폰 케이크처럼 폭신하고 달콤한 맛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대왕 카스텔라’란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왕 카스텔라의 인기는 전체 가맹점 수만 400여 개를 기록하며 퍼져나갔습니다. 하루 평균 매출 300만 원을 기록하는 매장들도 있었죠.

2017년 초까지 대만 카스텔라 본사는 17개로 늘어났다.

단기간에 수백 개의 가게가 생겨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낮은 진입 장벽 때문이었죠. 정해진 제조 공법만 배우면 쉽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일 메뉴이기에 재고 관리, 재료 조달이 비교적 쉬웠습니다. 또한, 메뉴의 특성상 홀에서 먹는 고객들보다 테이크 아웃을 택하는 고객들이 많아 창업을 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임대료 등의 비용 자체가 크지 않았죠. 빠르게 늘어나는 점포 수에도 고객들의 높은 수요가 뒷받침되어 일부 매장은 카스텔라 판매 개수를 1인당 1개로 제한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AI 사태 당시 한 매장의 카스텔라 가격 조정 안내 문구

◎ AI 사태로 하락세, 먹거리 X파일로 한방

대왕 카스텔라의 인기도 잠시, 2017년 초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로 계란 값이 오르며 업계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카스텔라의 특성상 계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계란 값이 오르며 카스텔라의 가격 역시 평균 천 원 이상 올라 7~9천 원 대를 형성했죠. 당시 고객들은 3~4천 원 대인 대만 현지 가격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한 업체의 “대만보다 우리나라 물가가 비싸 가격 차이가 생겼다. 나름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AI 사태 이전에도 높은 가격이었다. 대만과 2배 이상이 차이 나는 가격이 이해가 되진 않는다”라며 이에 반박했죠.

‘촉촉한 카스텔라의 비밀’이라며 방영된 방송의 파장은 엄청났다.

그러다 2017년 3월, 대왕 카스텔라는 채널A ‘먹거리 X파일’에 등장하게 됩니다. 방송에선 대왕 카스텔라 제조 과정이 언급되었는데요. 버터를 쓰기 아까워 식용유를 사용한다며 허위 정보를 보도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일반 케이크 레시피에서도 식용유를 사용하는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음식 평론가

당시 점주들, 제과제빵업계에선 대만에서 만들어지는 카스텔라에도 식용유가 사용되며 부드러운 케이크 종류 역시 식용유가 일정량 이상 들어간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방송 내용을 지적했죠. 하지만 이들의 반박에도 대왕 카스텔라 매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게 되었고 해당 방송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내용을 탓하며 결국 폐점했다는 점주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코미디언 문규박을 포함한 방송 후 타격을 입은 일부 점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 어차피 반짝 유행 VS 방송 때문에 폐업

실제로 해당 방송이 보도된 이후 대왕 카스텔라 사업은 완전한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점주들은 악의적으로 보도된 방송을 탓했는데요. 이들과 달리 어차피 반짝 유행할 아이템 중 하나였다는 주장을 펼친 이들도 있었습니다. 애초에 대왕 카스텔라 사업의 진입 장벽이 낮았을뿐더러, 자영업계에서 유사한 아이템들이 반짝 뜨고 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죠.

이후 대왕 카스텔라 제조사 A사는 먹거리 X파일의 방송사인 채널A와 PD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허위 사실 보도로 매출이 감소해 재산상 손해 2억 원, 위자료 1억 원 등 총 3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는데요. 방송사 측은 “방송 내용은 허위가 아니며, A사를 특정해 보도하지 않았다”라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A사가 주장한 단정적인 표현이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라며 방송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제조사는 개업 1개월 만에 사건이 터져 매출이 감소해 가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가맹점주에게도 일부 패소해 가맹비 일부를 돌려줘야 했죠.

MBC 스페셜에 등장한 한 대왕 카스텔라 매장의 점주

매장들이 연이어 폐업한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대왕 카스텔라를 판매하는 매장은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제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라며 대왕 카스텔라를 그리워하고 있는데요. 올해 5월, 과거 유행했던 음식들을 찾으러 떠난 MBC 스페셜을 통해 한 매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몇 남지 않은 대왕 카스텔라 매장 중 방송을 허락한 곳은 단 한 곳이었죠. 해당 점주들은 “방송 이후 힘든 시간이 많았다. 아직도 제조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항생제 없이 친환경 계란만을 사용하며 꾸준히 만들고 있다”라며 씁쓸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업계에선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 / hankooki

◎ 외식업계, 맛보다 유행 음식 · SNS

과거에는 방송 출연이 매장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면 요즘 외식업 창업에서 키워드로 항상 등장하는 것은 바로 ‘SNS 마케팅’입니다. 고객들이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들어 널리 공유하는 행위 자체로 홍보가 되기 때문에 힘을 들이고 있죠. 하지만 그 결과 “분위기만 맛집” 등 단순히 보이는 것에만 치중해 정작 중요한 맛에 신경 쓰지 못해 폐업하는 가게들도 많습니다. 사업의 흥망성쇠를 책임지는 SNS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SNS를 통해 고객들이 유입될 순 있지만 그들을 모두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요소들일 테니까요.

위생 상태를 지적받은 마라탕 업체. 대왕 카스텔라와 같은 길을 걷게 될까.

유행 아이템에 너도 나도 뛰어드는 현 자영업계의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왕 카스텔라, 벌집 아이스크림 등 유행 후 줄줄이 폐업 길을 걸었던 업종들의 사례에도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흑당, 마라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역시 반짝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강합니다. 올해 7월 일부 마라탕 업체의 불결한 위생 상태가 공개되며 한 번의 위기를 겪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극강의 매운맛, 단맛에 지친 소비자들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흑당과 마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더본 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 YTN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무섭게 성장한 대왕 카스텔라는 2년 만에 씁쓸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단순히 진입 장벽이 낮아서, 유행이라서 준비 없이 시작하는 자영업의 결말 중 한 갈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요즘 유행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이미 유행이 어느 정도 시작된 이후에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사업에 비해 다소 쉽게 생각하는 자영업, 외식업 창업 역시 충분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