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 판매 제한
“신탁 상품은 제외해 달라” 은행권 반발
원금손실률 20~30% 기준 조정 여부가 관건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달 안 은행장들과 회동 예정

최근 일부 시중은행을 통해 금리 연계형 파생 결합상품(DLS · DLF)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입으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DLS, DLF는 일정 기간 동안 해외 금리가 상승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일정 기준 이하로 금리가 하락하면 고액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금융상품인데요. 투자자들은 은행이 이러한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상품을 권유해 애써 모은 노후자금을 잃었다며 배상을 요구했죠. 이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의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오늘은 이런 조치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은 어떠한지, 앞으로 은행과 증권가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금융위,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 판매 제한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종합 개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개선 방안에는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제한 조치도 포함되었죠. 금융위에서 새로이 정한 ‘고난도 금융상품’이란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가치 평가 방법의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금융 투자 상품을 이릅니다. 금융위는 이에 해당하는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의 은행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금융위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발표하면서까지 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를 제한하는 데에는 앞서 언급한 DLS · DLF 사태의 영향이 큽니다. ‘선진국 국채라 안전하다’는 은행의 말을 믿고 독일 국채 금리 연계 상품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 미국과 영국의 CM5 금리 연계형 상품에 투자했다 손해를 입은 이들이 속출하면서 논란이 가중되었기 때문인데요.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 중에는 79세 치매 노인까지 있어, 은행권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뜨거웠습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최대 80%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죠.

◎ 은행권 “신탁마저 규제하는 건 너무해”

은행권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종합 자산관리 상품인 신탁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인데요. 편입 자산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공모형 주가 연계 증권이 대부분인 주가연계증권신탁(ELT)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죠. 또한 평균 수익률 4.5% 정도를 기대하는 상품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원금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20~30%라는 기준은 너무 엄격하며, 이는 투자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신탁만큼은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신탁 역시 대부분 은행이 정한 포트폴리오대로 운영되는 데다 은행과 위탁자 사이의 1 대 1 계약이기 때문에 사모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모와 사모가 명확하게 분리만 된다면 공모 부분을 장려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금융위는 고위험 상품 손실률 규정의 ’20~30%’ 부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두었습니다.

◎ 고액 자산가들, 증권사 복합점포로 향할 가능성 증대

은행권에서는 20~30%로 원금 손실을 제한하면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를 찾아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도 “고난도 사모펀드 상품을 거래하던 고객들이 증권사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대를 드러냈죠. 특히 최근 기존 지점을 줄이면서 남은 지점을 대형화하고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의 복합 서비스를 제공해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증권계의 경향과 은행권에 대한 규제가 맞물리면서, 프리미엄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증권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의 상황은 특히 은행 계열 증권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 상품을 더 이상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 지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은 복합점포를 방문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은 뒤 투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금융 지주사들이 협업을 강조하는 추세이므로, 고객이 같은 계열의 증권사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큰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 12월 내 은행장들과 회동 예정

한편 이르면 다음 주 중,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은행장들이 회동을 가질 예정입니다. 은 위원장은 “가계대출이나 신용대출, 기업 대출 등 금융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만남은 아무래도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논의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죠. 전국은행연합회가 금융위원회에 은행권의 요구 사항과 고객 보호대책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한 상태이므로, 이번 회동을 거쳐 12월 안에는 최종안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모펀드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소신과 다르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요. 반면 26일 기자들과 만나서는 “DLF 사태는 은행이 잘못한 것이고 대책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것인데, 지금 상황은 마치 반대가 된 것 같다”며 은행권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