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혐의에 주인공 바뀐 ‘조선 생존기’
조재현, 성추행 논란으로 ‘크로스’ 하차
프랭크 언더우드 없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

한창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예상치 못한 이슈에 휘말리며 급작스레 종영해버려 아쉬웠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무리한 상황 설정이나 대사, 열악한 제작 환경 등 드라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출연 배우의 일탈이겠죠. 특히 이 일탈이 범죄의 영역에 포함될 경우 드라마의 지속이나 편성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오늘은 출연 배우 때문에 결방, 혹은 조기 종영한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결방, 주인공 교체에 조기종영까지, TV조선 ‘조선 생존기’

가장 먼저 만나볼 작품은 올 6월부터 8월까지 방영한 TV조선 ‘조선 생존기’입니다. 2019년을 살아가는 청년 정록과 1562년의 청년 임꺽정의 만남을 다룬 이 드라마는 애당초 정록 역에 배우 강지환, 임꺽정 역에 송원석을 캐스팅했죠. 그러나 드라마가 한창 방영 중이던 7월 10일, 강지환 씨가 성폭행,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조선 생존기’에 큰 위기가 닥칩니다. 20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조선 생존기’는 당시 10회까지 방영되고, 12회 분량까지 촬영을 마친 상황이었는데요. 당황한 제작진은 우선 7월 13일 방송분을 결방하기로 결정했고, 그 주의 재방송도 취소했죠.

결국 강지환 씨는 ‘조선 생존기’에서 하차했으며 그가 맡았던 정록 역은 배우 서지석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전체 분량의 반 이상이 방영된 상황에서 주연 배우를 교체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큰일이었을 텐데요. 드라마는 결국 기존 회차에서 4회 축소된 16회로 조기조영했습니다. 앞서 강지환 씨는 7월 9일 10시 50분께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한 명을 성폭행하고 한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강지환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 교통사고로 하차하는 설정, ‘크로스’ 조재현

2017년 이후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미투 운동.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미투 대상자로는 배우 조재현, 조민기 씨를 꼽아볼 수 있을 텐데요. 작년 2월 23일, 한 국내 매체가 ‘사극과 현대극, 드라마, 연극 등에 출연한 유명 베테랑 배우 J 씨가 2013년 20대 초반의 여성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하고 강제로 연락을 시도했다’는 보도를 내보냅니다. 같은 날 배우 최율 씨는 자신의 SNS에서 조재현 씨의 프로필 캡처 사진을 올린 뒤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 게 왔군’이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더했죠.

이튿날 조재현 씨는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다”며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폭로는 멈추지 않았는데요. 공영방송 여성 스태프, 학교 후배, 재일교포 여배우까지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입을 열었죠. 여기에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추가되면서 조재현 씨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해만 갔습니다. 다만 조재현 씨는 성폭행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처음 그에 대한 폭로가 이뤄졌을 당시, 조재현 씨는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에 장기이식센터장 고정훈 역으로 출연 중이었습니다. 그는 12회 방영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하는 설정으로 하차했죠.

◎ 다시 화제 오른 ‘아빠를 부탁해’

한편 배우 조민기 씨 역시 청주대학교 재직 당시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정직 당한 사실, 카페 직원에게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유인해 강간하려다 미수로 그친 일, 카톡 대화 상대자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며 성희롱한 일 등이 연이어 폭로된 바 있습니다. 조민기 씨는 여러 건의 성추행 폭로에 대해 주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2월 27일 결국 사죄 입장문을 발표했죠. 이후 충북지방경찰청은 20명으로부터 피해 진술 확보 후 조민기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민기 씨가 3월 9일 사망함으로써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죠.

이후 조민기, 조재현 씨가 각자의 딸과 함께 출연했던 ‘아빠를 부탁해’가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민기 씨 분량 중에는 딸과 청주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나는 장면도 있어 화제가 되었는데요. 당시 청주대 학생들이 농담처럼 “교수님이 대본 검사할 때 마음에 안 들면 던진다”, “워크숍 도중 몽둥이로…”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주목받았죠.

◎ 프로듀서·주연배우인 케빈 스페이시 해임, ‘하우스 오브 카드’

배우가 논란에 휘말리면서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외국에도 있습니다. 2013년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를 시작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그 주인공인데요. 미국 하원에서 펼쳐지는 온갖 권모술수를 그린 이 드라마는 웹드라마 사상 최초로 에미상 9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그중 감독상, 촬영상, 캐스팅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또한 골든 글로브에서도 4개 부분에 지명되었고, TV 드라마 여우주연상으로 클레어 언더우드 역을 맡은 로빈 라이트가 뽑히기도 했죠.

그런데 시즌 5가 종영하고 난 뒤인 2017년 10월, 남성 배우 앤서니 랩은 14세 때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합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로듀서이자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 역을 맡은 배우인데요. 앤서니 랩은 스페이시가 점점 유명해지며 끊임없이 방송에서 그의 얼굴을 보게 되자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 90년대 후반부터 지인들에게 사실을 알려왔다고 합니다. 폭로가 있었던 날, 케빈 스페이시는 SNS를 통해 ‘옛날 일이라 기억은 안 나지만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주인공이 심각한 논란에 휩싸이자, 넷플릭스 측은 11월 3일 “케빈 스페이시를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로듀서에서 해임함은 물론 앞으로 넷플릭스와 케빈 스페이시가 함께 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팬들은 이런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다음 시즌이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다행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작년 11월 클레어 언더우드 역할의 로빈 라이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케빈 스페이시 없이 시즌 6를 성공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