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술 마시면 전 재산을..”
이혼 상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각서
많게는 수백 장도, 과연 효력 있을까?

방송인 지석진은 한 방송에서 부부 싸움의 마지막이 각서라고 밝혀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 생활 중 도를 넘은 행동을 했을 때 부부가 가장 많이 작성하는 것이 바로 각서입니다. “다시 한번 술 마시면 전 재산을 넘기겠다”, “바람피우면 아파트 명의를 이전하겠다” 등의 내용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대사죠.

각서로 부부의 권태기를 극복했다는 파이터 육진수

배우자의 휴대폰에 이런 구두 계약이 녹음된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는 “어차피 아무 효력도 없다. 그냥 각서 써주고 녹음해줘”라며 무시하기도 하죠. 이들의 발언처럼 서면 계약, 구두 계약 등 부부 사이에 이뤄지는 각서 및 계약은 아무 힘이 없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부동산 증여의 경우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다고 한다.

◎ 배우자 폰에 녹음된 구두 계약, “해제 가능”
구두 계약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효력을 갖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및 재산을 주겠다, 넘기겠다 등의 증여와 관련된 계약에는 해당하지 않죠. 민법 제555조에 따르면 돈이나 물품을 주겠다는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당사자는 이를 해지할 수 있습니다. 경솔한 증여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구두 증여계약의 경우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게 해놨죠.

흔히 작성하는 반성문 식 각서의 경우 법적 효력을 갖기 힘들다.

◎ “술을 먹지 않겠다” 부부간 각서, 유효할까
서면으로 작성한 각서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실 과거에는 부부간의 계약은 얼마든지 취소가 가능했습니다. 현재는 폐지되어 부부간의 각서도 일반적 계약과 같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부 사이에 가장 많이 쓰는 반성문 형식, 전 재산을 넘긴다는 등의 현실적으로 너무 과한 내용이 포함된 각서의 경우에는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라는 민법 제103조가 그 근거죠. 물론 법적 효력을 갖지 않더라도 실제 소송에서 각서가 중요한 증거로 작용할 순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 생기는 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서 내용이 어느 정도 현실적이더라도 강요 및 협박에 의해 강제로 작성된 경우 역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또한, 각서 작성 시점이 중요한데요. 함께 모은 공동 재산을 분할을 청구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 생기는 권리입니다. 이혼 전에는 양쪽 모두 권리 자체가 없어 혼인 중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무효인 것이죠. 공증(제3자가 법률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해주는 절차)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쳤더라도 각서의 공정성이 없으면 무효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협의 이혼에서 재산 포기 각서가 유효할 수 있는 조건들 / chosun

◎ 재산포기각서, 효력이 있으려면?
부부 각서의 효력이 있으려면 단순한 내용이 아닌 증여 계약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내역과 금액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특히 이혼을 염두에 둔다면 이혼 위자료, 친권 및 양육권, 재산 분할, 양육비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해야 하죠. 협의서를 작성하면서 협의 이혼으로 진행된다면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부부가 각서를 쓸 때 실질적으로 재산 분할 문제를 상의했어야만 재산포기각서의 법적 효력이 생깁니다.

원칙적으로 이혼 전 작성한 재산 분할 포기 각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 yna

재산 분할 포기 각서의 경우 원칙적으로 결혼 중 작성한 것은 인정이 되지 않지만 예외의 경우가 존재합니다.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했다고 보이는 경우인데요. 협의상 이혼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공동재산(부부의 협력으로 획득한 재산) 전부를 청산, 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 분할 방법 등에 관해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 분할 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당시 남편은 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 재판부는 돈을 반환할 일시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며 앵커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판례로 과거 유명 여성 앵커의 이혼 소송에서 부부간의 각서가 인정되었는데요. 당시 각서 내용 중 남편이 지급할 금액과 내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금액이 과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판단 이유로 들었습니다. 당시 남편과 동행해 공증을 받았다는 점 역시 약정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각서의 경우 공증이나 인증을 받아두면 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혼이 임박한 상황에서 작성되는 재산분할 포기 각서 역시 법적 효력을 갖죠. 하지만 이혼이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쉽진 않으며 공증을 받았더라도 법적 원칙에 어긋나면 효력이 없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 부부간 재산 계약서에 ‘이혼’ 포함되면?
요즘은 ‘혼전 계약서’의 의미로 서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부부간 재산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혼인 전 각자 갖고 있던 재산을 혼인 중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할지에 관한 계약입니다. 각서와 다른 계약서의 개념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해당 계약서에 이혼과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면 효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시는데요.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재산 분할은 하지 않는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작성하더라도 부부간 재산 계약서의 경우 혼인 중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떠한 효력도 갖지 못합니다.

부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각서 작성이 무조건적인 방법이 되진 않는다.

알아본 결과, 결혼 중 작성한 부부간의 각서가 효력을 갖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가장 흔히 작성하는 반성문 형식의 각서는 대부분이 효력이 없었죠.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이 수백 장의 각서를 가져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서로가 처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밖에 없으며 의견 조율 과정에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고민한 뒤 각서 작성을 비롯한 절차를 잘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