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전단지 정보 입력으로 데이터베이스 확보
쌍방향 소통 가능하고 통화 필요 없어 간단한 배달 앱
어플과 책자, 광고비 이중으로 든다는 업주도 존재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갔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배달 앱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우편함에 꽂혀있는 전단지나 동네 배달 광고 책자를 보며 이 동네에는 어떤 맛집이 있을지, 야식 단골로는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그런데 최근, 이 배달 책자를 찾아보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책자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음식을 주문하기보다는, 어플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어플 등장과 배달 책자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배달 책자 속 비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화 공포증의 구세주 배달 앱

‘콜 포비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전화벨만 울리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예상 통화 내용을 미리 적어둔 다음에야 겨우 전화를 걸 용기가 난다면 콜 포비아, 즉 전화 공포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콜 포비아는 정신의학회에 등재된 개념은 아니지만 메신저 대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증상이죠.

이렇게 전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간단한 배달 주문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원하는 메뉴와 집 주소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힘든데 만일 세트 메뉴나 신메뉴, 할인에 대해 물어보기까지 해야 한다면 주문 전화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배달 어플이 등장한 뒤로는 전화 공포증이 있는 이들도 맘 놓고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뉴나 할인에 대한 정보도 어플에 모두 나와있는 데다 화면을 몇 번 터치하기만 하면 메인부터 사이드, 음료까지 정확한 주문이 가능하니까요.

◎ 전단지 모으기로 시작한 배달의 민족

이렇게 배달 주문의 과정을 180도 다르게 바꿔버린 배달 앱이지만, 사실 그 출발은 실물 전단지였습니다. 배달 어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은 배달 주문이 많은 동네에서 골목골목 뿌려진 전단을 줍는 방식으로 초기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했죠. 지금이야 많은 업체들이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이용하려 스스로 광고비를 지불하지만, 2010년 당시에는 발품 팔아 모은 전단지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겁니다.

이렇게 출발한 배달의 민족을 비롯, 배달 어플들은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작년 서비스 매출액은 3053억 원으로 2017년의 두 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월 이용자 수는 900만 명, 월 주문수는 2800만 건에 달하죠. 요기요와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하는 딜리버리 히어로 코리아도 2018년 주문 건수가 72%나 성장했습니다.

◎ 이전보다 줄었지만 책자 광고 여전히 존재

소상공인 연합회가 지난해 말 공개한 ‘온라인 배달업체 이용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어플을 이용하는 전국의 음식점 업주 1천 명 중 95.5%는 배달 앱 이용 후 순이익이 증가하거나 유지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배달앱 측의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대답했는데요. 이후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배민의 광고비는 배달의 민족을 통해 창출된 음식점 매출의 3~4%대를 넘어서지 않는다”며 전단지나 배달 책자보다 현저히 낮은 광고비임을 강조하기도 했죠.

배달 앱은 배달 책자나 전단지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런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있고 상호는 무엇이다’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리뷰를 통해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죠. 게다가 전통적인 ‘배달음식’군에 들어가지 않던 메뉴들도 집에서 편히 받아볼 수 있게 되어 이용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달 어플들에 월 정액이나 건당 수수료를 납부하면서 여전히 책자를 통한 광고도 포기할 수 없어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간다고 하소연하는 음식점 업주들도 있습니다. 인건비도, 임대료도 올라가고 매출은 점점 떨어지는데 배달 앱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광고비가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이죠. 배달 앱 사용이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잠재 고객들에게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또 배달 앱 상위 노출이 안 되더라도 주문하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업체는 여전히 배달 책자에 광고비를 투자하고 있는데요. 전보다 드물지만, 종종 아파트나 상가에서 배달 책자를 만나볼 수 있는 이유죠.

◎ ‘직접 픽업 불가’ 배달 음식점의 비밀

간단하게 배달 어플로 주문할지, 배달 책자를 뒤적이며 메뉴를 고를지는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책자를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책자에 실린 모든 업체들이 ‘전문점’, ‘신선한 재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홍보하지만, 사실상 한 업체에서 족발, 곱창, 찜닭, 아귀찜 등 갖가지 메뉴를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채널A ‘먹거리 X파일’ 138회에서는 이 같은 배달 전문 업체의 꼼수를 다뤘습니다. 분명 책자에는 다른 업체, 다른 메뉴였는데 막상 여러 명이 한꺼번에 주문을 하고 보니 같은 배달원이 여러 가지 음식을 가지고 도착했죠. 영수증에 찍힌 업체 이름도 모두 동일했습니다.

이런 업체들은 족발 냉면, 찜, 곱창 등 다양한 메뉴 이름이 붙은 전화기를 20대, 30대씩 두고 봉투는 상호가 찍히지 않은 것을 사용합니다. 음식의 질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냉동 제품을 전자레인지로 해동하고, 동봉된 소스를 넣어 볶는 것으로 조리과정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죠.

물론 배달 책자에 실린 업체가 모두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책자에 가게 위치를 표시한 약도와 외관 사진까지 실어둔 경우라면 그럴 확률이 현저히 낮죠. 다만 ‘배달만 가능하다’거나 ‘직접 픽업이 불가하다’는 업체라면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달 앱의 등장과 배달 책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배달 앱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배달 책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배달 책자를 만드는 업체, 배달 책자에 광고를 싣는 음식점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는데요. 오프라인 배달 책자는 언제까지 소비자들의 곁을 지킬 수 있을지, 배달 어플과 음식점 업주들의 상생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