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지방 촬영이라면 20만 원 훌쩍 넘는 일급 가능
가채 얹고 10시간 대기, 적절한 휴게공간도 없어
원청, 하청 따라 수수료 비율 상이

일급도 세고, 평소 좋아하던 유명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면? 아마 많은 분들이 돈도 벌고 추억도 쌓을 수 있는 ‘꿀 알바’라며 반색하시겠죠.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 이야기인데요. 현실은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대기시간이 긴데도 마땅히 쉴 곳도 없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오늘은 보조출연 아르바이트의 장단점과 수입, 관련 이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하루에 20만 원 가능한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보조출연자는 흔히 말하는 ‘엑스트라’로서 드라마·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이들입니다. 사극 전쟁 신의 병사라든가, 거리 위 행인, 카페 안 커플 등 중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작품의 현실감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들이죠.

보조출연자에게 특별한 연기력이나 경력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어색하게 카메라를 바라본다든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등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되죠. 간혹 짧은 대사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단순 아르바이트나 부업으로 이 일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보조 출연을 주업으로 삼는 경우도 분명 있는데요.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보조출연자들의 1일 수입도 늘어났습니다. 촬영장 특성상 8시간 이상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밤샘 촬영이 이루어지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죠. 시간외 수당과 야간 수당에 식비와 야간 교통비, 지방 촬영을 위한 지역비가 추가되면 일당이 2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높은 학력이나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 중 벌이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죠.

◎ 반말과 욕설에 성범죄까지…

하지만 그만큼 괴로운 일도 많습니다. 2013년 <한겨레>에서는 기자가 직접 보조출연자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기사로 내보냈는데요. MBC 드라마 ‘기황후’ 촬영에 엑스트라로 참여한 기자의 말에 따르면, 밤늦게 용인에서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찜질방에서 쪽잠을 잔 뒤, 다시 새벽에 용인으로 내려가는 일정이 이어졌죠. 숙박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촬영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다음날 새벽 4시가 집합 시간이어도 굳이 서울로 보조출연자들을 데려다줬다는 겁니다. 기자와 함께 일한 보조출연자 동료는 ‘수도권이 아닌 아예 지방으로 촬영을 갈 경우 숙박비가 나오지만, 그것마저도 반장이 일부 떼어먹는다’며 보조출연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출처 (좌) youtube ‘EXBC entertainment'(우) youtube ‘닷페이스’

반말과 욕설을 듣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보조출연자는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보조출연자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가장 말단에 위치합니다. 쉽게 말해 ‘을의 을의 을’ 정도 되는 것이죠. 딱히 촬영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데도 부채질을 하거나 누워서 쉰다는 이유로 “미친 X 돌았냐” 등의 험한 말을 듣는 일이 잦죠.

긴 기다림도 보조 출연자들을 힘들게 합니다. 특히 사극의 경우 분장과 의상 때문에 그 고통은 한층 심해지죠. 기생 역할을 맡은 여성의 경우 무거운 가채를 여러 개 얹은 채, 군인 역할의 남성 출연자라면 갑옷 입고 칼을 찬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기 시간을 버텨야 합니다. 하루 일하는 시간이 15시간 정도라면 실제 촬영을 준비하거나 촬영하는 시간은 5시간 내외라니, 10시간 정도는 불편한 차림으로 꼬박 대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나마 제대로 된 휴게 공간이 마련되지도 않아 여름엔 더위와 땡볕, 겨울엔 혹한의 날씨 속에서 버텨야 하죠.

여성 출연자들의 경우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2004년 동생으로부터 출연자 관리 업체를 소개받아 보조 출연자로 일하던 한 여성이 12 명의 관리 업체 남성 직원들로부터 상습적인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죠. 여성은 해당 남성들을 고소했지만, ‘가족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고소를 취하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 질환에 시달리던 여성은 2009년 결국 자살했고, 언니를 해당 업체에 소개했던 동생 역시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죠.

◎ 원청과 하청, 그리고 수수료와 가입비

그렇다면 그 높다는 일급은 제때,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걸까요? 본인이 소속된 기획사가 원청인지, 하청인지에 따라 사정이 다릅니다. 원청 기획사의 경우 일급의 3% 내외, 하청 기획사의 경우 10%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가죠. 하청 기획사는 보조 출연 희망자로부터 3~4만 원의 가입비를 받기도 합니다. 10회의 보조 출연을 완료하고 교육 등 별도의 행사에 참여해야 돌려받을 수 있죠.

지급 시점은 오히려 하청 기획사가 빠릅니다. 현장에서 바로 주거나, 주 단위로 계산해서 지급하죠. 반면 원청 기획사는 촬영일의 다다음 달 초쯤에야 출연료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집합장소에서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으며, 도시락 등으로 식사가 제공될 경우 식비는 일급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시급이 아닌 일급 혹은 주급이 기본이기 때문에 운 좋게 촬영을 일찍 마치는 날에는 1, 2 시간 만에 66,800 원을 벌어가기도 하죠.

지금까지 보조출연 아르바이트의 장단점, 그리고 수입 수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2012년 방영된 KBS 드라마 ‘각시탈’ 촬영 중 보조 출연자들을 태운 버스가 전복되면서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죠. 사망자는 보조출연 역사상 처음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고 보조 출연자 대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모든 구성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환경이 하루빨리 갖춰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