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탐구영역 실수 속출
실수로 앞 과목 답안지 수정→0점 처리
실수로 들어간 엄마 휴대폰 울려 퇴장당하기도

지난 11월 14일, 수험생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렀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정답과 성적확인, 대학 지원의 일정이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죠. 남들과 똑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봤지만 남은 일정들이 소용없게 되어버린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 마킹 실수가 ‘전 과목 0점 처리’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했다는데요. 대체 이게 어찌 된 사연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답안지 수정 실수로 0점 처리

0점 처리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실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4교시 ‘탐구 영역’ 시간입니다. 4교시에는 모든 응시생들에게 필수인 한국사 시험에 이어 제1선택 과목과 제2 선택과목 시험을 치르게 되죠. 각각의 시험 사이에는 2분의 쉬는 시간이 있고, 지금 치르는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의 시험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아서는 안됩니다. 이미 끝났거나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다른 영역의 답안지를 건드리는 것도 부정행위에 해당하죠.

문제는 이들 세 과목의 답안지가 한 장의 OMR 카드에 나란히 붙어있다는 사실입니다. 긴장한 수험생이 제1 선택과목 시험 시간에 잘못 마킹 한 부분을 수정하려다 실수로 맨 앞에 있는 한국사 답안지를 건드리는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죠. 실제로 이번에 수능에 응시한 A 양은 생명과학 답안지를 고치려다 한국사 답안지를 고쳤는데요. A 양은 이러한 사실을 곧바로 감독관에게 솔직히 알렸지만,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전 과목이 0점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 지난해 부정행위 절반, 4교시에 일어나

고의도 아니고 실수라는데, 게다가 바로 감독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데도 0점 처리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물론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에도 이유는 있습니다. 시험과 시험 사이, 2분의 쉬는 시간 동안 부정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죠.

답안지 수정 실수 외에도 4교시 시험에서는 실수가 속출합니다. 선택과목 1과, 2 둘 중 한 영역만 응시하는 수험생의 경우 빈 시간 동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영역의 시험지를 꺼내놓고 들춰보다가 부정행위로 적발되기도 하죠. 4교시 탐구 영역에서 적발된 응시방법 위반 부정행위 건수는 2017학년도 69 건, 2018학년도 113 건, 2019학년도 147 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전체 부정행위의 절반은 4교시에 발생했죠.

이쯤 되면 개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시험 방식이 문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각 시도의 담당 장학사들이 아 4교시 탐구영역 응시 방법에 대해 질의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구별하기 쉽도록 문제지 오른쪽에 과목명을 크게 인쇄하고, 각 과목 답란을 다른 색으로 인쇄했다네요.

◎ 정성스러운 도시락 안에 잘못 들어간 휴대폰

4교시 마킹 실수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연이 2017학년도 수능 시험 중 일어났습니다. 1교시 국어영역 시험 시간이 끝나갈 때쯤, 부산 남산고의 한 교실에서는 난데없는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요. 소리의 근원은 다름 아닌 응시생 B 씨의 도시락 가방 안에 있던 휴대폰이었습니다.

시험날 아침 딸의 도시락을 준비하던 B 씨의 어머니는 실수로 도시락에 자신의 휴대폰을 넣어버렸고,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B 씨는 그대로 시험을 시작한 것이죠. B 씨는 1교시 시험 후 자술서를 제출하고 시험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낙담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B 씨는 이 같은 사실을 네이버 카페 ‘수만휘 닷컴’에 알리며 ‘저랑 같은 시험실에서 치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요. 이에 네티즌들은 ‘수고하셨다’, ‘안타깝다’며 응원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휴대폰 외에 조금 뜻밖인 ‘반입 불가’ 물품도 있습니다. 얼굴 기름을 닦아내는 기름종이 역시 그중 하나죠. 반투명한 재질 특성상 OMR 카드 위에 올려놓고 빠르게 답을 베끼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어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워치, 전자담배 등도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죠. 만일 깜빡하고 이런 물건을 가져왔다면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감독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 서랍 속의 모의고사 시험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핵심 내용, 혹은 평소 헷갈리던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둔 요약노트나 오답노트를 시험장에 가져가서 마지막으로 기억을 되살리는 데 활용하죠. 이런 학습자료는 ‘반입 금지 물품’은 아니지만 ‘휴대 가능 물품’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매 교시 시작 전에 가방에 넣어 시험실 앞에 제출해야 합니다.

올해 수능시험에서는 살펴보던 학습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부정행위로 처리된 응시생도 있었습니다. C 씨는 시험 전 살펴보던 모의고사 문제집을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로 1교시 시험을 치렀고, 이를 발견한 다른 수험생이 사실을 감독관에게 알려 1교시 이후 퇴장당했죠. 신분증, 수험표,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 흰색 수정테이프, 흑색 연필, 지우개, 아날로그시계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시험 중에는 소지할 수 없다는 사실,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네요.

올해 수능의 필적 확인 문구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였습니다. 박두진의 시 ‘별밭에 누워’의 한 구절이죠. 필적 확인 문구의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공개된 바는 없지만, 긴장했을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건네는 듯한 시구들이 거의 매년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적 확인 문구는 김남조 시인의 ‘편지’ 속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였는데요. 혹여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또 어이없는 실수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사랑스러운 사람, 맑고 초롱한 별이라는 사실, 모든 수험생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