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이 아니라 유통업?
한 유튜버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빔 프로젝터 펀딩 논란
투자자들, “이런 일 한두 번 아니야”

배우 유준상은 국기함을 디자인해 성공적인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hani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 생소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할 자금이 없는 이들이 취지를 알리고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인데요. 요즘은 스타트업의 첫 제품 출시, 예술가들의 신생 사업 등에 자금 확보는 물론 홍보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죠.

최근 논란이 된 와디즈의 한 프로젝트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만큼 문제도 많은데요. 얼마 전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국내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한 프로젝트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투자자는 물론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가장 쉽게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게 바로 펀딩”, “크라우드 펀딩, 믿고 거른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사실 이런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투자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이번 사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존 모였던 펀딩액보다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중국에서 더 싼데요?” 프로젝터 사태
최근 가장 논란이 된 프로젝트는 바로 한 업체의 빔 프로젝터였습니다. 원하는 공간을 영화관으로 만들어준다는 이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요. 논란이 생기기 전 4억 원대의 투자를 받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현재도 3억 원대의 펀딩 금액과 함께 목표 금액은 이미 넘어선 상태죠.

중국에서 약 12~13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하다는 누리꾼들의 주장

논란은 “해당 제품이 중국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다”라는 한 유튜버의 주장과 커뮤니티에서의 의견들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에 동일한 제품이 3달 전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제품 사진까지 거의 흡사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제품의 가격은 13만 원 대,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 중인 제품은 24만 원대에 펀딩 되고 있습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제품에는 안시 루멘 정보가 있지만(하단), 해당 제품은 루멘 정보만 제공한다.

유사한 제품은 있을 수 있지만 한 유튜버가 제품에 문제를 제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안시 루멘 정보’와 ‘제품에 쓰인 오타’였는데요. 해당 제품 소개엔 안시 루멘이 아닌 루멘 정보만 제공되었습니다. 루멘이란, 프로젝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양을 의미하며 안시 루멘은 벽에 화면이 쏘아졌을 때의 빛의 양을 의미합니다.

보통 프로젝터를 구입할 때 루멘보다 안시 루멘을 바로미터로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선 의아한 것이죠. 해당 제품의 문의 글에는 “안시가 얼만가요?” 등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안시 루멘 정보가 제공되어 있었죠.

품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품 상단의 오타

이외에도 공개한 제품 사진 속 ‘렌즈를 치다 보지 마십시오’라는 오타가 중국 제품과 동일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단순히 품질 미달 정도로 느낄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분노한 것은 ‘자체 개발을 내세워 홍보한 점’, ‘새로운 제품인 양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고 있는 점’ 이었죠.

업체 측에서 설명하는 논란

◎ 비교 영상, A/S까지.. 업체의 대응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환불 요청이 잇따르자 업체 측에서도 반박에 나섰습니다. 업체 측에서는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외관은 같지만 ODM(주문자 개발 생산) 방식으로 한국, 중국이 개발에 공동 참여하여 내부 스펙을 개선한 제품이라고 했는데요. 루멘을 높였을뿐더러 미러링 기능, 한국어 지원 등에 차별화를 뒀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개발 진행 단계의 제품이기에 판매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죠.

가장 논란이 많았던 안시 루멘 정보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LCT 타입 미니 프로젝터의 경우 대부분 루멘으로 밝기를 언급한다고 해명했는데요. 미니 프로젝터의 바로미터로 안시 루멘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었으며 논란 이후에도 루멘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시간이 예상 일정보다 시간이 소요되어 안시 루멘 성적서를 준비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업체 제품 설명 사진(좌), 비교 영상 캡처(우) / youtube@ 디탐생

대신 제품 리뷰 유튜버 측에 요청해 해당 제품 리뷰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죠. 하지만 투자자들은 “왜 중국 제품과의 비교가 아닌 타사 제품과 비교 영상을 올리는지 모르겠다” 등의 차가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A/S나 법적 보상 등에 있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할 것이며 서포터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티타늄이라 홍보했지만 알고 보니 니켈 도금 안경, 중개 플랫폼 측에선 “니켈 도금 자체는 문제가 없다”로 대처했다.

◎ “한두 번 아니야”, 크라우드 펀딩의 피해자들
양 측의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며 정확한 사실 여부를 가릴 순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과거 한국에서 제조한 양가죽 신발을 리워드로 받은 투자자들이 물 빠짐 현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제품은 중국에서 제조한 소가죽 제품이었죠.

문제가 됐던 usb, 아이디어와 참신함이 경쟁력이다 보니 ‘세계 최초’라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 UPI news

이외에도 티타늄 안경이라 홍보해 받아보니 니켈로 도금이 되어 여러 투자자의 귀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던 안경, 2TB 용량인 줄 알았는데 16GB에 불과했던 USB 등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피해를 입은 이들은 아주 많습니다. 또한 리워드 제품의 환불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 투자를 받고 갑자기 증발해버리는 판매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은 “판매자만큼이나 플랫폼도 무책임하다”, “신뢰도가 하락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죠.

◎ 쇼핑이 아니라 ‘리스크가 있는 투자’
사실, 크라우드 펀딩 중개 플랫폼은 품질 미달, 환불 절차 등 투자자들의 피해와 관련해 책임질 법적인 의무가 있지 않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주고는 애초에 쇼핑이 아니라 투자이니까요. 한 중개 플랫폼의 임원은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쇼핑이 아닌 투자임을 잘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무조건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으로 펀딩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는데요. 물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 있지만 조금은 무책임한 발언에 사용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전자상거래 법의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신박한 제품이나 아이디어, 스토리가 있으면 충분히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구조죠. 반대로 말해 품질 미달, 환불 절차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투자자들을 속여 큰돈을 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애초에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기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개념으로 허위 광고를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논란이 된 프로젝터 빔 이외에도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가져와 스토리를 입혀 펀딩을 받는 경우도 꽤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 펀딩에서 올라오는 제품을 그대로 믿기보단 알리 익스프레스와 같은 해외 쇼핑 사이트에서 잘 찾아 비교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 기기가 리워드로 제공되는 경우 이런 문제가 유난히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게다가 플랫폼에서도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 역시 중요하다 / MBC ‘같이 펀딩’

논란됐던 프로젝터 사태와 함께 투자라는 명목하에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사례들을 알아보았는데요. 좋은 아이디어와 다수의 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곤 했던 크라우드 펀딩이 조금은 변질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판매자들의 양심적인 펀딩 진행은 물론, 중개하는 플랫폼 내에서도 투자자 보호와 판매자 관리에 필요한 대안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