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 가져와서 각서 써, 재산 포기해”
드라마 속 상속 포기 각서,
정말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요?

“아버지 재산, 포기해. 좋은 말로 할 때 상속 포기 각서 써.” 부모의 재산 상속을 두고 싸우는 형제들.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본 장면입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둔 한 손녀는 큰고모에게 상속 포기 각서를 작성하라는 협박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드라마 속에선 간단히 각서를 작성하고 끝나지만 사실 현실은 조금 다른데요. 그래서 오늘은 현실에서 상속 포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작성한 포기 각서가 정말 법적 효력을 가지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을 통해 이뤄진 상속포기, 한정승인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hankyung

◎ 상속을 포기하는 이유들
상속을 포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받는 재산과 빚을 모두 포기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속을 포기하는 이유들에는 특정인에게만 상속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상속 재산 분배 등의 이유가 있는데요. 요즘 상속 포기 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빚을 상속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상속을 받게 되면 재산뿐 아니라 빚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죠.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다뤄지는 상속 문제 / 드라마 <아임 쏘리 강남구>

◎ 상속 포기 각서, 법적인 효력 있을까?
이유가 어떻든 상속을 포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상속 포기 각서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상속 포기 각서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상속인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효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제 3자에게까지는 효력이 없죠.

특히,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던 병상에 누워있는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각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는 상속인으로서의 권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죠. 재산 분할 포기 각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서에 인감도장을 찍고 공증까지 받았다고 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그래서 상속 포기 각서를 썼다고 해도 피상속인 사망 후 재산 상속을 요구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들의 요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정말 상속을 포기하고자 한다면, 피상속인이 사망 후 상속이 개시된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상속 포기 심판 청구서를 가정 법원에 제출한 후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후 결정문을 받아야 하죠. 주의해야 할 점은 신고 접수를 했다고 해서 바로 상속이 포기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후 법원의 결정문을 받아야 완벽한 상속 포기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신청서 작성 후 심판문 송달까지 1~6달 정도가 걸리지만 고인 사망일 기준, 3개월 이내에 신청서가 접수되었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칙적으로 상속의 포기는 취소가 금지되어 있다. / 대한민국 법원

◎ 상속 포기 취소, 가능할까?
상속 포기 각서를 작성했다면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지만 절차대로 상속을 포기했을 경우, 취소가 가능할까요? 법적으로 상속의 포기는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여도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상속인이 착오, 사기, 강박을 이유로 포기했다면 취소가 가능하죠. 물론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개월, 포기한 날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됩니다.

◎ “내가 죽으면 재산은 OO에게..” 유증과 상속
“내가 죽으면 유산의 전부는 A에게 준다” 등의 유언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재산상 이익을 타인에게 주는 것을 유증이라고 합니다. 유증의 목적 범위가 재산 전체에 대한 비율로 표시하는 것을 포괄 유증, 목적이 특정되어 있는 경우를 특정 유증이라고 하는데요. “유산의 전부를 A에게 준다”라는 포괄 유증, “B 부동산을 타인에게 준다”라는 특정 유증이라고 이해할 수 있죠.

수억 대 빚이 있던 한 채무자는 부친 사망 후 유증 받은 아파트를 포기해버렸다. / 법률방송 뉴스

이렇게 유증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을 수증자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포괄 유증을 받은 포괄적 수증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 의무를 가집니다. 유증과 상속에 있어서는 유증이 우선순위입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내가 죽으면 재산 1/2는 A에게 준다”라는 유증을 했다면 나머지 절반의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눠 갖게 되는 것이죠. A가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여도 법적 효력은 유지됩니다.

실제로 많이 볼 수 있는 상속 사례 중 하나이다. / 법률방송 뉴스

◎ “이미 다 나눠가졌는데..” 등장한 상속 포기자
고인 사망 전 상속 포기 각서를 쓰고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속인 A는 갑자기 재산 상속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존의 상속인들이 재산을 모두 나눠가진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럴 때 A는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 계산 사례 / hankyung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에서 상속인 등의 일정한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되어있는 몫을 말하는데요. 피상속인이 유증을 통해 상속인을 특정하지 않았다면 A는 유류분 만큼의 상속 재산을 다른 상속인들에게 청구할 수 있죠. 또, 피상속인의 유증으로 모든 상속재산이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 상속인들은 침해된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상속을 포기하지 않고 한정 승인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 무조건 포기? NO ‘한정 승인’
보통 재산과 함께 빚까지 상속되기 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만약 상속받을 재산이 빚보다 크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 한정 승인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상속 포기 신고와 마찬가지로 고인 사망일 기준 3개월 내에 재산과 빚을 동시에 물려받고 물려받은 재산 내에서 빚을 갚겠다는 법원 신고와 심리를 거쳐 심판문을 받는 제도이죠. 물론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크다면 그대로 상속을 포기하시면 됩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상속 포기 각서의 법적 효력과 상속 절차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상속 포기를 위해선 상속인들끼리 얼굴을 붉히며 상속 포기 각서, 재산 분할 각서를 작성할 것이 아니라 상속이 개시된 3개월 이내에, 꼭 가정 법원에서 신고 절차를 진행하셔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