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정시 일정이 슬슬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1월 29일 마감된 서울 주요 대학 정시 최초 합격자 발표에 이어,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추가 합격자 발표도 이번 주 내에 끝날 예정이죠.

아직 진학할 학교가 확정되지 않은 분들은 혹시라도 추가 합격 연락이 올까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계실 텐데요. 이렇게 조마조마하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가 어디인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면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수능 만점자’들이죠.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많이 나온 해에는 만점자라 할지라도 원하는 대학, 원화는 과에 진학이 어려울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학교를 골라갈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수능 만점을 받는 비결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출신 고등학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역대 수능 만점자 중 무려 10% 이상을 배출한 학교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올해 수능 만점자는 9명


우선 올해 만점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어려웠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국어로, 특히 31번 문제는 국어 선생님조차 풀기 어려웠다는데요. 그다음으로 논란이 많았던 영어 과목은 원어민도 이해하기 힘든 지문이 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죠.

그럼에도 만점의 쾌거를 이뤄낸 학생들은 분명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6명 줄어든 9명의 수능 만점자가 나왔는데요. 이들 중 재학생은 4명, 졸업생은 5명이었으며, 인문계 학생은 3명, 자연계 학생은 6명이었다고 합니다.

2019년 수능에서는 국어·수학· 탐구 과목에서 모든 문제를 맞히고,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영어와 한국사는 1등급을 받으면 만점 처리되었는데요. 특히 올해 만점자 중에서는 백혈병 투병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김지명 군,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들게 합격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를 과감하게 포기한 이정수 양 등 독특한 사연의 주인공들이 눈에 띕니다. 이 두 학생의 출신 학교는 서울 선덕고, 그리고 안양 백영고라고 하네요.

역대 수능 만점자 배출, 압도적 1위는


그렇다면 역대 가장 많은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학교는 과연 어디일까요? 우선, 많은 수의 만점자가 나온 해에는 언론에서 일괄적인 발표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 66명의 만점자가 나온 2001년에는 관련 언론 보도가 없었고, 2012년 30명의 만점자 중 6명의 출신 고교 현황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2002~2007년의 집계도 불분명하죠.

교육 전문 신문인 <베리타스 알파>에 따르면, 이처럼 불명확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능 실시 이후 2016년까지 수능 만점자는 모두 114명인데요. 이들 중 가장 많은 수를 배출한 고교는 다름 아닌 외대 부고였다고 합니다. 외대 부고의 전신인 용인외고 시절부터 2016년까지 총 12명의 만점자가 나왔는데요. 이는 2위를 차지한 상산고(5명), 은광여고(5명)의 만점자 수를 합친 것보다도 웃도는 수치입니다.

올해 서울대 진학 1위도 차지


전통의 강자인 만큼 올해 수능에서 역시 두각을 나타냈는데요. 만점자들의 출신 고교가 모두 밝혀진 상황은 아니지만, 서울대 합격자들 중 외대 부고 출신 학생들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죠. 수시 최초 합격자는 37명, 정시 최초 합격자는 36명으로 외대 부고는 총 73명의 서울대생을 배출했는데요. 서울대 합격생 56명을 배출하며 2위를 차지한 서울과학고등학교와의 격차도 꽤 큰 편입니다.

만점자와 서울대 합격생이 가장 많이 나오는 외대 부고의 정식 명칭은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 고등학교’입니다. 2005 년에 외국어고로 개교한 이 학교는 2011년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전환한 뒤 2014년 교명을 ‘용인 한국외국어 대학교 부설 고등학교’로 변경했죠. 2015년에 자사고로 재지정되면서 적어도 2020년까지는 자사고로 남아있을 예정입니다.

이렇게 외고에서 전국 단위 자사고로 넘어온 것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이력인데요. 자연계열 수업이 열리지 않던 외고 시절, 입학 후 자연계로 진로를 정한 5명의 학생들까지도 모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그 뒤를 잇는 학교들


외대 부고에 비하면 만점자 수는 적지만, 역대 만점자 배출 공동 2위에 빛나는 상산고와 은광여고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문 고교입니다. 전주에 위치한 상산고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권씩 가지고 있을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죠. 의대, 치대, 한의대를 통틀어 이르는 소위 ‘의치한’ 진학률이 가장 좋은 학교들 중 하나에 포함됩니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은광여고는 무려 1946년에 문을 연 전통의 명문학교입니다. 핑클의 이진, 배우 송혜교, 한혜진 씨가 졸업한 학교로도 유명하죠. 강남에 위치한 만큼 높은 교육열,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가 만점자 배출의 비결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대학은 긴 인생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도합 12년간 대입이라는 목표를 바라보며 공부해온 학생들에게는 수능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지겠죠. 게다가 수능 만점자가 나오는 학교, 대학을 잘 보내는 학교가 따로 있다고 하니 자사고나 외고, 과고 입학을 위해 초·중 시절부터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올해 서울대 진학률을 보면 약간 희망이 생기는데요. 서울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정시 최초 합격자 909명 중 일반고 출신이 553명으로 60.8%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15명(59.4%)에 비하면 확대된 수치죠. 반면 자사고 과고 외고 국제고는 일제히 실적이 하락했다고 하니, 꼭 특목고에 진학하는 것만이 대입 성공을 위한 능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