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 도시>, <밀정>의 신 스틸러
알고 보니 과거 대기업 판매왕까지
연봉 7,000만 원 포기한 주인공은?

고액 연봉을 포기한 뒤 충무로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허성태

여러분은 새로운 일에 쉽게 뛰어드는 편인가요? 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도전 정신이 낮아진다고 하는데요. 실패로 인한 위험 부담을 굳이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3,40대만 돼도 비교적 이뤄놓은 것이나 재산 등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많으니까요. 35세의 나이에 무려 연봉 7,000만 원의 꿈의 직장을 포기하고 모두가 말리는 일에 뛰어든 이가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배우 허성태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알아보았습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부산대 노어노문학과 진학에 성공했다.

◎ 노래방에서도 공부를? ‘전교 1등’

허성태는 재래시장에서 이불 장사를 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온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영화를 보며 막연히 배우를 꿈꾸고 중학교 시절엔 춤이 좋아 친구들과 함께 아이돌을 꿈꾸기도 했던 학생이었는데요. 하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이 더욱 중요했던 그의 꿈은 좋은 곳에 취직해 평범히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죠. 학창 시절 노래방에서까지 공부 열정을 불태웠던 그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습니다. 덕분에 부산대 노어노문학과를 전공해 무사히 졸업을 마쳤죠.

한 인터뷰를 통해 “판매왕을 해본 적은 없다”라고 솔직히 밝혔다.

◎ LG 전자 입사, 러시아 영업까지 성공적

좋은 곳에 취직해 효도하겠다는 그의 꿈은 단번에 이뤄졌습니다. LG 전자의 해외 마케팅팀에 입사했는데요. 이후 러시아의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영업왕까지 등극하진 않았지만 한 방송에서 “과장을 조금 보태 모스크바 시내의 모든 호텔에 달린 LG LC TV는 내가 달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대우 조선 해양으로의 이직

이후 그는 조선소 대우조선 해양으로 이직했는데요.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며 자회사를 관리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연봉 7,000만 원, 10년 차 직장인으로 과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었죠. 모두가 꿈꾸는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결혼에 골인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그는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배우라는 직업에 목이 말랐고 다한증이 생길 정도로 현실과 꿈의 괴리감에 힘들어했습니다.

젊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였다.

◎ 결혼 6개월 만에 선택한 퇴사

그의 고민은 결국 SBS에서 진행한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되었습니다. 결혼 후 6개월, 신혼이었지만 본인의 꿈을 선택하기로 했죠. 예선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합격을 받은 직후 그는 일하던 조선소에서 퇴사했습니다. 당시 나이 35세였죠. 연기를 한 번도 배운 적 없었지만 허성태는 오디션에선 젊은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잠재력을 보였는데요. 안타깝게도 최종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 ‘이게 내 현실’, 단기 알바 전전

결국 무명 신인 배우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는 퇴직금을 쏟아부어 원룸을 하나 구해 계속해 도전했는데요. 당시 생계를 위해 장난감 포장 아르바이트, IPTV 음성인식 시스템 테스트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연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까마득한 후배 뻘의 신입사원에게 불친절한 지시를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그는 퇴직한 회사의 홍보 행사장에서 제품을 팔고, 도난을 막기 위해 부스에 앉아 밤새도록 제품을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행사를 담당했던 젊은 신입사원의 불친절한 지시에 ‘이게 내 현실이구나’를 제대로 느꼈는데요. 과장 진급을 앞에 두고 퇴사한 그였기에 더욱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퇴사, 오디션 도전 모든 과정이 결혼 후 진행됐다.

어머니도 말렸지만 다행히 아내만큼은 허성태의 편이었습니다. 아내는 외벌이를 하며 허성태의 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는데요. 10년 연애 후 결혼에 골인한 그녀는 허성태의 꿈을 비웃는 친구들과 달리 “하다가 그만두면 돈은 어떻게든 벌면 된다”라며 응원했죠.

영화 <광해>로 데뷔한 허성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게 출연했다.

◎ 무명배우→ 신 스틸러, 그의 숨은 노력

허성태는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무려 4박 5일간의 대기와 촬영을 이어갔지만 결국 영화 속에선 단 1초 출연으로 출연료 15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차근차근 단역으로 시작한 그는 약 60여 편의 작품에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뺨을 맞아도 행복하다는 직업이 바로 배우라는 허성태 / 영화 <밀정>

2016년, 영화 <밀정>에 출연해 신 스틸러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합니다. 그는 배우 송강호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당시 그는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본에 없던 뺨을 맞는 장면을 제안했습니다. 송강호를 2박 3일간 설득해 긴 상의 끝에 완성된 장면이었는데요. 총 8번의 따귀를 맞으며 완성시킨 명장면을 통해 존재감을 조금씩 드러냈죠.

이후 영화 <남한산성>, <범죄 도시> 등에 출연하며 ‘대세 배우’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한 인상이 매력적인 허성태는 유난히 악역을 자주 맡았는데요.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란 걱정보단 연기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유쾌한 작품을 언젠가 맡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작년 대한민국 문화연예 대상에서 영화부문 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 귀수 편>에서도 활약했죠. 주연 욕심보단 초심을 잃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배우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라는 배우 허성태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