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에 사용된 이미지는 물론, 이후 등장할 이미지 역시 랑또 작가님이 아닌 참고 이미지입니다. 또한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어 성별 구분이 없는 ‘그’라는 호칭을 사용하였습니다.*

웹툰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기안 84는 방송 프로그램 고정으로 출연 중이고, 주호민 작가는 <신과 함께>로 1000만 영화의 원작자가 되었죠. 그리고 이말년 작가는 탁월한 입담으로 유튜브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연예인과 맞먹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이런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 나 홀로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천재 만화가의 삶을 누리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데뷔작 <야! 오이>부터 연재 중인 <가담항설은>까지 모두 호평을 받고 있는 랑또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랑또 작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화가를 꿈꾸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만화책과 만화 영화를 보는 게 그저 즐거워, 만화가가 자신의 운명이라고만 여겼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도 랑또 작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만화가를 미래 유망 직종이라 생각하셨죠. 그래서 관련된 책도 사주시고, 심적으로도 많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미술과 관련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기에 미대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죠. 랑또 작가는 데뷔하기 전까지 ‘구도’라는 말의 뜻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해나갔습니다. 물론 여전히 만화가의 꿈은 버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중 그는 갑작스럽게 ‘회사원’에서 랑또 ‘작가’가 되었습니다. 술김에 만화를 그려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 업로드를 했죠. “연재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계속 만화를 올렸습니다. 처음엔 어느 정도 기간만 도전을 하고, 안되면 잠시 휴식기를 가지려고 했죠. 그런데 제가 정해둔 기간 막바지에 운명처럼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랑또 작가의 데뷔작 <야! 오이>는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될 당시부터 소위 말하는 ‘병맛’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선을 넘을 듯 말 듯 한 개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식 연재가 되면서 그림도 변경되고, 내용도 많이 순화되었는데요. 베스트 도전부터 그를 봐왔던 독자들은 어딘가 중화된 것 같은 웹툰 내용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술김에 그린 원고라서 만화의 대전당인 네이버에는 감히 올리지 못할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스케치북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린 뒤 스캔 한 거여서 노이즈도 많았죠. 여러모로 아무렇게 만들어진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과거의 제 작품을 봐버리신 독자들의 기억을 소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만화는 언제나 부끄러우니까요.”

이후에는 <요리 대마왕>, <악당의 사연>, <SM 플레이어> 등의 작품을 연재했습니다. 모두 랑또 작가만의 개그 코드가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죠. ‘장르가 랑또’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저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봐주시는 걸 정말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스타일이 뚜렷하다는 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5년간 수도 없는 병맛 만화를 그려온 랑또 작가가 <가담항설>로 네이버에 복귀했습니다. 이전처럼 재미가 주가 된 작품일 줄 알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가담항설>에는 이전 작품에선 찾기 힘들었던 랑또 작가의 철학이 가득 담겨있었죠.

“사실 그전에는 제 철학을 가급적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주 장르가 개그이다 보니 분위기가 무거워질까 봐 자중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뭔가를 이야기할 자격과 실력이 있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만화에선 어느 정도 보편적인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가담항설>은 매번 독자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개그 웹툰으로 ‘약쟁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랑또 작가가 다시 한번 ‘천재 만화가’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꾸준한 독서를 <가담항설>의 인기 비결로 꼽았는데요. 스스로 정리한 내용과 생각들을 다양한 책으로 확인하고 보완하면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한 주제가 떠오르면, 그 주제의 모든 책을 구해 최대한 다양한 시선으로 다가서려 하는 게 <가담항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랑또 작가는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개인 블로그에 직접 자신의 만화에 대한 후기를 남기기도 하고 있죠. “원래 작업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에 가까웠어요. 요즘은 만화에 대해 자세한 해석을 써놓으면 그걸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성실히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와의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음에도 그는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요. 이 까닭을 묻자, “만화가가 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는 네이버 담당자와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사람과 대면하는 일은 모두 대리인에게 맡기고 있죠.

정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소신처럼 만화에 대한 그의 철학도 아주 확고했습니다. 랑또 작가는 웹툰 작가에 대한 역량으로는 ‘성실함과 만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각을 하지 않는 비결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만화면 그리면 된다’를 꼽았죠.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만화를 향한 애정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창의력의 원천에 대해 묻자, 랑또 작가는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라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어떤 인물, 어떤 소재든 다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게 되는 것이죠. 또한 다양한 장르와 클리셰를 분석하는 것도 작품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하나를 봐도 모든 순간에서 ‘나라면 이렇게 전개했을 텐데’나 ‘다음 장면을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취미처럼 여기는 것이 랑또 작가의 진정한 창의력의 원천이었습니다.

랑또 작가가 만화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인간 랑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동일했습니다. 그의 대답의 끝은 모두 만화였죠. 그는 “죽을 때까지 만화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 더 이상 만화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며 죽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는데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좋은 만화 한 편을 남기고 싶다는 랑또 작가. 만화를 향한 그의 열렬한 애정이라면 그 목표는 당연히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