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시나요? 기초화장품인 스킨과 토너부터 시작해 립스틱이나 파운데이션 같은 색조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사용하고 있으실 텐데요.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 피부 건강을 유지하거나 용모를 변화시키기 위해 화장품은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화상치료에 사용하거나 아토피 치료에 사용할 정도로 화장품의 기능이 상당히 좋아졌죠.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바로 이런 기능성 화장품입니다. 이 화장품은 우주물리학자가 화상 입은 얼굴을 고치기 위해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물리학자가 만든 화장품이라니 뭔가 상당히 비쌀 것 같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우주물리학자가 화장품을 만들게 됐을까요?

실수를 통한 새로운 시작


1953년 미 항공우주국 나사의 연구원이었던 맥스 휴버 박사는 로켓 실험을 하던 도중 불행한 사고를 당해 심한 화상을 입습니다. 비록 사고가 발생해 연구원 경력에 흠집이 가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휴버는 좌절하지 않았죠. 휴버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화상으로 망가진 피부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5년간 효과 좋다는 약이나 화장품을 써봤지만 헛수고였는데요.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은 ‘포기하고 의사의 말을 따르며 보상금으로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며 그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상처를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서 치료제를 찾아다녔죠. 더 이상 사용할만한 치료제가 남아있지 않자, 그는 자신의 피부를 재생하고 후유증을 제거할 수 있는 크림을 직접 만들기로 합니다.

휴버는 치료제를 만들기로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휴버는 우주 항공 물리학만 알고 있었지, 피부 관련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는데요.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공부해야 했죠. 그렇게 몇 년을 공부하여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자 자신의 피부 재생을 도와줄 성분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천연광물, 식물, 해초, 뿌리, 분비물 등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화장품 재료로 사용했는데요. 12년간 이렇게 사용한 성분만 무려 60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기적의 해초


그러던 어느 날 휴버 박사는 해초를 사용해 만든 크림이 발려진 상처 부위가 다른 상처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을 발견합니다. 캐나다 밴쿠버 인근 바다에서 채취한 ‘자이언트 켈프’라고 불리는 이 해초는 가장 큰 바다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루에 60cm가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며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죠.

휴버 박사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고대 이집트 발효기술 중 ‘저온 발효 공법’을 이용했습니다. ‘저온 발효 공법’은 저온 상태에서 6개월가량 발효시키는 방법인데요. 이 방법으로 ‘자이언트 켈프’에서 황금색 원액을 추출합니다. 여기서 나온 황금색 원액이 라 메르의 주성분인 ‘미라클 브로스’이죠. 휴버 박사는 더 좋은 품질의 ‘미라클 브로스’를 만들기 위해 에센셜 오일과 기타 순수 성분들과 함께 3~4개월간 빛과 소리를 이용해 발효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마침내 기적의 화장품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라 메르의 뒷면


휴버 박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미라클 브로스’는 트러블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재생하는 효과가 탁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데요. 처음에는 휴버 박사가 자신만 쓸 용도로 ‘미라클 브로스’를 발명했으나,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소규모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미국 전역에 기적의 크림으로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죠. 그가 사망한 후 미국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가 판권을 사들이며 현재의 ‘라 메르’를 만듭니다. 그래서 에스티 로더가 ‘라 메르’의 모 회사가 됐는데요.

바다에서 온 크림이라는 뜻의 ‘크렘드 라 메르’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크림으로 유명한데요. 60ml에 약 33만 원 정도이고, 100ml에 약 55만 원 정도로 가격대가 만만치 않죠. 이러한 가격으로 ‘라 메르’는 고급 화장품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라 메르’제품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논란이 있는데요. ‘자이언트 켈프’에서 추출한 ‘미라클 브로스’를 제외하면 타 기업의 값싼 크림과 성분 차이가 없고, 2010년에는 영국 ‘데일리 메일’이 성분 분석을 통해 가격이 너무 부풀려진 화장품임을 밝혀냈죠. 심지어 ‘미라클 브로스’의 항산화 성분보다 더 좋은 항산화제가 많았습니다. 또한 ‘데일리 메일’은 또 다른 실험으로 ‘니베아 보습크림 vs 라 메르’를 진행했는데요. 약 4주간 47세 여기자가 직접 임상 테스트에 임했고, 우주비행사들의 피부 상태를 점검하는 기계를 동원해 과학적으로 피부 상태를 진단한 것이라 신뢰도도 높았습니다.

실험 결과, 한화 2000원에 팔리는 보습크림이 20만 원짜리 ‘라 메르’를 뛰어넘어 버리죠. 다만 니베아 보습크림이 유분기가 강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 화장품이 싸구려 화장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 메르’는 한 해 두 번만 해초를 수확하고, 70년대 개발 당시 그대로 수작업을 하여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비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라클 브로스’는 애초에 후버 박사가 화상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것인데, 화상 환자 치료용으로 이용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데요. 또한 여성들의 피부를 바꿨다는 대규모 임상실험이 존재하지 않아 ‘라 메르’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12년간 노력해서 만들어진 ‘미라클 브로스’의 성능은 과연 사실일까요? 현재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라 메르’ 화장품에서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