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시즌마다 오르는 럭셔리 브랜드 한국 가격
샤넬, 31일부터 주요 핸드백 상품군 최대 13% 인상
디올의 ‘레이디 디올’ 시리즈 몸값도 일제히 뛰어
올봄 가격 올린 롤렉스, 쇼메, 불가리

본격적인 웨딩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나 뼛속까지 추운 겨울보다는 온화한 날씨의 봄, 가을에 식을 올리려는 커플이 많죠. 이렇게 새로운 부부가 많이 탄생하는 계절이 오면 덩달아 몸값이 오르는 품목이 있으니, 바로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과 주얼리들입니다. 안 그래도 명품 가격이 비싼 한국에서, 샤넬과 디올은 한 해에 네 번까지도 가격을 인상한다는데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 1년에 네 번이나 가격 올린 샤넬, 디올

타 국가보다 한국에서 명품 브랜드 제품이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지난해 프랑스 금융그룹 BNP 파리바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판매 가격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국제 평균보다 14% 높습니다.

명품 가격이 가장 낮은 국가는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를 만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이들 국가에 비하면 한국 가격은 40%가량 비싸죠. 유럽 여행을 명품 쇼핑의 기회로 삼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가격이 유달리 비싸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브랜드들은 계속해서 자사 제품의 한국 판매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요. 샤넬은 지난해 주요 제품의 가격을 무려 4 번 인상했고, 이어 올 3월 다시 한번 총 462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올가을도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10월 31일부터 ‘클래식’, ‘2.55’를 비롯한 주요 핸드백 상품군 가격을 최대 13%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죠.

디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10일 디올은 레이디 디올 백 시리즈 가격을 일제히 올렸죠. 양가죽 레이디 디올 미니백은 405만 원에서 445만 원으로, 스몰 백은 470만 원에서 510만 원으로, 라지 백은 600만 원에서 620만 원으로 몸값이 대폭 뛰었습니다. 클러치, 스카프 등 제품군은 다르지만 디올이 각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것도 올 들어 벌써 4번째입니다

◎ 롤렉스, 불가리, 쇼메… 시계·주얼리 브랜드도 올봄 잇단 인상

비단 샤넬과 디올만의 일은 아닙니다. 다른 유명 패션 하우스들은 물론, 스위스 시계 브랜드, 주얼리 전문 브랜드들 역시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는데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남성용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의 판매가를 140만 원에서 1180만 원으로 3.5% 인상했죠. 이 외에도 대부분의 제품이 2~3% 비싸졌습니다. 롤렉스 역시 지난 3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지만 해당 품목과 인상률에 대해서는 함구했죠.

주얼리 브랜드 쇼메, 불가리도 가격을 올렸습니다. 쇼메의 조세핀 아그레뜨 링은 630만 원에서 635만 원으로, 까르띠에의 러브링은 138만 원에서 143만 원으로 비싸졌고, 1190만 원이었던 탱크 루이 까르띠에 시계도 이제 1230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게 되었죠. 불가리 역시 올 3월 취급 품목 중 절반 이상의 가격을 최대 6.5%까지 올렸습니다.

◎ 혼수·예물 시즌 맞춘 인상 시기

이들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시기는 3·4 월, 9·10 월로 자주 겹치곤 합니다. 브랜드 측에서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환율 변동이나 원가 상승, 혹은 ‘본사의 방침’을 내세우죠.

하지만 비슷한 시기, 그것도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주요품목의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웨딩 시즌에 맞춰 한국 판매가를 올리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예단이나 예물로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에 일부러 가격을 인상한다는 겁니다. 이 시기에 가격이 오르는 제품들이 샤넬의 2.55백이나 디올의 레이디 디올, 예물이나 혼수로 인기 좋은 시계·반지라는 점도 이런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죠.

아이러니하게도 명품 브랜드들이 이렇게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마다 해당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집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빨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도 있기 때문이죠.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의 연간 매출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희소가치를 높이 사는 고객들로 인해 앞으로도 명품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는 오는 2023년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약 16% 성장해 142억 3790달러(약 16조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