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사라진 공채 탤런트
배우 김가연, 뜻밖에 공채 개그맨 출신
91년에는 ‘전문 앵커 요원’ 선발도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경쟁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채용 방식을 ‘공채’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공무원을 선발할 때, 또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선발할 때 보통 공개경쟁 채용 과정을 거치죠. ‘공채’하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방송국입니다. 공채 아나운서, 공채 개그맨부터 더 이상 선발하지 않는 공채 탤런트까지, 방송국 공채 출신에는 누가 있는지, 또 이들은 지금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공채 탤런트 선발 제도, 2009년 이후 감감무소식

‘공채 탤런트’라는 개념을 처음 선보인 곳은 KBS입니다. 61년 첫 공채 탤런트 시험에는 2600여 명이 몰렸고, 이 중 26명이 뽑혔죠. 현재 활동 중인 KBS 1기 공채 탤런트 출신 배우로는 김혜자, 정혜선 씨를 꼽을 수 있습니다. MBC 역시 63년부터 공채를 통해 탤런트들을 선발했고, 91년 개국한 SBS도 곧바로 공채 탤런트 제도를 도입했죠.

방송국이 제작하는 TV 드라마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던 90년대 초, 공채 탤런트들의 영향력도 대단했습니다. 황신혜( MBC 16기), 이병헌(KBS 14기), 송윤아(KBS17기), 장동건(KBS 21기), 심은하 (KBS 22기) 등이 모두 공채 출신 배우들이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드라마 외주제작이 일반화되고 연예 기획사의 입김이 커지면서 공채 탤런트 제도는 서서히 힘을 잃게 되었는데요. MBC는 2004년에 공채를 폐지했으며, KBS, SBS는 각각 5년, 6년 만에 공채를 치른 2009 년 이후로 공채 탤런트 선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SBS 스페셜’에는 2009년 297 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SBS 공채 탤런트 11기에 합격한 이들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영화 ‘아저씨’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을 연기한 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푼수 비서 역할을 소화한 배우 김성오,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김 간호사 역할로 주목받은 이가현(당시 이수진), 영화 ‘극한 직업’에서 정실장 역할을 맡은 허준석 씨등 여전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다만 드라마 ‘제중원’과 ‘맛있는 인생’에서 활약했던 석진이 씨는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4년 차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다들 아나운서 출신 배우인 줄 알지만, 알고 보면 공채 탤런트로 먼저 데뷔한 이도 있습니다. 2014년 KBS 퀴즈 프로그램 ‘1 대 100’에 출연한 임성민 씨는 아나운서 시험 보다 탤런트 시험에 먼저 붙었던 이력을 밝혔는데요. 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아버지의 반대와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94년 다시 KBS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네요.

◎ 홍준표, “개그맨 됐으면 검사 안 했을 것”

탤런트 공채처럼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개그맨 공채 역시 뜸해졌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아예 폐지되거나 시청률이 크게 떨어진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요. 대기업 공채처럼 매년 특정 기간에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 측의 공지에 따라서만 공채 진행 여부를 알 수 있어 아예 유튜브 등 다른 경로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하려는 지망생들이 오히려 늘고 있죠.

배우 김가연 씨는 지난해 ‘복면가왕’ 출연해 다소 놀라운 이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MBC 공채 개그맨 5기 출신이라는 사실이었죠. MBC 공채 탤런트를 준비하던 그는 대회 일정이 CF 촬영과 겹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같은 해 개그맨 공채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같은 회사이니 얼마든지 이직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고요.

개그맨 박명수 씨가 김가연 씨의 한 기수 선배이며, 당시에는 걸핏하면 버럭 하는 대신 후배들 밥을 많이 사주는 자상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네요.

2015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형준 씨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 폐지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 9급 기술직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고, 지난해 합격해 서울시 한 구청에서 근무 중입니다. 최근에는 2살 연하의 어린이집 선생님과 웨딩 마치를 올렸는데요. 개그맨 동기들과 함께 웨딩촬영을 하며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개그맨이 될 뻔했던 과거를 밝혀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채널A ‘개그 시대’에 출연한 홍 전 대표는 개그맨 고 이주일 씨를 스타덤에 올린 고 김경태 PD의 권유로 MBC 개그맨 시험에 응시한 전력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응시 원서는 제출했지만, 같은 해 10월 유신이 터지면서 전국 대학생에게 고향으로 내려가라는 지시가 떨어져 시험장에는 가지 못했죠. 홍 전 대표는 “시험에 붙었으면 검사고 뭐고 안 하려고 했다”고 덧붙이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 강지영, 장성규 아나운서 MBC ‘신입사원’ 출신의 JTBC 특채

종편이나 지역 방송사들은 상시 채용으로 아나운서를 뽑기도 하지만, 지상파 3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아나운서 선발을 위한 공채를 진행합니다. 차후 프리랜서로 전환하더라도 방송 3사 아나운서로 시작하는 것이 인지도 면에서나 경력 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하죠.

하지만 반드시 아나운서 공채를 통과해야만 앵커나 MC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들 중에는 아나운서가 아닌 기자 출신도 많죠. 또한 1994부터 2002년까지 장장 8년 동안 SBS의 메인 뉴스인 <뉴스 8> 앵커 자리를 차지했던 한수진 앵커는 1991년 ‘앵커 전문 요원’이라는 다소 낯선 직함으로 선발된 인재였는데요. 전문 뉴스캐스터를 조기 육성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제도였습니다.

2011년 MBC에서는 신입 아나운서 채용 과정을 ‘신입사원’이라는 제목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만듭니다. 이 오디션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강지영, 장성규 씨는 후에 JTBC 특채 1기 아나운서로 선발되었죠. 강지영 아나운서는 JTBC에서 ‘정치부 회의’, ‘차이나는 클라스’, ‘어서 말을 해’ 등에 출연했고, 장성규 아나운서는 퇴사 후 프리랜서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