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던 일본 자동차, 60% 가까이 판매 급감
일본 중고차 매물은 늘고 수요는 없어
젊은 세대 주도의 불매운동 장기화 전망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 순간부터 우리 국민들은 꾸준히 일제 불매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사히와 유니클로뿐 아니라 한국에서 꾸준히 잘 팔리던 일본 차들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인데요. 과연 불매운동은 정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을지,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 매출은 실제로 얼마나 줄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본 차 몰고 온 손님 안 받아’ 현수막 내건 식당 주인

지난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골 가게 사장님의 패기’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한 대형 식당에 걸린 현수막 사진도 함께였죠. 현수막에는 “8월 1일부터 일본 차량 운행 고객님께는 음식을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주차를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큰 글씨로 “우리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었죠.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일본 차를 구매한 사람은 무슨 죄냐”거나 “맹목적인 차별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라며 식당 주인이 너무 나갔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저 정도는 해야 앞으로 일본 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식당 주인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일본 제품, 특히 일본 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임은 확실했죠.


◎ 한국에서 잘 팔리던 일본 자동차,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60% 하락

사실 일본 자동차는 한국에서 꽤 잘 팔리는 품목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09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것과 달리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2018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30,441대를 팔았죠. 심지어 도요타의 한국 법인 도요타 코리아는 2017년 이익금 315억 원을 모두 일본으로 보내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지난 7월에는 일본 자동차 국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7.2%, 8월에는 56.9% 줄어든 데 이어 9월에는 59.8%까지 떨어졌죠. 브랜드별로는 닛산이 전년 동기 대비 87.2%의 감소 폭을 보이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혼다(82.2%), 토요타(61.9%)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9월부터 적용된 8자리 새 번호판도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기존의 7자리가 아닌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 자동차라면 불매운동 시작 이후 구매한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분위기에 맘 놓고 주행하기가 어렵겠죠. 한 업계 관계자는 “성능을 중시하던 고객들도 일본 차에 대한 거부감, 테러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매운동의 영향이 있음을 알렸습니다.

◎ 중고차 수요도 급감

중고차 시장에서도 일본 자동차는 찬밥 신세입니다. 중고차 서비스 업체인 ‘헤이 딜러’에 따르면 토요타 캠리, 인피니티 Q50, 렉서스 ES300h 등 대표적인 인기 차종들의 딜러 입찰 수가 30% 가까이 감소했죠.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차량에 대한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도 크게 떨어졌는데요. 7월 한 달간 닛산, 토요타, 렉서스, 인피니티, 혼다의 조회 수가 전월대비 18.1% 줄어들었죠. 반면 일본 차를 판매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나 7월 일본 차량 신규 등록대수는 전월 대비 28.4%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일본 자동차 업체들, 대폭 할인 나서

분위기가 냉랭한 가운데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다가 역풍을 맞을까 우려한 일본 수입차 업체들은 한동안 할인 혜택을 비롯한 판촉활동을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프로모션을 재개했죠. 토요타는 차량에 따라 최대 400만 원의 주유 상품권을 제공하고, 신차 교환 할부, 저금리 운용리스 등의 프로그램 혜택을 주었습니다.

닛산은 중형 SUV ‘엑스트레일’에 대해 600만 원이 넘는 할인을 단행했습니다. 대형 SUV ‘패스파인더’의 경우 1100만 원까지 할인 폭을 늘리기도 했죠. 이어 혼다의 대형 SUV ‘파일럿’도 30% 가까운 할인에 돌입했습니다.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 오카자키 다케시는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안 그래도 멀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결과를 두고 봤을 때, 오카자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음을 알 수 있는데요. SNS를 기반으로 활발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며 젊은 세대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어, 기득권의 주도로 시작해 금세 끝나버린 과거의 불매운동과 달리 장기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