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폴 길빈이 설립
‘베컴 폰’ 모토로라 레이저 세계적 인기
소비자 욕구 못 읽어 몰락의 길
올 연말 폴더블 폰 출시 예정

요즘은 모두들 비슷비슷한 패드형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휴대폰의 디자인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 액정이 가로로 돌아가던 가로본능, 매끄럽게 밀려 올라가던 스카이 슬라이드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었죠. 그중에서도 샤프하고 날씬한 외형으로 사랑을 받았던 휴대폰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모토로라 레이저’입니다. 레이저는 1억 대 넘게 팔렸지만, 지금은 시중에서 모토로라 휴대폰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요. 노키아와 1, 2위를 다투던 모토로라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류기부터 휴대폰까지, 무선통신 업계의 선두주자

모토로라는 1928년 설립된, 비교적 오래된 회사입니다. 창립자 폴 갤빈은 시카고에서 다섯 명의 직원과 함께 가정용 전기로 라디오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정류기’를 생산해 판매했죠. 1930년대에 차량용 무전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갤빈은 2차대전 중 휴대용 무선통신기기인 ‘워키토키’를 내놓아 연합군의 승리에 공헌합니다.

1947년부터 ‘모토로라’라는 명칭을 정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1960년 최초의 무선 텔레비전을, 1969년에는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생생한 음성을 지구로 전달한 우주 통신용 무전기를 만들어냈죠. 이처럼 무선 통신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한 모토로라는 1973년 세계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 트렌디한 ‘베컴 폰’의 성공

후발주자들의 휴대폰 출시에 한동안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모토로라는 ‘모토로라 레이저’를 크게 히트시키면서 다시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로 올라섭니다. 이전까지 모토로라를 대표하던 ‘스타텍’과 비슷하지만 한결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스타텍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 새롭고 트렌디한 것을 선호하는 이들 모두에게 어필했죠.

고급스러운 이미지 마케팅과 초특급 스타 모델 기용도 모토로라 레이저의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당시 평균적인 휴대폰 가격보다 다소 비싼 600달러 안팎으로 가격을 책정했고,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정판 블랙 레이저 폰을 유명인 게스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죠. 2006년에는 베컴을 모델로 기용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합니다. 당시 실력과 외모, 부를 고루 갖춘 데이비드 베컴은 최고의 스타였는데요. 이후 모토로라 레이저는 ‘베컴 폰’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죠.

◎ 몰락을 가져온 히트 상품 답습

하지만 레이저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2007년 ‘모토로라 레이저 2’가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레이저 1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실망을 느꼈고, 모토로라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점차 잃어갑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맹렬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모토로라를 쫓아오던 삼성은 2008년 1분기 판매 실적에서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을 뿐 아니라 1위 노키아마저도 위협하고 있었죠. 물론 2007년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첫 선을 보인 아이폰의 등장 역시 소비자의 욕구를 읽는 데 실패한 모토로라를 더욱 빠른 속도로 추락시켰습니다.

모토로라의 다른 사업 부문과 달리 유독 모바일 기기 부문에서만 인수합병의 성과도 부진했습니다. 2006년 심벌 테크놀로지스와 굿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서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 부문은 즉각적으로 매출이 늘어났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사 ‘TTP Com’과의 인수합병은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는데요. 여러 공급업체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각각 달라 곤란했던 모토로라는 TTP Com이 개발한 모바일 플랫폼 AJAR로 이를 통합하고자 했죠. 하지만 AJAR 개발의 속도는 더뎠고, 성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 구글 거쳐 레노버에 매각

적자를 거듭 기록하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결국 2011년 8월 구글에 인수됩니다. 그리고 2014년 1월, 구글은 모토로라를 다시 중국 기업인 레노버에 매각하죠. 경영권과 지분, 생산시설 등은 약 3조 100억 원에 레노버로 넘어갔지만, 모토로라의 특허 1만 7천여 건 중 대부분은 구글이 계속 보유하게 됩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스마트폰 자체 제작에 열을 올리며 ‘모토 X’를 내놓았지만 미국에서조차 고작 50만 대가 팔렸을 뿐이었는데요. 이에 항간에는 ‘제아무리 구글이라도 모토로라는 못 살린다’라는 말까지 떠돌았습니다.

레노버의 손에 넘어간 이후로도 이렇다 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모토로라는 아예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2016년 1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 참석한 모토로라 최고 운영책임자는 ‘모토로라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죠. 다만 2017년 3월 모토로라는 이 입장을 번복합니다. 브랜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해 7월에는 모토로라 Z2라인이 공개되었죠. 그러나 Z 라인도 죽어가는 모토로라를 회생시킬 만큼의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했나 봅니다. 2018년에는 시카고 본사의 엔지니어 3분의 1이 이미 해고되었으며, 앞으로 절반이 더 해고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1월 중으로 모토로라의 폴더블 폰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모토로라는 히트 상품 ‘레이저’의 이름을 따와 ‘모토로라 레이저 2019’라는 이름을 붙였죠. 가격은 1500달러로 갤럭시 폴드(1980 달러)나 화웨이 메이트(2600 달러)에 비하면 저렴한 편인데요. 과연 레이저 2019는 모토로라 레이저 시절의 영광을 다시 가져다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