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공인인증서, n프로텍트, 도로명 주소 불편”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했지만 달라진 것 없어
도로명 주소 초안 작성한 박헌주 교수
“익숙해지면 도로명 주소가 100 배 편해”

분명 편하라고 만들었을 텐데, 쓰다 보면 오히려 울화가 치미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업무나 거래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공인인증서나 보안 프로그램은 ‘차라리 은행이나 관공서를 직접 가서 하는 게 빠르겠다’ 싶을 정도로 이용자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도 한두 개가 아닌지라, 늘 용량이 모자란 컴퓨터를 더욱 버벅대게 만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많은 원성을 듣고 있는 공인인증서와 n프로텍트를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지, 덧붙여익숙한 지번주소 대신 어려운 도로명 주소 체계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공인인증서를 구축한 홍기융 현 시큐브 대표이사

공인인증서의 기원은 1975년 IBM의 ‘루시퍼’입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암호 체계였던 루시퍼를 미국 국가 안보국에서 가져다 미국의 암호표준인 DES로 진화시켰죠. 이후 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미국은 3-DES, AES 등의 한층 강화된 암호체계를 개발해 표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암호표준의 아주 일부만 타 국가들과 공유합니다. 많이 사용될수록 공략도 쉬워지는 암호 기술의 특성 때문이었죠. 2천 년대 초반까지 암호표준에 대한 일부 기술들은 수출 금지법에 명시되어 반출이 차단되었습니다.


금융과 유통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른 국가들이라고 손놓고 앉아있을 수는 없었겠죠.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한국형 암호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1999년에 SEED를 개발합니다. SEED를 염두에 둔 ‘전자서명법’은 2년 뒤인 2001년 발효되는데요. 우리가 아는 ‘공인인증서’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었죠.

공인인증서는 전자서명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발행기관 식별 정보, 가입자의 성명 및 식별 정보, 전자서명 검증키, 인증서 일련번호, 유효기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온라인 거래 시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전자서명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인인증서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인증관리 팀장을 지낸 홍기융 현 시큐브 대표이사가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몰 실시간 결제는 물론 관공서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할 때도 꼭 필요한데, 매년 갱신해야 하는 데다 발급 과정도 번거로워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죠. 현재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조항은 삭제되었지만, 대부분의 금융사에서는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보안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어 실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공인인증서 폐지에 힘이 실리고는 있지만, 결국은 ‘제2의 공인인증서’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저절로 실행되는 n프로텍트

n프로텍트는 ‘잉카 인터넷’에서 개발한 PC 보호 프로그램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n프로텍트 네티즌, n프로텍트 퍼스널, n프로텍트 게임 가드, n프로텍트 온라인 시큐리티 등이 이 제품군에 속하죠. 나도 모르는 새 내 컴퓨터로 잠입한 악성코드, 랜섬웨어 등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이 제품들은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같지만, 오히려 불편하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용자들도 있었는데요.

n프로텍트 출시 이후 “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작되어 메모리를 잡아먹는다”거나, “설치 후 키보드가 먹통이 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설정들이 멋대로 바뀐다”는 주장을 하는 소비자들이 있어왔는데요.  이들 중 메모리를 잡아먹는다는 불만은 2010년대에 들어서 OS 메모리 관리 수준이 높아지자 사그라들었고, 잉카 인터넷 측에서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n프로텍트가 오래도록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액티브 엑스’를 주로 사용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 덕분이었는데요. n프로텍트 자체가 액티브 엑스를 기반으로 사용되는 데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보안 프로그램들 중 n프로텍트 계열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법이 은행이나 공공기관 사이트에 이러한 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용자들은  n프로텍트를 비롯한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

◎ 도로명 주소 초안 작성자, 박헌주 교수

도로명 주소는 2011년 7월 29일 고시된 이후,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각각의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건물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매긴 이 주소체계는 주소만으로 손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되었는데요. 하지만 이미 지번주소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도로명 주소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한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소를 외우는 것도 일인데다, 도로명 주소에는 동 대신 생소한 도로명만 표기되기 때문에 지도 검색을 거치지 않고서는 위치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서울시민의 절반가량인 49.3%가 도로명주소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도로명 주소를 이 사람이 만들었다’고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 소속 국가경쟁력 강화 기획단에서 시작한 일인데다, 전면 시행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기 때문인데요. 다만 96년 도로명 주소 도입을 주장하고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 방안의 초안을 작성한 것은 박헌주 아주대 겸임교수입니다.

박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도로명 주소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며, 새로 붙은 길 이름만 찾아가면 되기 때문에 도로명 주소가 사실상 백배 편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는 “구와 동 체계가 처음부터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길 이름에도 충분히 향토 역사성이 반영되어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또한 기존 지번 주소는 일제가 세금 수탈을 위해 토지조사사업을 벌일 때 만들어진 체계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도로명 체계를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헌주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하철 노선도처럼 도로명 주소 지도를 만들어 배포한다면 도로명 주소 체계가 안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