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직장인의 무려 98%가 직장에서 권태기를 겪는다.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을 누리며 대기업에 다니든, 스타트업에서 일당백 멀티 태스커로 일하든 입사 초기에는 그렇게 애틋했던 회사가 지겹고 미워지는 순간이 온다는 말이다. 《이직의 정석》의 저자 정구철 헤드헌터는 ‘이직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었지만, 섣부른 이직은 오히려 경력에 상처만 남긴다’고 말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직종 전환에 성공한  그를 만나 똑똑한 이직, 후회하지 않는 이직에 대해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직의 정석》의 저자 정구철입니다. 잡플래닛에서 헤드헌터로 근무하고 있고, 그 전에는 삼성물산에서 발전 해외 영업 파트에서 7년 정도 일했습니다. 헤드헌터가 된 지는 3년 정도 되었고, ‘퇴사 학교’, ‘오마이 스쿨’ 등에서 온·오프라인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헤드헌터는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인가요?”

192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에서 인력 효율화를 위해 처음 탄생한 헤드헌터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 대략 2만 명 정도의 헤드헌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고객사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면 저희가 채용 포털 사이트나 개인 네트워크, 링크드 인 등의 플랫폼을 동원해 인재를 서칭하고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채용이 완전히 성사되었을 때 소정의 수수료를 받죠. 가끔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채용 후보자께서 저희에게 비용을 지불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직종을 전환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 집안에는 IMF 등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정년까지 한 기업에서 종사하신 어른이 많이 계세요.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퇴직해서 명함에서 회사가 지워지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극도로 제한적이더라고요. ‘나도 그럴 수 있겠다, 이게 직장인의 한계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해외 근무 때문에 딸이랑 떨어져 지내야 했던 기간도 길었고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딸이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해 줄 때 스스로 길을 개척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전직 이후 생활 기반을 마련하실 때까지 소요된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3년 정도 이 일을 하면서 처음보다 기반이 많이 잡히긴 했지만, 수입 면에서 현업에 있을 때만큼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어요. 사실 헤드헌터는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이탈률도 높은 직업이에요. 회사에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 성과에 따라 수입도 천차만별이죠.
탑 헤드헌터 분들은 대기업 임원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인다고 알고 있어요. 정확한 금액은 아니지만, 업계 평균은 3천만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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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정석》은 이직의 A to Z를 꼼꼼하게 알려주는 책이에요. 집필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영업전략의 일환이었어요. 오히려 돈을 벌면서 스스로를 광고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서 책 출간을 선택했죠. 그런데 그런 마음만으로는 70% 이상 써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떠올렸습니다. 이직을 하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던 후배, 좋은 회사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았지만 업계 자체가 무너지는 바람에 갈 데가 없게 된 조선업계 종사자, 학력과 스펙은 탁월하지만 잦은 이직으로 더 이상 대기업으로의 옮기기 어려워진 이직 희망자 등이 떠올랐죠. 그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완성했습니다.

“이직이 잦으면 좋은 조건으로 다시 이직하기가 점점 어려워 지나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산업 군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그분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바로 “이 바닥이 좁아서 이직이 어렵다.”는 것이죠. 잦은 이직은 어느 업계에서나 약점이 될 수 있어요. 재직기간이 짧으면 ‘조금만 힘들면 그만두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력은 하얀 눈밭과 같아요. 걸어온 발자국이 남죠. 머물렀던 자리, 돌아섰던 자리, 지우고 싶었던 자리도 4대 보험 기록으로 모두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즉흥적으로 이직을 결정할 게 아니라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고, 적절한 시기에 시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가장 눈여겨봤으면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책의 마지막, <부록 4> ‘바른 이직을 위한 생각 정리 노트’입니다. 이직으로 내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무엇인지, 이직의 시기가 무르익었는지, 해당 산업 군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직접 빈칸을 메우며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예요. 이직의 필요충분조건인 실력, 평판, 명분, 이익을 항목별로 따져보고 이직을 원하는 이유와 망설이는 이유 3가지씩을 정리해본 뒤,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들 때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이직은 무엇보다 ‘내가 원해서’하는 거예요. 기업에서 직원에게 이직을 권고하는 경우는 그 사람의 감가상각이 다했을 때 말고는 없겠죠. 결국 이직을 결심하고 시행하는 전 과정은 자기 주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스스로에 대한 선행적인 탐구가 필수적입니다.


 
“작가님이 브런치 글에서 말씀하셨듯이, 링크드 인에서는 가끔 직무와 관련 없는 잡 오퍼가 들어오기도 해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요?”

링크드 인 프로필이 상세하지 않으면 헤드헌터들이 ‘혹시나’하고 제안을 넣기도 해요.  프로젝트 단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업무 내용, 스킬 셋 등을 상세히 적어주시면 보다 관련성 높은 제안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링크드 인은 네트워킹 플랫폼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혹시나 회사 인사담당자가 내 프로필을 보면 어쩌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링크드 인 계정이 있다고 해서 구직 중이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채용 사이트에 직접 이력서를 내거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력서 작성 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기업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에 앞서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야 잘 팔릴 테니까요. 채용은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나’를 셀링 하는 과정입니다. 이력서를 쓸 때는 기업에서 나의 어떤 점을 가장 궁금해할지 파악해야 해요.

가끔 30대 후반, 40대의 후보자분들이 대학 시절 학술부, 동아리 활동 경험을 이력서에 넣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총학생회장 정도의 아주 임팩트 있는 경험만 짧고 간략하게 넣으시라고 조언해 드리죠. 인사담당자들이 경력직을 뽑을 때 알고 싶은 건 이 사람이 프로로서 해온 일에 대한 정보예요. 그러니 이력서를 쓰실 때도 학력이나 자격증, 어학보다 직장 이력·경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작성하셔야 합니다.

“면접에서 자신감과 겸손함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아요. 어떤 부분에서 자신 있게 말하고, 또 어디에서 겸손해져야 하는 걸까요?”

의견수렴이 안되거나 독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자신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만한 사람으로 비칩니다. 반대로 자신의 업무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하다면 적어도 영업직군에서는 그 사람을 채용하지 않겠죠. 면접에서 갖춰야 할 자신감은 본인이 해온 업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태도이고, 겸손함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자세입니다.

“채용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경력 조회에서 채용이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책에서 언급하셨어요. 어떤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전체 기업의 45%, 대기업과 외국계의 50~60%가 경력 조회를 실시합니다. 100만 원~200만 원 선으로 의뢰 비용이 비싸지만, 문제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들이는 게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죠.

조회 결과 후보자 본인이 이야기한 것과 담당업무·퇴직 사유가 전혀 다르다던가, 미투나 부정적인 감사 결과 등의 이슈가 드러났을 때 채용이 취소되는 사례가 가장 흔합니다. 경력 조회를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면 후보자 본인이 채용을 포기하는 경우, 후보자 본인이 직접 지정한 동료에게 경력 조회를 실시했는데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의외로 적지 않죠.

“잦은 이직 등으로 이미 경력에 흠집이 난 상태라면,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경영악화, 임금체불 등 사 측 사정으로 이·퇴직이 있었던 경우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일 개인 사정으로 이직이 잦았다면, 다음 이직을 시도하기 전에 한 번쯤은 한 직장에서 길게 근속하시길 추천드려요.

그게 힘들다면 괄목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이동이 잦았지만 그만큼 업무 적응력이 좋다는 사실을 어필하셔야 하고요. 개발자나 디자이너 직종이 아니라면 최소 3년은 채우시는 게 좋습니다. 아주 보수적인 기업에서는 근속 기간이 10년 이상이어도 이직 횟수 1,2회 정도의 후보자를 선호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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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이직에 관해 인상 깊게 보신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우선 박승오, 홍승완 저자의 《위대한 멈춤》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예술, 학문, 경영 등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전환기’를 탐구한 책인데요.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비범해졌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어 있어요.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도 좋았습니다.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커리어는 그저 ‘버티기’에 지나지 않게 되죠. 55세까지 직장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평균 9.3년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고 해요. 일은 일대로 두고 여가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여가를 위해서 9.3년을 버티며 보내는 건 좀 슬프잖아요. 일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에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직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은 자격증이나 외국어 점수가 아니라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업무입니다. 신기하게도 후보자가 현 직장을 미워할수록 원하는 방향으로 이직이 어려워져요. 지금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기회가 다가오거든요. 본인이 걸어온 발자국과 현재 서 있는 자리를 받아들이고, 다음 걸음을 신중히 옮기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