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신입생 10% ‘빈번한 우울감’
복학 안 될까 봐 휴학 망설이는 학생들
예일에서는 두 차례 자살 사건 발생

대학생이 휴학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학연수나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때문일 수도, 인턴십 때문일 수도 있죠. 물론 건강 상의 이유로도 휴학이 가능하고 복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간단한 복학 신청 서류만 제출하면 되죠.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명문 예일 대학교에는 정신 건강과 휴·복학 절차에 관련된 문제 때문에 자살한 학생까지 있다는데요.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우울감 느끼는 미 대학생들

2015년 UCLA가 미 전역 15만 명의 대학 신입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약 10%가 한 해 동안 빈번하게 우울감을 느꼈다고 응답했습니다. 게다가 응답자들이 스스로 매긴 감정적 건강 수준은 평균 50%에 그쳤죠.

엄청난 압박감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과중한 학습량에 친구들을 만날 시간은커녕 잠잘 시간도 부족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게다가 고등학교 때까지는 항상 최우수 학생이었던 이들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 섞이다 보니 경쟁도 더 치열해집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학생들의 정신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겠죠. 예일대의 경우 40%에 가까운 학부생들이 졸업 전에 교내 정신건강 센터를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그나마도 매우 붐벼서 예약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 예일에서 연이어 발생한 자살 사건

2015년 1월, 수학과 2학년생 루창 왕은 학교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합니다. 그리고는 금문교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죠. 페이스북에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예일. 난 여기에 있는 게 좋았어. 나는 시간이 있었으면 했을 뿐이야. 해결책을 찾고 새 약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을 뿐이었는데 학교에서는 불가능했고, 1년 내내 휴학하거나 학교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어. 사랑을 담아, 루창”

그 이듬해에도 예일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합니다. 신입생 헤일 로스는 올드 캠퍼스 내 기숙사 4층에서 몸을 던진 이후 2015년 1월에 등록이 취소됩니다. 그는 2015년 가을 학기에 복학을 승인받았지만 2016년 10월 30일, 다시 자살을 시도하고 말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의 시도가 성공했죠.

◎ 맘 편히 휴학하기 어려운 이유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걸까요? 만일 학교 공부가 너무 힘들었다면, 혹은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면 한 학기 정도 휴학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예일에서는 이 같은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신 건강을 이유로 학교를 쉴 경우, 복학 절차가 꽤나 까다로웠기 때문이죠.

예일의 휴·복학 규정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기 시작 후 10일까지 자유롭게 휴학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휴학 사유가 여행이든 인턴십이든 비교적 쉽게 휴학 허가를 받아낼 수 있죠. 복학 허가를 받기 위한 까다로운 절차도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개강 10일 이후 학교를 쉬기로 결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단순 휴학이 아니라 등록 취소(withdraw)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요. 등록 취소 이후 72시간 뒤부터는 학생 출입증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사전 허가 없이는 캠퍼스에 출입할 수도 없습니다. 학교를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재입학 승인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데요.

이 기준에는 쉬는 동안 “건설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경우라면 성공적인 인턴생활을 하든가, 학습에 도움 되는 외부 수업을 수강한다면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겠죠. 건강, 특히 정신건강을 위해 급하게 휴학을 결정한 사람의 경우 적절한 치료와 상담의 성과가 요구될 겁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더라도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복학을 신청한 학기의 정원에 따라 복학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 학교 측의 강제 등록 취소 가능해

게다가 예일의 규정은 “학생이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 위험요소가 될 경우” 건강상 문제 있는 학생의 등록을 강제로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일로부터 등록 취소를 당했다 다시 복학 허가를 받아낸 레이첼 윌리엄스는 학생신문 기고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알렸는데요. 그는 자해 시도 후 학교 측의 명령으로 입원을 했고, 등록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루창 왕도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미 등록 취소를 당한 경험이 있는 루창은 두 번째 등록 취소로 내몰리자 학교로 돌아올 수 없을 거란 불안에 시달렸죠. 유사한 여러 건의 사례가 알려지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학생들은 공식적인 도움을 청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섣불리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알렸다가 강제 입원 혹은 등록 취소를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워진 것이죠.

◎ 루창 왕 사건 이후

루창 왕의 죽음이 알려진 며칠 후, 예일은 최근 재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등록 취소·재입학 허가 과정에 대한 피드백과 조언을 구합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학생의 경우 단과대 학장, 재입학 위원회 의장과 복귀를 위한 요건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규정이 일부 수정되었죠.

그러나 학교 측이 학생의 건강 상태를 문제 삼아 강제 등록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건강상 문제로 등록을 취소하는 학생은 적어도 한 학기 이상 학교에 접근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각종 보고서는 예일이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대인 것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학교 측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편임을 알리고 있죠. 예일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또 다른 루창 왕, 헤일 로스 사건을 막기 위한 미 대학들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