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약 회사로 시작한 기업
작년 인수한 스타일 난다 매출 증대
부진했던 아시아 시장도 실적 개선

랑콤,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브 생로랑, 비오템, 키엘… 모두 백화점 1층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각기 다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들 브랜드의 모기업은 단 하나, 바로 로레알이죠. 로레알은 이런 고가의 브랜드들뿐 아니라 NYX, 메이블린 뉴욕을 비롯한 중저가 브랜드, 로레알 파리 등 자체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김소희 대표의 ‘스타일 난다’를 6천억에 인수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조그만 염색제 회사에서 세계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의 코스메틱 공화국이 된 로레알의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6천억에 인수한 ‘스타일 난다’ 매출 고공행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이미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었습니다. 2018년 4월 들려온 ‘스타일 난다’의 매각 소식이 놀라웠던 것도 이런 로레알의 인지도 때문이었죠. 각종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화장품 기업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6천억 가량의 거금을 투자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K 뷰티, K 패션의 반짝 유행이 스타일 난다의 가치에 거품을 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로레알이 투자 이상의 이익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러나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스타일 난다를 운영하는 ‘난다’는 지난해 출범 이후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1967억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으로는 359억 원을 거둬들여 전년대비 각각 17.47%, 41.43%의 성장세를 보여주었죠. 이에 따라 로레알도 인수금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무난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염색약 회사,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이 되다
로레알을 설립한 것은 프랑스의 화학자 외젠 슈엘러입니다. 오레올(Auréole: 후광)이라는 이름의 염색제를 개발한 슈엘러는 이 제품이 큰 인기를 얻자 1909년 정식으로 염색약 회사를 설립하죠. 소시에떼 프랑세즈 드 뗑뛰르 이노펜시브 뿌르 슈브(Société Française de Teintures Inoffensives pour Cheveux : 모발에 안전한 프랑스의 염색약 회사)’라는, 다소 긴 회사 이름은 1910년 지금의 로레알로 변경되었습니다.

1957년 사망한 슈엘러는 15세에 로레알에 취직한 딸 릴리안 베탕쿠르에게 회사를 물려줍니다. 베탕쿠르는 전문 경영인에게 로레알을 맡긴 뒤 2012년까지 이사회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했죠. 1964년 랑콤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뛰어든 로레알은 현재 30년 가까이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가격대, 글로벌한 고객
로레알이 보유한 주요 글로벌 브랜드는 34개 남짓입니다. 이 중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랑콤 같은 고가의 브랜드뿐 아니라 메이블린 뉴욕이나 NYX처럼 부담 없는 가격대의 브랜드도 포함되어 있죠.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업답게 인수 추진 시 가격대, 타깃 연령층 등 다양성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로레알의 4대 CEO인 장 폴 아공은 <위클리 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30여 개 기업을 검토한 뒤 1~3개 기업을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인수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지금 로레알에 없지만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브랜드인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가, 글로벌화가 가능한가’라고 합니다.

◎ 아시아 시장 장악도 현실화 단계
경쟁사인 에스티 로더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몸집을 자랑하는 로레알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쟁쟁한 자국 제품들이 버티고 있어 세력을 확대하기 쉽지 않았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로레알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유럽 매출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 달라졌습니다. 올 1분기 로레알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매출은 22억 9800만 유로(한화 약 2조 9500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4%나 늘어났는데요. 아시아 매출이 로레알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유럽시장 매출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이렇게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데는 중국의 영향이 큽니다. 최근 중국 젊은 여성들의 명품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다수의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로레알의 매출이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이죠. 세계 최고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중국 시장을 사로잡은 로레알 그룹이 머지않아 한국, 일본 시장도 장악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