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힘든 순간이 찾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순간을 이겨내고 내일을 준비하죠. 하지만 힘든 순간이 계속돼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면,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하길 마련인데요. 한국은 2003년 ~ 2015년까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를 차지하며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에서는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운영하거나, 난간의 높이를 올리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죠. 그런데 여러 가지 자살방지 대책 중에서도 효과적이라 평가받는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를 철거하게 되는데요. 계속해서 유지해도 부족할 판국에 어째서 철거를 결정하게 된 것일까요?

자살 명소 마포대교


마포대교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용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잇는 왕복 10차선 다리입니다. 1970년에 만들어져 2005년까지 다리를 꾸준히 유지 보수하며 지금의 모습이 됐지요. 북단에서 마포 대로로 이어져 광화문과 종로로, 남쪽으로는 영등포-부천-인천을 잇는 경인국도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교량인데요. 그만큼 교통량이 어마어마한 다리죠.

하지만 마포대교는 엄청난 교통량보다는 자살 명소로 더 유명한데요. 서울 시내 주요 한강 다리 중 투신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마포대교에서 사람들이 자살하는 주원인으로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꼽히는데요. 마포대교 주변에 삼성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거대 증권사가 많다 보니 주식에 실패한 사람이나 배상 책임을 물게 된 증권사 직원들이 많이 간다고 합니다. 또한 접근성이 좋아 자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소가 된 것도 한몫을 한다는데요.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


이러한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그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에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투신 방지벽, SOS 긴급 상담전화, 투신 사고 관제 시설같이 물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감성적 메시지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의 프로젝트였죠. 자살방지 메시지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보행자가 움직이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생명의 다리’는 2012년 9월에 완성되며 처음 몇 달간은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SOS 생명의 전화기’ 가 설치된 마포대교, 한남대교 등 한강 다리 5곳에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 자살자들이 163명이나 됐는데요. 이 중, ‘SOS 생명의 전화기’를 이용한 자살자 70%는 ‘생명의 다리’가 설치된 마포대교에서 전화를 걸었죠. 또한 일반인들 사이에서 ‘생명의 다리’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빠르게 퍼지며 자살방지 여론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제일 기획은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로 클리오 광고제와 칸 광고제 9개 부문에서 수상을 받는데요. 세계 광고제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클리오 광고제와 칸 광고제에서 수상 받으며, ‘생명의 다리’는 뛰어나고 성공적인 프로젝트처럼 보였습니다.

소용없는 문구들


하지만 잠깐 동안만 효과가 있었고, 그 이후에는 거짓말같이 다시 자살자가 증가했습니다. 2012년에 마포대교 자살시도는 15건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96건으로 6배 넘게 증가했죠. 2014년에는 128건으로 12년에 비해 훨씬 많아졌고요. ‘생명의 다리’를 설치했으니 자살시도는 더 줄어야 맞는데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도대체 왜 자살시도가 줄질 않았던 것일까요?

그리고 ‘생명의 다리’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마포대교는 자살의 명소로 더욱 유명해졌는데요.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유명한 장소를 선택한다는 ‘명소화 효과’로 인해 나쁜 생각을 먹으면 마포대교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됐죠. 또한 ‘생명의 다리’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살자들의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면 했으면 하는 감정’에 부합한 것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논란이 있었던 생명의 다리는 결국 서울시에서 2015년 9월에 철거해버립니다. 이렇게 논란이 많았던 ‘생명의 다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는데요. 마포대교에서의 자살 시도 수는 해마다 늘어났지만 구조된 사람도 그만큼 늘어났고, 자살 관련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다리’ 이후 난간을 높인 거 외에는 뾰족한 자살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지금도 마포대교는 자살의 명소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좋은 대책이 나와서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