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빵순이 빵돌이 여러분, 혹시 최근 식비 지출이 늘어나지 않으셨나요? 웬만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먹고 싶은 걸 몇 개 담으면 만 원, 이만 원을 금세 뛰어넘고 말죠.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제과제빵 브랜드들이 최근 줄지어 가격을 인상했으니, 같은 값을 내고 받아 가는 빵 봉지가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닙니다. 지난 3월 파리바게뜨는 73개 품목의 값을 5% 올렸고, 뚜레쥬르는 올해부터 90개 상품의 가격을 약 7% 인상했죠. 사실 이번 가격 인상이 있기 전에도, 한국의 빵 값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는 데요. 오늘은 세계 각국의 빵 값 순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서 빵이 제일 비싼 나라


지난 3월,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전 세계 주요 도시의 ‘2019년 세계 생활비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는 싱가포르, 파리, 그리고 홍콩입니다. 스위스의 제네바와 일본의 오사카가 공동으로 그 뒤를 이었고, 서울은 미국 뉴욕, 덴마크 코펜하겐과 함께 7위를 차지했죠.

그런데 이 보고서는 서울에 관한 조금 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서울에서 빵 1kg을 구매하는 데 드는 평균금액은 15.59 달러 (한화 약 1만 8천500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죠. 이는 빵 값으로 2위에 오른 뉴욕의 8.33 달러와 1.9배 차이 나는 가격입니다. 3위 제네바보다는 2.6배, 4위 파리보다는 2.8배나 비싸죠.


빵이 주식이 아니라서 비싸다?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사람들은 한국 빵이 비싼 원인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빵이 서양 국가에서는 주식이지만 한국에서는 간식’이라는 사실을 이유로 꼽는 사람들이 많았죠. 서양 국가에서 매일같이 식사에 빵을 곁들이니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그만큼 빵 값이 싸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또한 서양에서는 빵이 한국의 맨밥과 같은 개념이라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 정도만 들어가는 심플한 빵을 주로 먹지만, 한국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기 때문에 평균 빵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살인적인 물가로나 빵으로나 둘째가라면 서러운 파리의 경우, 바게트 하나의 가격은 1유로 남짓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대혁명 이후 ‘빵의 평등권’이 선포되면서 빵 가격이 통제되었고, 1980년에 이르러 자율화된 이후에도 바게트 가격은 좀처럼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데요. 다른 음식값은 올라도 공깃밥 가격만은 천 원 남짓인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입니다. 바게트만큼이나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는 크루아상이나 빵 오 쇼콜라는 통상 바게트보다 10~20상팀 정도 비싼 편입니다.


한국 빵의 시초


1720년 베이징에 간 연행사 일행이 ‘서양 떡’을 맛보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한국에 빵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때부터는 ‘빵’이라는 단어가 ‘서양 떡’이라는 말을 대체하기 시작했죠. 1920년대에는 일본인들이 아예 한반도에 제분공장을 세우기에 이르렀고, 단팥을 넣은 ‘안팡(단팥빵)’은 일본과 조선을 가릴 것 없이 인기가 많았다는데요. 이렇듯 서양식 빵보다 일본식 빵을 먼저 접했으니, 한국 빵의 모습은 일본 빵을 많이 닮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밥이 주식이고 빵은 간식이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일본에는 수준 높은 프랑스식 정통 빵집이나 과자점도 많지만, 일본의 재료를 더한 독특한 빵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명란이나 카레를 넣은 빵은 물론, 볶음국수인 야키소바를 넣은 야키소바 빵까지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 한국의 동네 빵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소라빵도 ‘코로네’라 불리는 일본 빵에서 온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일본 빵 가격은 어떨까?


그렇다면 빵을 먹는 방식도,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비슷한 한국 빵과 일본 빵의 가격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요? 물가 순위에서 7위 서울보다 두 단계 높은 5위를 차지한 오사카는 빵값 순위에서도 다섯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1kg을 구입하는 데 평균 5.20 달러가 든다는 오사카의 빵값은 서울의 3분의 1 수준이죠. 물론 물가가 오사카보다 낮은 지역의 빵 값은 이보다도 저렴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가 순위에서 한국을 앞지른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빵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생활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 싱가포르의 빵 값은 1kg당 3.40 달러, 물가로 공동 1위를 차지한 홍콩의 경우 3.91 달러인데요. 한국 빵이 싱가포르에 비해 4.6배, 홍콩보다는 4배 비싼 셈이네요.

이렇게 따져보니 빵을 소비하는 패턴과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서울의 빵 값은 비싼 편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얼마 전 있었던 가격 인상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은 “임차료 등의 관리 비용 상승에 따라 2년 3개월 만에 가격을 조정했으며, 이는 가맹점의 수익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았죠. 반면 신세계 푸드에서는 850 g의 넉넉한 용량에 2천 원이 채 안 되는 ‘국민 식빵’을 이마트 내 ‘E 베이커리’에 선보이며 비싼 빵값을 잡아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데요. 전국적으로 빵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와 가맹점주, 제조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이 하루빨리 찾아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