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의 전화보다 먼저 떠올리는 번호는 바로 ‘112’일 겁니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며 범죄의 예방·진압·수사를 담당하는 것이 경찰의 직무이니까요. 대부분의 경찰 공무원들은 이런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종종 뉴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찰들의 이야기도 들려오는데요. 일부의 부적절한 행태 대문에 경찰 조직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오늘은 최근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 경찰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제 식구 감싸기


가수 승리를 비롯한 몇몇 남성 연예인들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되며 대가를 받고 이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윤 모 총경은 지난 15일, 직권남용 혐의를 제외한 청탁금지법 등 다른 혐의들을 모두 벗었습니다. 승리와 유리 홀딩스 전 대표의 술집 ‘몽키 뮤지엄’의 단속 사실을 미리 알려준 것만 문제 삼기로 한 것이죠.

경찰은 윤 총경이 지난 2년간 골프 4번, 식사 6번의 접대를 받고 승리의 콘서트 티켓 등도 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모든 접대와 티켓까지 합쳐도 총 금액이 268만 원에 그치며, 이는 뇌물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는데요. ‘형사처분 기준인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데다 접대 시점에서의 청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무혐의 처리의 근거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아니냐는 것이죠. 특히 박창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 2계장이 “장기간 여러 번에 걸쳐 친분을 쌓기 위한 과정 중에 이뤄진 것으로 대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해 ‘대체 범죄자 집단과과 경찰이 친분을 쌓아야 할 이유가 뭐냐’며 어이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죠.

대통령까지 버럭 하게 만든 사건


이번에는 불성실한 수사로 대통령까지 경찰서에 방문하게 만든 사건입니다. 때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탄 어린이를 한 50대 남성이 뒤따라 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를 끌어내 납치하려던 그는 아이가 반항하자 흉기로 위협하고 머리채를 잡아끄는 등 폭행을 가했죠. 어린이가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이웃 여대생이 뛰어 올라갔고, 인기척에 놀란 남성은 아이를 두고 위층으로 올라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망칩니다.

아이를 도운 이웃이 도망가는 범인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는데요. 출동한 지구대원은 목격자이자 신고자인 이웃은 조사하지도 않고, 단순 폭행 사건으로 분류해 경찰에 보고하죠. 다음날이 되어서야 현장에 나타난 담당 형사 역시 CCTV를 확보하기는커녕 지문조차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분노한 피해 어린이의 부모가 직접 범인의 모습이 담긴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죠.

그대로 묻히는가 했던 이 사건은 다행히 SBS 8시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집니다. 폭행 장면과 범인의 얼굴이 고스란히 담긴 CCTV 화면이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죠. 이후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은 물론,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산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기에 이릅니다. 이 전 대통령은 경찰의 해이함을 지적하며 “빨리 범인을 잡으라”고 호통을 쳤다는데요. 며칠 뒤 잡힌 범인은 미성년자를 상습 강간한 혐의로 10년형을 살고 2년 전 출소한 전과자임이 밝혀졌습니다.

늑장 출동이 만든 비극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의 가해자인 오원춘의 이름은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20대 여성을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이 끔찍한 사건은, 경찰의 재빠른 대응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피해자 A 씨는 오원춘에게 납치된 이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지만 경찰은 주소를 다시 알려달라는 둥, 문은 어떻게 했냐는 둥 긴급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질문을 반복했죠. 심지어 해당 음성 파일에는 “에이 끊어버리자”는 112신고센터 직원의 목소리까지 녹음되어 있었다는데요. 오원춘은 결국 피해자를 살해했고, 시체를 조각내어 유기합니다.

‘만일 경찰이 제때 위치를 파악하고 출동했더라면’하는 안타까운 질문을 계속 되뇌게 하는 이 사건으로 경찰은 다시 한번 국민의 매서운 질타를 받게 됩니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사임했고,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112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의 초동 수다가 미흡해 A 씨가 생명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죠. 서울 중앙지법 민사 19부는 “경찰이 상당한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돼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무심코 돌려보낸 가정폭력범


부부간, 연인 간 사소한 다툼으로 치부해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귀가 조치하는 건 경찰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특히 이렇게 돌려보낸 가해자가 결국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죠. 2015년 1월, 경기도 안산에서는 한 남성이 부인의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인질극이 벌어지기 며칠 전, 가해자의 부인이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었다며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음이 밝혀졌죠.

막을 수 있었던 진주 방화 사건


얼마 전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진주 방화·살해범 역시 아파트 이웃 주민에 대해 상습적인 괴롭힘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최 모 양은 평소에도 가해자 안 모 씨로부터 오물 투척, 욕설 등의 위협을 당해왔죠. 주민들과 아파트 관리소는 이웃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안 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대화가 안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합니다. 만일 경찰이 이때 안 씨를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그의 과거 병력을 미리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은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늑장 대응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윤 총경 사례를 제외하고는 시일이 오래 지난 사건들임에도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사건들을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막을 수 있었던 범죄를 막지 못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또 선량하고 성실한 경찰들이 부패하고 나태한 일부 때문에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경찰 내부의 자성과 변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