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연기자보다 아역이 더욱 돋보일 때가 있습니다. 귀여운데 연기력까지 뛰어난 아역이 다 죽어가던 드라마를 살리거나,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기 전에 극에 대한 관심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하죠. 오늘은 이렇게 성인의 전사를 그리거나 성인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한 주인공으로서 관객들을 감동시킨 한 배우의 근황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어른만큼 고단한 아홉 살 인생


오늘의 주인공 김 석 씨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아홉 살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전국 관객이 35만 명에 그쳐 그다지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 대한 칭찬만큼은 자자했죠.

김 석 씨가 연기한 여민은 강원도 산골 소년입니다. 덩치 큰 5학년 형과 맞서고, 학교에서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친구와 도시락을 나눠먹을 만큼 정의감이 넘치는 아이죠. 방과 후에는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은 엄마에게 색안경을 사드리기 위해 얼음과자 장사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예쁘고 세련된 여학생 우림이(이세영 분)가 전학 옵니다.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이 신비로운 친구에게 폭 빠져버린 여민이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죠.

훌륭한 배우로 성장한 이세영


우림이 역을 맡았던 이세영 씨의 근황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2004년 당시의 얼굴에 키만 훌쩍 자란 듯, 변함없는 미모를 간직한 그녀는 지금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지난해 드라마 ‘화유기’에서 저팔계를 사랑하는 좀비 소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세영 씨는 현재 ‘왕이 된 남자’에서 중전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데뷔했으니, 벌써 경력 20년 이상의 연기자가 되었네요.

연기는 안성기처럼


92년생으로 이세영 씨와 동갑내기인 김 석 씨는 아홉 살 인생에서 여민 역을 연기할 당시 13세였죠. 그는 극중 여민처럼 일상이 바쁜 학생이었습니다. 학교 공부와 연기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8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승마와 전교 부회장 활동까지 병행했으니까요.

<맥스 무비>는 영화 개봉 이후 당시 유행하던 MSN 메신저로 김 석 씨를 인터뷰합니다. 계속되는 인터뷰에 지쳤을, 그리고 대화보다 채팅이 익숙할 김 석 씨를 배려한 방식이었죠. 자신의 말 헌터 스피리어트와 썬스마트를 자랑하기도 한 이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는 안성기 아저씨처럼 하고 승마로는 올림픽 우승까지 가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내보입니다.

전국 대회 제패한 승마선수


김 석 씨는 한동안 연기와 승마를 병행합니다. 사극에 자주 출연해, 촬영장에서 말을 탈 기회도 있었다는데요. 고된 훈련을 거쳤을 말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장기를 뽐낼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말타는 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홉살 인생’ 이후 2006년에는 드라마 ‘궁’에서 채경(윤은혜 분)의 동생으로, 2009년 ‘선덕여왕’에서는 어린 임종으로 등장했지만 ‘아홉 살 인생’때와 같은 큰 주목은 받지 못했죠.

하지만 승마선수로서의 그는 승승장구합니다. 아직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2011년에는 전국 승마 대회 4관왕에 등극했죠. 이후로도 꾸준히 각종 대회 우승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EBS에서는 ‘한국 영화 특선’기획으로 ‘아홉 살 인생’을 방영합니다.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김석 씨와 이세영 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타올랐죠. “지금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반갑다”는 소감을 밝힌 시청자들이 많았는데요. 각자의 분야에서 훌륭하게 자란 두 배우, 언젠가는 다시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