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한 개그맨이자 ‘영구 없다’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지금까지 수십 년간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인물이죠. 개그맨 중 최초로 고급 외제차를 탈 정도로 잘나갔다던 심형래. 연간 수입 1위를 자랑하며 전성기를 구사하던 그가 대중들로부터 멀어지며 갑자기 종적을 감췄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형래는 ‘바보 영구’라는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개그계 레전드입니다. 그의 영구와 함께 자란 세대가 아니어도 ‘영구 없다’는 알고 있는 젊은 사람들도 많죠. 며칠 전 JTBC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해 많은 이들의 반가움을 산 심형래는 당시 수많은 영화와 행사를 통해 벌어들였던 수익이 어마어마했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나훈아와 조용필을 제치고 연간 수입 1위를 4년간 기록했다고 합니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심형래 /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심형래의 인기는 단순히 수입에서만 그친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날 진행됐던 한 설문조사에서 어린이들이 존경하는 인물 3위에 랭크됐다고 하는데요. 함께 순위에 오른 1위 세종대왕, 2위 이순신 장군에 뒤이어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1위였다며 유머 넘치게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영구아트무비는 지난 2011년 폐업 후 더이상 운영되지 않고 있다. / SBS 생방송 투데이

잘나가던 심형래를 주저앉힌 것은 다름 아닌 영화 제작 사업입니다. 개그맨으로도 유명하지만, 심형래는 ‘용가리’, ‘디 워’등 한국형 SF 괴수 영화를 제작한 영화감독이자 사업가이기도 하죠. 그가 설립한 영구아트무비는 제작비와 관련한 자금난으로 인해 2011년 부도를 맞이하며 그의 인생에 크나큰 타격을 입히는데요. 당시 임금 체불과 횡령, 직원 폭행, 도박 등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직원들과의 법정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연합뉴스

직원들과의 법정 공방으로까지 붉어졌던 당시 여러 사건은 경찰 조사 결과 ‘증거불충분 무혐의’처분으로 일단락되었는데요.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형래는 “회사가 경매에 넘어가며 생긴 돈으로 직원들에게 밀렸던 임금을 정산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구아트무비’의 역사는 우리가 아는 결과처럼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 20년간 영구아트무비를 운영하며 다양한 영화를 제작한 심형래는 1999년 개봉한 영화 용가리로 영화감독 심형래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용가리는 비록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한국 괴수 영화의 CG와 특수효과 발전에 앞장섰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용가리를 통해 국내 신지식인 1호에 선정되었죠. 이무기를 소재로 했던 영화 ‘디 워(D War)’역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지만 8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디 워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당시 애국심과 감정에 호소했던 자극적인 마케팅 덕분이 크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자극적이긴 하지만 이 노이즈 마케팅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순수 제작비 약 340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충당하기엔 840만 명의 관객도 역부족이었죠. 

이후 심형래는 후속작 ‘라스트 갓파더’를 통해 영화제작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려고 노력하는데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하비 케이틀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국내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으는 데는 성공하지만, 흥행에 참패하며 전작인 디 워를 제작할 때 차용했던 막대한 대출금과 더불어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심형래는 사업 부도로 인한 고난을 벗어나고자 본업인 개그맨으로 복귀하는데요. 그마저 고정적으로 자리하진 못하고 가끔 행사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개그맨 후배 박승대의 도움으로 2019년부터 코미디 TV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고정 코너를 맡아 방송 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방송 3사에서 개그 프로그램들이 모두 폐지되어 선배로서 안타까웠다”라며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나왔다”라고 밝혀 패널로 출연한 후배 개그맨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사업가로 다시 재기할 계획도 밝혔는데요. 현재 테마파크 사업을 제안받아 계획 중에 있으며 개그맨 후배들과 함께 코미디 콘텐츠인 영구 TV를 만들어 설 자리 잃은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싶다고 말해 함께 출연한 개그맨 후배들의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금은 제작 중단되었지만 중국에서 디워2의 제작발표회를 가졌었다. / 국민일보

아직 그의 활발한 방송 복귀에 대해 대중들은 여러 가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었던 심형래의 방송계 복귀를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업을 하며 물의를 빚었던 과거 여러 논란 때문에 따가운 눈초리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죠.

개그맨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큰 성공을 거뒀지만 영화 제작 사업에 대한 그의 열망을 과욕으로 보아야 할지, 후배 개그맨들의 영화감독 도전에 신호탄을 쏜 장본인으로 봐야 할지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심형래가 개그맨으로도, 영화 제작자로도 한 시대의 획을 쓴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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