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기침이 나고 앞이마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걱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감기인 것 같은데, 동네 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간이죠. 토요일에 여는 약국마저 집 주변에 없다면 주말 동안은 꼼짝없이 기침과 열에 시달려야 할 텐데요. 평소에는 잘 못 느끼지만, 이렇게 아프기 시작하면 약국만큼 아쉬운 게 없습니다. 약국에서는 급할 때 간단한 해열제나 진통제, 비타민 등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2000년도에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로 병원에서는 진료와 처방을 받고, 약은 무조건 약국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우리 집, 그리고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약국이 없다면 매우 성가신 일이 되겠죠.

하지만 약국이라고 해서 다 같은 약국이 아닙니다. 규모나 입지에 따라 매출이나 약사 처우가 천차만별이라는데요. 약국들의 월평균 매출은 얼마인지, 그리고 수많은 약국들 속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출 1위는 대형병원 앞 약국


전국 약국의 월평균 매출은 1억 897만 원입니다. 약제비용(9천201만 원), 임대료를 비롯한 관리비(647만 원), 인건비(587만 원) 등에 1억 444만 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한 달에 약 453만 원의 영업이익이 남습니다. 월 453만 원이면 그래도 꽤 괜찮은 수입 아닐까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 금액일 뿐,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버는 약국도, 훨씬 적은 수입을 가진 약국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가장 많은 매출과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 곳은 역시 대형병원 주변에 위치한 약국들입니다.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4억 7천413만 원, 순 이익은 1천87만 원에 달하죠. 주변 병원의 규모와 개수가 줄어들수록, 약국의 매출과 이익도 줄어듭니다. 의원급 2곳 이상 인접 약국은 영업이익이 620만 원인 데 비해, 근처에 의원급 의료기관 한곳만 있는 약국의 이익은 월평군 208만 원에 그쳤죠. 주변에 의료기관이 아예 없는 약국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이익을 내기는커녕 월평균 70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죠.

병원의 성패에 좌우되는 약국의 매출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나 건강 보조제 등도 판매하지만, 가장 큰 매출은 아무래도 처방약 조제에서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주변 병원이 잘 될수록 약국도 잘 되는 현상이 발생하죠. 의약분업은 이루어졌지만, 약국 매출은 아직 주변 병원의 성패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동네 약국이 적은 매출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역사회 건강 문제의 89~90%는 1차 보건의료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 종합 병원 중에서도 가장 큰 5개 병원의 진료비 점유율이 전체의 3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급 병원에 방문해도 환자 본인의 진료비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감기 등의 가벼운 질병에도 ‘믿을만한 큰 병원’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병원 문전 약국들은 계속 호황을 누리고, 처방전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적은 동네 약국은 적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형 병원 앞 약국들이 높은 매출을 올리다 보니, 자본은 있고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면허를 대여해서 약국을 차리기도 합니다. 대학원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거나 고령으로 근무가 힘든 약사들에게 월 3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면허를 빌리는 것이죠. 최근 갑질로 논란이 되었던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도 대형병원 인근에서 빌린 면허로 약국을 운영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아마존까지 등장한 의약품 업계


한국의 사례는 아니지만,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최근 의약품 업계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은 이미 온라인 의약품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들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온라인으로 전문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앨라배마, 애리조나, 코네티컷 등 미 12개 주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하며 대형 의약품 도매 및 의약품 유통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은, 올해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 ‘필팩’을 인수하며 미국 전역에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리함과 가격적 메리트로 유통업계를 장악하면서 유명 백화점 체인 시어스 홀딩스와 메이시스를 줄줄이 폐점시킨 전력이 있는 아마존은 의약품 역시 오프라인 약국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반 소비자에게는 기쁜 일이지만, 오프라인 약국들은 큰 타격을 입겠네요.

한국에는 아직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의약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한미약품 계열의 HMP 몰, SK 계열의 유비케어 유팜몰에서 전문의약품을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공급하고 있죠. 만약 한국에서도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유통 기업이 의약품 판매와 배송을 시작한다면, 안 그래도 적자를 보고 있던 동네 약국 약사들의 생계는 더욱 막막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동네 약국의 희망은 어디에


그렇다면 주변에 큰 병원이 없는 보통의 동네 약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요? 지난해 10월 16일, 국회에서는 ‘초고령화 시대의 약국·약사의 역할’이라는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토론회에서는 선진국 약국들의 변화와 역할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선진국 약국들의 모습에서 동네 약국들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죠.

독일 약국은 ‘가족 약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가족의 약 처방을 모두 한 약국에서 관리하는 것이죠. 가족의 병력, 치료 이력 등을 자세히 꿰고 있는 약사는 약을 지어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정보 및 조언도 함께 제공하므로, 약물 오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약국들도 비슷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그 근처에서 짓고 감기약은 동네 약국에서 짓는 한국과 달리, 동네의 ‘단골 약국’이 개인의 모든 처방약을 조제하고 복약 정보 역시 파악하는 시스템이죠.

영국의 건강 생활 약국의 경우, 처방보다는 건강 증진 역할을 담당합니다. 금연 상담이나 건강진단, 치매 조기 발견 등의 서비스를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과 연계하여 제공하죠. 고령화 사회에서 이 같은 서비스는 매우 유용합니다. 매번 큰 병원을 찾아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료를 받기 힘든 노인들의 건강을 평소에, 가까운 곳에서 미리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3명의 약사가 의기투합한 약국 체인 ‘드럭머거 스토어’가 이 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요. 드럭머거(drug mugger)는 복용하는 약물이 오히려 인체 필수 영양소를 고갈시키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드럭머거 스토어는 이런 문제점을 토대로 한 영양 테라피, 유전자 검사 등을 제공하는 환자 맞춤형 약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죠.

<약사공론>의 인터뷰에 따르면 드럭머거 스토어 관계자는 “처방조제의 편중 심화, 편의점 일반약 판매 등으로 인해 약국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고객 친화적이고 약국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는데요. 새로운 형태의 약국들은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