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열광하는 소풍 장소로 동물원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곳이죠. 바다에 사는 해양 생물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은 수족관입니다. 요즘은 아쿠아리움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한데요. 신비롭고 화려한 수족관을 선사하기 위해 뒤에서 묵묵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 종사자가 100명도 채 안 되지만 정년이 없어서 한번 시작하면 평생직장으로 일할 수 있으면서 대기업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는 이분들은 누구일까요?

아쿠아리스트는 수족관의 모든 것을 관리, 운영한다. / 한국일보

동물원에 사육사가 있다면 수족관에는 ‘아쿠아리스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족관의 많은 해양생물을 사육, 관리,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족관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

에 총종사자 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요. 현직에서 활동 중인 아쿠아리스트는 약 70명가량이라고 합니다.

아쿠아리스트의 하루 일과는 수질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 출처 해양수산부 유튜브

이들의 일과는 아쿠아리움 개장 전까지 약 55,000여 종의 해양 생물들이 사는 수조를 깨끗이 청소하고 여과 장치와 수족관의 수질을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수질은 해양 생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히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는데요. 물에선 병이 퍼지는 속도가 빨라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또한 밤새 다치거나 사고를 당한 친구는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해양 생물들의 입맛과 특성을 고려하여 식사를 준비한다. / 출처 YTN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먹는 것은 생명 유지에 필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양 생물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것 또한 아쿠아리스트의 주요 업무입니다. 각자 맡은 해양 생물들의 입맛과 특성을 고려하여 잘게 썰거나 껍질을 까서 준비해야 합니다. 현직 아쿠아리스트 A씨에 따르면 “주로 담당하는 생물은 가오리와 상어”라며 “범무늬소녀가오리는 명태나 고등어를 좋아하는데, 고등어는 지방이 많아서 자주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쿠아리스트가 바다표범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출처 중앙일보

아쿠아리스트는 해양 생물의 의사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아픈 물고기를 치료해주고, 질병의 원인과 예방책을 찾는 것도 이들의 몫이죠. 수달과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류는 수술이 필요할 경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수의사에게 의뢰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각종 해양 생태계 전시 및 수조 환경을 설계하고 꾸미는 작업도 진행합니다. 한마디로 수족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아쿠아리스트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는 거죠.

이렇게 하루를 바삐 보내는 아쿠아리스트들의 연봉은 어느 정도 일까요? 대부분 국내 아쿠아리움은 대기업의 소유이기 때문에 아쿠아리스트 역시 대기업 소속 직원으로서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연봉이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쿠아리스트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합니다.

정년이 지난 나이에도 일하는 현직 아쿠아리스트들이 많다. 출처 경향신문 (63씨월드 김기태 팀장 인터뷰)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이 갖는 최고의 매력은 아무래도 ‘정년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 종사자 수는 적지만 정년이 없다는 장점 덕분에 한번 시작하면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년이 지났음에도 사육 업무를 유지하는 현직 아쿠아리스트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생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만 여전하다면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아쿠아리스트를 ‘해양 생물과 교감하는 재미있고 우아한 직업’으로만 인식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쿠아리스트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양과 강도는 적은 편이 아닙니다. 물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떨어져 다칠 위험이 높고, 상어와 같은 공격성 짙은 바다 생물들에 공격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니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합니다.

담당 동물과 교감하는 시간이 긴 만큼 이별시 겪는 상실감이 상당하다. / 출처 경향신문(왼)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실 텐데요. 동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긴 만큼 정든 동물들과 갑작스러운 이별은 아쿠아리스트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소속 베테랑 아쿠아리스트 임지언 팀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수중생물들과 이별하게 되면 그 공허함과 상실감을 견디기 무척 힘들다”며 “펫로스 증후군을 자주 겪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아쿠아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 / 유튜브 채널 ‘M라운지’

자신이 동물을 좋아하고 아쿠아리스트 일이 재미있어 보인다고 해서 아무나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쿠아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으로 대부분의 아쿠아리움에서 ‘수산, 해양, 양식  관련 학과의 대졸 학사’를 요구합니다. 다이빙이나 수영은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업무의 대부분을 물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 듯, 관련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면 더 큰 플러스 요인이 되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년이 없어 직업 수명이 길고, 연봉 수준도 높아 미래 유망 직종으로 각광받는 아쿠아리스트. 하지만 여러가지 위험을 수반하고 감정 소모 정도가 커 마냥 즐겁고 행복한 일만은 아닙니다. 수족관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수많은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분들이 있기에 수년간 아쿠아리움이 많은 관람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