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비양심 업체를 고발한다”며 여우 가면을 쓰고 나타난 유튜버 ‘사망 여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허위, 과장 광고로부터 소비자의 권익을 지킨다는 목적으로 유튜브를 개설해 총 영상 조회 수 4,000만 회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가면 유튜버가 “어나니머스가 사망여우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사망여우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며 등장했습니다. “예전 이영돈 PD의 먹거리 X file보다 치졸하고 비겁하다”라는 거센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에는 “정말 정의 사회 구현이 목적이신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사망여우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나갑니다. 지금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뜨거운 썰전을 벌이고 있는 가면 쓴 유튜버들,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버 사망여우는 크라우드펀딩 저격수로 유명해졌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와디즈에서는 저승사자로 통하고 있는데요. 1년이 넘도록 채널을 운영하는 동안 와디즈 펀딩에 대해 주기적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수많은 펀딩을 영상 하나로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SNS나 인터넷 쇼핑몰, 기업의 과대 과장 광고를 고발하는 영상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망여우의 영상 카테고리를 앞서 말한 크라우드 펀딩 저격과 기업 허위 과장 광고라는 두 분류로 크게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와디즈 펀딩 중 SK 매직의 식기세척기가 있습니다. ‘20만 원대로 평생 설거지 탈출!’이라며 ‘건조까지 완벽하게 책임진다’라는 내용으로 홍보가 되었는데요. 해당 제품은 판매가 297,000원으로 8억에 가까운 펀딩 금액을 모았고, 3,334명의 서포터가 생길 정도로 대박을 쳤죠.

하지만 이 펀딩은 무산되게 됩니다. 바로 기업이 홍보한 UV 건조 기능이 ‘자연 건조’라는 것을 교묘하게 숨겼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에 사람들은 격분했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와디즈와 SK매직은 여러 변명으로 사실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다 위메프에서 진짜 건조 기능이 있는 식기세척기가 펀딩 원가보다 더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소비자가 발견했는데요.

일이 커지자 SK 매직은 공식 사과와 환불을 약속합니다. 사망 여우는 유튜브를 통해 제보를 받고 관련 영상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환불과 보상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SK매직 참교육 썰ㅋ’이라는 제목으로 사태의 전말을 영상에 담아 대기업의 허위 광고 사실을 낱낱이 알렸습니다.

이외에도 중국 쇼핑몰에서 수입한 제품을 직접 개발한 것처럼 펀딩한 업체를 찾아내 고발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업체 제품이 사실은 중국 쇼핑몰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해당 영상이 공개되고 1억 4천만 원 정도가 모인 펀딩은 하루도 안 돼 취소되는 결과로 엄청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미쿡, 일러소리 빔 등 수많은 펀딩이 이와 같은 과장 허위 광고로 고발 당해 취소되거나 대규모 환불 사태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이력이니 와디즈에서 왜 저승사자로 불리는지 알 것 같습니다. 네티즌들은 사망여우의 행보에 환호와 찬사를 보냈습니다. 영상 댓글에는 “덕분에 호구를 면했다”,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칭찬과 응원의 내용이 가득한데요.

그런데, ‘사망여우는 정말 히어로일까요?’ 유튜버 어나니머스는 사망여우의 영상에 “왜곡된 진실과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영상 제작을 위해 사실을 은폐하고 사기꾼이라 저격한 기업에게 사과해달라. 12월 24일까지 사과 영상을 게재하지 않을 경우 사망여우가 폭로한 기업, 개인은 물론 수사기관에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라는 경고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였습니다.

어나니머스는 첫 영상에서 사망여우를 저격해 사망여우 팬으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하나 둘 업로드되며 근거 있는 반박 내용에 초반과 같은 거센 비난이 수그러졌죠. 어떤 내용인지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망여우는 와디즈에서만 13억이 넘는 매출을 올린 유리스킨이 노벨상 이론으로 사기를 친다며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특히 ‘이미 생성된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고, 기미와 잡티를 제거한다’라는 유리스킨의 광고 문구가 허위 과대광고라고 말합니다. 식약처에도 없는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화장품이 정말 있냐는 것이 영상의 요지였습니다. 게다가 유리스킨이 화장품 실제 후기라고 올린 체험단 사진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 피부과의 레이저 시술 후기 사진과 동일하다며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것입니다.

어나니머스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유리스킨은 사망여우에게 ‘이미 생성된 멜라닌 색소 분해 또는 멜라닌 색소 분해 촉진’등의 내용을 광고해도 무방하다’는 식약처의 답변을 공유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망여우는 업체에게 해당 사실을 메일로 공유 받고도 ‘식약처 허가’를 빌미로 저격 영상을 업로드했는데요. 그 뒤로도 2편의 영상을 통해 ‘멜라닌 색소 분해’라는 문구가 광고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리스킨은 체험단의 사진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사망여우가 지적한 사진 무단 도용은 업체의 잘못이 아닌 사진을 제공한 체험단의 문제라고 밝혔는데요. 유리스킨 측은 사진을 이중 제공한 체험단을 민형사 고발을 통해 찾아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망여우는 저격 영상만 업로드했을 뿐, 업체의 해명에 대한 피드백은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러니 사망여우는 자신의 논리에 불리한 자료는 은폐한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LED 마스크에 대한 고발 영상도 있습니다. 사망 여우는 2019년 식약처가 발표한 ‘LED 마스크 온라인 광고 시정 조치 보도자료’를 토대로 LED 마스크 업체 중 하나인 셀리턴을 저격합니다. 그는 사기 광고로 1,000억의 매출을 올렸다며 자극적인 카피의 제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거기다 대형 유튜버들이 LED 마스크 협찬을 받으며, 허위 과대광고에 힘을 실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셀리턴 모든 제품은 의료기기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며 소비자를 농락했다”라는 내용을 언급하는데요.

어나니머스는 이 셀리턴 저격 영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영상이 올라오고 2달 뒤, 셀리턴은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취득했다는 겁니다. “식약처 의료기기 GMP를 획득하고 의료기기 품질 인증 ISO까지 취득했으며, 업체는 사망여우에게 정식적인 시정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사망 여우의 익명성이 이를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7월 셀리턴은 국제학술지 JCD(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에서 LED마스크가 실제로 매우 우수한 피부 개선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논문으로 발표했는데요. 셀리턴에서 LED 마스크의 효과를 논문을 통해 입증했음에도 사망여우는 허위 정보를 담은 영상은 채널 최상단에 배치, 유튜버 포니를 저격하는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합니다. 해당 영상은 위에서 언급한 최신 자료가 아닌 2019년 식약처의 허위 과대광고로 적발된 이유만을 근거로 만들어져 문제라는 것이 어나니머스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최근 제작된 사망여우의 ‘SBS가 이 영상을 싫어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카드를 건네는 장면이 클로즈업되는데 이 카드는 이상민 님이 광고모델을 한 카드입니다”라며 뒷광고를 지적합니다. PPL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에게 혼란을 주는 연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뒷광고라는 내용이었죠.

어나니머스는 바로 같은 날 해당 영상에 대한 반박 영상을 올립니다. ‘멘탈이 망가져가는 사망여우 with SBS 뒷광고 주장이 헛소리인 이유’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사망여우님의 이번 영상은 대중들이 얼핏 보기엔 합리적인 내용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관련 법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영상을 제작한 매우 큰 실수입니다”라고 운을 떼는데요.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SBS는 민영 방송으로 공영방송국과 달리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광고로만 운영된다는 겁니다. 사망여우가 뒷광고라고 주장한 내용은 방송법 시행령 제59조 3항에 의거한 간접광고에 해당한다는 반론이었죠.

법에서 간접 광고를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거나, 구매를 직접 권유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합법적인 간접 광고로 인정받는다는 거죠. 방송법에 의거한 간접광고에 모범사례이지 뒷광고가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달 2일 경찰은 명예훼손과 탈세혐의로 사망여우를 쫓고 있는데요. 구글이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탓에 경찰은 사망여우를 소환해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후 사망여우를 저격하는 어나니머스가 해당 유튜브 채널의 등록정보를 통해 그의 신상을 파헤치기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해당 계정이 타인 명의인 것과 그 명의로 된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혀냈죠. 대포폰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광고비와 후원비를 입금받아 탈세혐의까지 받고 있었던 겁니다. 해당 영상으로 사망여우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렇다면 두 유튜버 사이에서 어느 쪽의 의견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요?

양쪽 모두 영상마다 객관적인 증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명확한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누군가의 주관적인 의견에 너무 쉽게, 대중이 휩쓸려 가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어나니머스가 나타나기 전 대중은 익명의 제보자를 홍길동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굳건히 믿었죠. 사실, 홍길동도 다른 화자의 입장으로 쓰여진다면 정의로운 사람이 아닌 악당이 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구독자 67만 명에 이르는 유튜버 ‘하얀트리’가 허위사실이 담긴 동영상을 올려 대구의 간장게장 집을 폐업까지 시켜 큰 논란이 되었고, 18일 기준 4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는데요.

청원 내용은 유튜버가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해 조회 수 100만 뷰에 달할 정도로 이슈가 되면서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찍혔고 결국 폐업까지 하게 됐다며 피해 구제 방법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가면 뒤에 숨어 거침없이 저격을 하는 유튜버로 인해 나라 경제와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사망여우가 진행한 테스트는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일부 주장도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경제적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하소연하는데요. 사망 여우의 저격 영상으로 유리스킨, 셀리턴 같은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을 것입니다. 업체가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언론의 경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민사 소송으로 보도를 수정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명의 유튜버의 경우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이상에게 이러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피해를 받은 당사자를 구제할 길이 없는 것는 상황이죠. 익명성을 보장받는 유튜버가 기업을 고발하는 것과 사실 검증 없이 이를 믿어버리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경찰도 포기한 사망 여우 추적을 대대적으로 선언한 어나니머스. 사망여우와 어나니머스의 진실 공방에 대해 네티즌은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치고 있다”라며 이들의 공방이 어떻게 끝나는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망여우를 지지하고, 누군가는 어나니머스의 ‘사망여우가 행하는 공익이라는 이름의 돈벌이’라는 지적을 환영하는데요. 익명성 뒤에 숨은 유튜버가 만든 ‘공익을 목적으로 한 영상’을 믿어도 될까요? 가면 뒤에 숨은 두 명의 유튜버, 누가 맞든 간에 우리에겐 진실을 걸러내는 눈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