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문득 익숙한 것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옵니다. 낯선 외모의 사람들, 낯선 문자로 쓰인 간판들 사이를 걷다가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눈에 익은 간판이 나타나면 괜히 반갑기까지 하죠.

이렇게 전세계 어디에나 있어 여행자들에게 뜻밖의 안도감을 주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는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평소에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도 밖에서 충전이 필요할 때, 와이파이를 사용해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는 스타벅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국내 스타벅스 지점에 생긴 변화때문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과연 요즘 스타벅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카공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카페에 장시간 머물면서 공부하거나 모여서 스터디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데요.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부담스럽고,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는 것이 이들이 카페를 학습 장소로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학교나 지역 도서관까지 찾아가는 것보다 동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카페 점주나 일반 손님들 입장에서 카공족은 그렇게 반갑기만 한 존재가 아닙니다. 음료를 한 잔만 시키고 오래 머무르다보니 테이블 회전에 도움이 안되고, 책이나 컴퓨터 등을 놓아야 한다는 이유로 큰 테이블을 홀로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데요. 때때로 대화를 나누는 주변 손님에게 눈치를 주거나,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카공족도 있다고 합니다. 최악은 테이블에 책과 노트북을 크게 펼쳐 자리만 맡아둔 채, 어디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죠. 한 카페 주인은 ‘차라리 자릿세를 받는 스터디 카페로 업종을 전환하는 게 낫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콘센트 줄어드는 스타벅스


그렇다면 카공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카페는 어디일까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 중 가장 많은 수(39%)가 꼽은 최고의 카공용 카페 브랜드는 ‘스타벅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반 카페보다 눈치가 덜 보이고 무선 인터넷, 에어컨, 콘센트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런데 최근 콘센트를 없애는 스타벅스 매장이 많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옵니다. 가장 공부하기 편한 카페로 손꼽던 스타벅스에서 더이상 콘센트를 사용할 수 없다니, 카공족들로서는꽤나 아쉬운 일일텐데요. 스타벅스 측은 “유동인구 분석을 통한 고객 니즈 파악 후 일부 리뉴얼 매장에 한해 변화를 주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쇼핑몰이나 지하철역 등 공부하는 손님보다 잠시 앉아 쉬어가려는 고객이 많은 매장에 붙박이 소파 등의 편안한 좌석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죠.

다른 카페들은 어떨까


매장 내에서 머그컵으로 음료를 마시는 고객에게 주문 2시간 내 1회에 한해 저렴한 가격으로 리필을 제공하던 할리스 커피는 지난 4월부터 전 매장의 음료 리필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스타벅스와 달리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콘센트 좌석을 오히려 늘리고 있으니, 리필 서비스 중단이 꼭 카공족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는 없는데요. 다만 ‘한 잔 +천 원’의 가격으로 가능한 오랜 시간 카페에서 공부하던 주머니 가벼운 카공족들의 발길은 불가피하게 뜸해질 것 같네요.

얼마 전 성수동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해 매일같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블루보틀’은 애초에 매장 내에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공간을 빌려주며 커피도 파는 카페가 아닌, 커피 맛에 집중하는 카페가 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공부는 독서실에서 VS 너무 각박 하다


스타벅스의 콘센트 수 줄이기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둘로 나뉩니다. “안 그래도 카공족들 때문에 불편했는데 잘됐다”거나 ” 카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라며 찬성하는 입장, “카공족이 아니더라도 급하게 충전이 필요할 수 있는데 콘센트를 없애면 일반 손님에게도 피해가 간다”거나 “요즘은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음료를 새로 주문하는 카공족도 많은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하냐”며 각박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죠.

지난해 4월 오픈한 노량진 스타벅스는 개점과 동시에 “공시생 카공족을 차단하기 위해 콘센트 수를 극도로 제한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 2층의 매장 좌석 100개를 통틀어 콘센트 사용이 가능한 좌석은 단 4개 뿐이었죠. 이에 대해서도 “너무하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와 “공부는 학원 자습실이나 집에서 하라”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에 응한 대학생들의 87%는 카공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밌는 점은 ‘카공족을 꺼려하는 카페를 이해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92.3%에 달했다는 것이죠.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음료를 판매해야 이익이 늘어나는 카페에서, 음료 하나로 오랜시간 버티는 카공족이 반가울 리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미안해 음료나 간식류를 추가 주문했다는 대학생도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스타벅스의 성공요인으로 ‘편히 앉아 음료를 마시며 급한 용무를 볼 수 있는 환경’ 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스타벅스의 콘센트 줄이기는 어느정도까지 진행될지, 스타벅스를 떠난 카공족들의 발걸음은 어디로 옮겨갈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