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덕분에 피해를 입은 지역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 의해 피해가 잦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줄임말 때문이었죠. 김밥천국을 사람들이 ‘김천’으로 줄여 부르기 시작하면서 “나 김천에서 왔어”라고 출신을 밝힌 사람들은 김밥천국 출신이 아님을 굳이 설명해야 했죠. 이처럼 김천시보다 인지도가 높은 김밥천국이지만, 그 시작은 동네 작은 가게였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시작했기에 지금같이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햄버거, 짜장면보다 비쌌던 김밥

김밥천국의 등장 배경을 알아보려면 우선 당시 김밥 시장이 어땠는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밥천국이 김밥을 유행시킨 것 같지만 사실 김밥천국은 후발주자였습니다. 90년대 중반에는 이미 각종 김밥 전문점이 유행하고 있었죠. 더군다나 94년 ‘김가네, 96년 ‘종로김밥’이 등장해 김밥의 고급화를 이끌면서 시장은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고급 김밥’들은 얼마에 판매되었을까요? 김가네, 종로김밥의 메뉴였던 쇠고기 김밥, 참치 김밥, 골뱅이 김밥, 누드 김밥, 물오징어 김밥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2000원대 초반에서 2천 원대 후반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죠. 그렇다면 기본인 야채김밥의 가격은 얼마였을까요? 놀랍게도 당시 야채김밥의 가격은 2000원으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90년대 2000원 야채 김밥 대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당시 월드콘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300원이었습니다. 짜장면은 800원, 곱빼기는 1000원이었죠. 심지어 ‘아메리카나’라는 햄버거 전문점에서는 치즈 버거를 82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저렴한 한 끼의 상징인 김밥이 이때는 비싼 음식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이 시장에, 김밥천국이 나타났습니다.

김밥천국, 처음부터 ‘김밥천국’은 아니었다.

김밥천국은 수많은 메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김밥천국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40~50개의 메뉴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김밥천국의 메뉴는 인천에서 시작할 당시 고작 3개 정도였습니다. 김밥, 수제비, 칼국수 같은 간단한 메뉴를 파는 작은 가게였죠.


저 정도 메뉴를 파는 가게는 그때 당시에도 많았을 텐데 왜 김밥천국은 전국에 지점을 낼 정도로 성장했던 걸까요? 그 이유는 김밥천국의 운영 방침에 있었습니다. 당시 작은 가게였던 김밥천국은 공장에서 재료를 납품받지 않고 직접 재료를 가공해 저렴한 가격에 김밥을 제공했던 것이죠. 놀라운 것은 이때 김밥천국의 김밥 가격이 1000원이라는 점입니다.

원조 김밥천국인 (주)정다믄 김밥천국의 대표 유인철은 당시 1000원 김밥 중 원가 비중은 30%라고 밝혔었죠.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 낮은 원가를 달성했기에 1000원 김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김밥이 공급되자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돈을 모은 유인철은 서울로 올라와 판을 크게 키웁니다.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이죠.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건 서울에 올라오고도 시간이 좀 지난 2001년이었습니다. 30개가 넘는 점포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천원 김밥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 중반 ‘김가네’와 ‘종로김밥’이 김밥의 고급화를 통해 김밥을 밖에서 사 먹는다는 인식을 만들었고, 김밥천국이 그 흐름 속에 김밥의 대중화를 이끌게 되었습니다.

순탄하게 성장하는 듯했던 김밥천국은 생각지 못한 장애물들에 부딪히게 됩니다. 바로 상표권을 가지지 못한 것이죠. 당시 특허청에서는 ‘천국, 마을, 나라’등의 단어를 “식별성이 없어 독점할 수 없다”라며 상표권 등록을 거절하는 게 관례였습니다. 이 때문에 김밥천국의 이름을 단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거기다 김밥천국이 디즈니 성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성 모양의 간판 그림이 제작 과정에서 변경되면서 사이비 종교가 운영하는 업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위의 오해에 대해 유인철 대표는 “저는 교회 집사고요. 제 아내는 권사입니다”라며 MBC에서 해명했습니다.

원조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김밥만드는사람들’은 이제 ‘정다믄’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1000원 김밥도 2008년 가격을 인상하면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국그릇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했던 김밥천국의 실내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죠. 과거 ‘김천’하면 경상북도 김천시보다 김밥천국의 줄임말로 알아듣는 사람이 많았다는 김밥천국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