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룹이 비상 경영을 선포한지 11개월 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CJ제일제당은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택했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부동산입니다. 지난해 12월, CJ 제일제당이 매각한 부동산만 1조 3천억 원이 넘는데요. 그 결과 순차입금이 6조 7천억 원 수준으로 감소하였습니다. CJ 제일제당의 결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대적인 변화를 맞은 CJ 그룹의 사업 근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CJ제일제당은 선택과 집중을 택했습니다.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식품 SKU(품목 수) 1000여 개를 정리했는데요. 쁘띠첼 스윗푸딩 7종, 컵반 부대찌개 국밥, 비비고 궁중 김치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빕스, 계절밥상, 뚜레쥬르 등이 속한 CJ 푸드빌 사업부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CJ 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타파트너스에 2,700억 원을 받고 처분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2위 제빵 브랜드, 뚜레쥬르까지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CJ 푸드빌 매출액 8,903억 중 48%를 차지한 알짜 프랜차이즈인데요. CJ에서는 뚜레쥬르 매각에 대해 외식 사업이 그룹의 지향점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CJ는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내식 위주의 K-푸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투썸 플레이스 매각 이후 CJ그룹은 CJ헬로비전과 CJ헬스케어, CJ 타운을 건설하려던 서울 가양동 용지 등을 매각했습니다. 뚜레쥬르마저 매각하면 CJ 푸드빌에는 빕스, 계절밥상 등의 외식업과 N서울타워 등의 컨세션 사업만 남게 됩니다. 지난해 CJ 푸드빌의 영업 손실은 65억 원. 그간 점포 수를 줄이고 구조조정까지 단행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CJ그룹이 CJ 푸드빌까지 매물로 내놓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CJ 푸드빌과 CJ제일제당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던 ‘비비고’브랜드가 CJ제일제당에 넘어간 것도 한몫을 했죠. 반면,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지향하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외식 부문을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며 CJ 푸드빌이 매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습니다.

CJ올리브영은 2022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섰습니다. CJ올리브영은 H&B(헬스 앤 뷰티) 시장의 성장 정체 및 온라인몰 성장 여파로 매출액(3,659억 원) 대비 거둔 영업이익(166억 원)이 적었죠.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프리 IPO 형태의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투자 유치와 지분 매각은 구주 매출(기존 주식 매각), 일부 신주 발행 등으로 진행됩니다.

CJ올리브영 상장은 경영권 승계 목적과도 관련 있습니다. CJ 올리브영 지분은 CJ그룹을 필두로 오너 일가가 나눠 갖고 있죠. CJ그룹 회장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0.03%),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전무(6.91%), 이재환 대표의 장녀와 장남인 이소혜·이호준씨(각각 4.58%)가 나눠 갖고 있습니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은 그룹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는데요. CJ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의 상속 작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결단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었습니다. 구 대표는 “이번 IPO 과정에서 CJ 올리브영 지분 55%를 들고 있는 최대 주주 CJ 주식회사의 경영권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며 지분 매각설을 일축했습니다.

CJ CGV 역시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CJ 계열사입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및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해 펼친 다양한 프로모션은 매출액(1조 463억 원) 대비 영업이익(752억 원)이 부진했습니다. CJ CGV는 수년간 해외 점포를 출점하며 생긴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에 이미 MBK파트너스·미래에셋대우 PE 컨소시엄에 중국, 동남아 통합 법인 지분의 28.57%를 매각한 바 있죠. 게다가 올해 코로나19 여파와 재확산 세로 국내 점포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실적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조 4744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렸음에도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1,493억 원에 그쳤던 CJ오쇼핑 역시 매출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매각설이 등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CJ그룹은 CJ오쇼핑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매각과 상장 추진으로 번 돈은 CJ 그룹의 미래 사업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이는 CJ 이재현 회장의 꿈이자 CJ 그룹의 목표인 ‘월드베스트 CJ(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을 달성)’와 관련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세계 1위를 노릴 수 있는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3대 축’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등장했는데요. CJ그룹은 이외 계열사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CJ대한통운은 DSC 로지스틱스를 2314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CJ그룹은 물류기업 DSC 로지스틱스, 미국 냉동식품회사 슈완스 등을 인수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악화한 재무 구조 상황에서 꺼내든 구조조정 카드는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데요. 지난해 말 176.3%까지 올랐던 그룹의 총부채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71.4%로 소폭 떨어진 상황입니다. 부진한 사업을 털어내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CJ 그룹,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