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리베이트 거래 의혹은 뉴스나 신문에 흔히 볼 수 있는 단골 소재입니다. 제약회사 리베이트는 자사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한 제약회사는 2016년 한 해에만 약 100억 원가량의 리베이트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적도 있습니다. 최근 이 갑질은 의사에서 약국으로 옮겨갔다고 하는데요. 의사는 약사에게 약사는 제약회사에게 이어지는 갑질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서울 소재에 위치한 A약국장은 같은 건물에 위치한 내과가 인수인계되는 과정에서 의사의 아내로부터 지원금을 요구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병원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병원을 내놔 새로운 의사가 병원을 인수받은 상황이었습니다. A약국장은 기존 병원장과 평소에도 환자들의 불만 등을 공유하며 서비스 개선을 찾는 등 사이가 돈독했기에 새로운 병원장과도 활발한 소통을 기대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병원장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A약국장이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의사와 그의 아내는 병원 규모를 키워갈 계획을 말하면서 시설비와 홍보비 등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검은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A약국장에 따르면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약국을 10여 년 넘게 운영하면서 이런 일을 겪는 건 처음이었다”라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후 A약국장의 지원금이 제공되지 않자 의사의 아내는 약국을 직접 찾았습니다. 의사의 아내는 지원금을 재차 요구하며 “병원 덕에 약국이 사는 건데 왜 가만히 있냐”는 식으로 따져 물었다고 전해졌습니다. 병원이 나가면 약국이 손해라는 식의 태도였다고 A약국장은 말했습니다. A약국장으로부터 지원금이 전달되지 않자 의사는 처방약의 개수를 늘리는 등 약국의 의약품 관리에 부담을 주었습니다.

A약국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병원 지원금은 리베이트와 다를 바 없다. 의사뿐만 아니라 약사의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며 “지원금을 주고받는 의사와 약사를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을 강화하여 불법 지원금이 오가는 것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그러자 약 배달 업체가 등장한 것인데요. 원격진료를 받고 스마트폰으로 받은 처방전을 보내주면 근처 제휴 약국을 통해 조제해 30분 내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약사 업계의 반발이 들끓어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까지 처했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전문의약품 배달이 약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며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고발 등 강경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그 근거로 약사법 제50조 1항의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었습니다. 즉 약 배달 서비스는 약국 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사고파는 행위이니 명백한 약사법 위반행위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약사법에서의 판매금지와 배달은 다른 의미라는 것입니다. 판매라는 것은 약을 사고파는 것을 뜻하지만 배달은 판매가 이뤄진 후 수반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 조항의 입법 취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50여 년 전만 해도 장터를 돌며 파는 약장사가 흔했는데 이들을 막기 위한 규정을 이 서비스에 대입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약사와 업체 측의 입장도 엇갈렸습니다. 이러한 배달 서비스가 실시될 시 처방전이 대형 약국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약사 측과 30분 내의 배송 콘셉이기 때문에 가까운 제휴 약국으로 처방전이 간다는 업체 측의 입장으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습니다. 약사 측은 다양한 의약품을 취급하고 배송 시스템이 잘 구축된 약국으로 배달이 몰려 동네 약국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업체 측은 서비스가 안착될 시 간단한 감기약 등은 편의점을 통해 구매하는 환자들도 약국을 이용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병의원, 약국, 영업사원 간의 부조리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루어지던 의사들의 약국과 영업사원을 향한 갑질, 약사들과 영업사원의 갑질 등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으로 이런 부조리한 관계를 끊고자 하는 의도를 품은 청원 게시글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같은 성분이지만 다른 이름의 수많은 약들을 선택할 때 제약회사를 선택합니다. 그 과정에서 병원장의 눈에 들기 위해 제약회사의 영업사원들은 밤낮을 가지리 않고 접대하기도 합니다. 명절이면 수십만 원대의 선물과 회식 등 지원금을 들이고 집안의 대소사를 살펴주곤 합니다. 실제 한 영업사원은 “자신의 자녀 수능에는 아이를 데려다주지도 못했는데 병원장의 자녀는 직접 데려다주었다”며 “머슴과 다를 게 없다”고 한탄을 했습니다.

병원만이 하는 갑질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대형약국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더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 측은 전했습니다. 약국도 마찬가지로 갑질을 하고 리베이트도 받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약사법 제24조제2항제2호에서는 약국 개설자와 의료기관 개설자는 처방전 알선 대가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담합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이를 적용하면 뒷돈을 준 약사와 받은 의사를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병의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약사단체와 국회는 행동에 나섰습니다.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4월 약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약국 개설관련의료기관 리베이트 행위 근절 사업 추진을 목표로 내걸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순례 의원은 처방전 알선을 대가로 금전 등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는 행위 등을 담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