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샘킴, 이연복… 한때 매체를 통해 쿡방이 열풍을 불며 높은 관심을 받은 셰프들입니다. 이들은 소위 ‘스타 셰프’라 불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와 입담, 요리 실력을 자랑했죠. 머릿속에서 구상한 요리를 자리에서 만들어내며 큰 식당의 오너로 활약하는 모습에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막상 요식업계에 뛰어든 이들은 전업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가수 효민, 동호는 각각 한식, 일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요리사는 의사와 함께 어디를 가든 굶어 죽지 않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원초적인 직업인 만큼 수요가 일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죠.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시험을 통해 조리사 자격증을 발부하고 있는데요. 식품위생법에 의한 정식 명칭은 조리사입니다. 레스토랑마다 차이는 있지만 총 주방장, 부총주방장, 주방장, 조리장, 부조리장, 1급 조리사, 2급 조리사, 3급 조리사, 수습생으로 계급이 나뉘어 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셰프들이 공개한 상처들.

고든 램지의 ‘비프 웰링턴’, 이연복 셰프의 ‘동파육’. 견습생이라면 유명 셰프들이 갖고 있는 시그니처 디시를 만들어내기까지 수년의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주방의 막내로 들어가면 요리가 아닌 청소, 설거지, 요리 재료 준비, 냉장고 정리 등 각종 허드렛일을 맡게 되죠.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시기지만 이 시간을 버텨내지 못하고 주방을 뛰쳐나가는 이들도 허다합니다.

이원일 셰프 역시 견습생 시절 하루 4천장 씩 설거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 강도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혹자는 고든 램지의 다혈질 성격을 조리사들의 극한 업무 환경을 이유로 들었을 정도죠. 보통 주 5일 격주 휴무, 주 6일 근무인 곳도 많으며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재료 준비, 요리, 청소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휴게 시간 역시 여의치 않아 요리를 하는 직업임에도 본인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고기나 기름을 이용한 요리를 하는 조리사라면 비흡연자가 아니어도 폐암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불, 칼, 가스, 무거운 주방기구 등을 다루며 더위와 추위 속에서 고군분투해야 하죠. 실제로 에어컨 두 대가 최저 온도로 돌아감에도 실내 온도가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후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업무 환경 이외에도 고객들의 건강, 위생과 직결되는 요리를 제공하는 업이기에 한 공간에 있는 팀원이어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오세득 셰프는 방송에 출연하는 셰프들의 연봉을 대기업 임원급이라 비유했다. / tvN ‘택시’

이런 극한 업무 환경을 버텨내도 그에 맞는 보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보통 신입 기준 연봉 2,400~3,000만 원 사이에서 경력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는데요.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력이 5년이 되었어도 월 200 중반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은 물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해외 유학파 조리사들의 월급 역시 300만 원을 넘기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한 현직 조리사에 의하면 특급호텔 조리사의 경우 기본급 170만 원에 각종 수당이 포함되어 2,500~3,3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유지하고 있다는데요. 일반 레스토랑은 연봉 2,000만 원대 초반, 비즈니스호텔 조리사는 2,200~2,500만 원 정도의 연봉이 책정되는 편입니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요식업계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요리 관련 학과를 전공한 졸업생들이나 젊은 조리사들이 원하는 직장은 ‘파인 다이닝(주방장의 개성을 살린 음식과 시작, 중간, 마무리의 정찬 차림과 와인, 주류로 구색을 갖춘 식당) 레스토랑이나 특급 호텔에 국한되기 때문이죠.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은 미쉐린 가이드2019 3스타 평가를 받았다.

특급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급여 수준이나 복리 후생이 타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인데요. 주 5일 40시간 근무가 가능하며 개인 락카 시설 및 샤워, 수면 등의 시설이 우수한 편입니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경우 단숨에 스타 셰프와 함께하는 유명한 주방의 일원이 되고 싶은 이들 덕분에 인기가 높습니다. 물론, 일반 식당과 달리 수준 높은 기술을 교육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특징입니다.

반대로, 일반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선 구인난에 시달립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진정한 ‘요리’보단 겉으로 드러나는 직장의 네임 밸류를 원하는 젊은 조리사들을 비판하기도 했죠. 예외로, 흔히 아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나 뷔페 등 완제품 음식을 데우는 식의 식당에선 오히려 조리사 자격증 취득자를 선호하지 않으며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리사의 현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방송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스타 셰프가 되는 길은 보기보다 훨씬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억대 연봉과 누군가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투자되어야 마땅하죠. 단순히 특정 인물이나 매체에 노출된 부분만으로 해당 직업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습니다.